허상의 어릿광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는 서평입니다.

총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 탐정 소설.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난 딱히 단편을 좋아하지 않지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참을 수 없지!! 단편 제목이 참 간결하다. 한 편 한 편 다 읽어내려가고 다시 제목을 보니 딱 잘 지은 것 같다. 경찰 구사나기가 친구이자 물리학자인 유가와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같이 사건을 해결하는 식인데 생각지도 못했던 트릭을 찾아내고 범행 수법을 유추해 나가는 과정이 무척 기발하고 흥미롭다.

내가 제일 재밌게 읽었던 건 <3장 들리다> 편이다. 언젠가부터 회사원 무쓰미는 알 수 없는 이명에 시달린다. 대개는 직장에서 일할 때였고 이명이 지속되는 시간은 2,3분 정도. 병원까지 찾아가 보았지만 딱히 원인을 찾을 수 없었고 그 사이에 같은 회사 부장인 하야미가 자택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석 달 전에 하야미 부장과 불륜 관계에 있던 여사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하야미의 죽음이 원한에 의한 타살인 건지 자살인 건지 구사나기는 혼란스러워한다. 어느 날, 몸이 안좋아 병원을 찾은 구사나기는 가야마라는 남자가 노인에게 지팡이를 휘두르며 난동을 피우고 폭력을 행사하는 걸 목격하게 되고 그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칼로 찔린다. 하지만 정작 가야마를 조사해 보니 그는 건실한 샐러리맨이었다. 가야마는 자신도 왜 난동을 피웠는지 알 수 없다며 계속 환청이 들린다고 호소했다. 가야마 역시 환청 때문에 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심지어 우연의 일치인지 하야미 부장과 가야마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과연 하야미 부장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범인이 이용한 범행 수법은 과연 무엇일까.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단편은 <1장 현혹하다>이다. 신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한 신흥 종교단체의 이야기이다. 이 종교의 신자 하나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는데, 교주가 자신이 염력을 사용해서 신자를 추락시켰다고 자백한 것. 우연히 취재차 현장을 목격한 주간잡지 기자는 점점 그 종교에 빠져들게 되고 염력의 실체에 대해 궁금한 나머지, 유가와를 잡지사 편집장이라고 속이고는 같이 잠입 취재를 하러 간다. 그 곳에서 유가와는 염력의 실체에 대해 파헤치게 된다. 마지막에 교주의 정체는 뜻밖이었다. 교주가 모든 일을 계획하고 꾸민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가 최대의 피해자라니 반전이었다.

세 번째로 기억에 남는 단편은 <5장 보내다>편이다. 무얼 보내는 것일까. 이건 텔레파시에 관한 소재이다. 남편 이소가이는 퇴근 후 직원들과 술자리에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아내의 여동생이 언니가 전화를 안 받는다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빨리 집으로 들어가 보라고 한 것이다. 결국 이소가이는 집에서 아내가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한다. 이소가이의 아내와 처제는 쌍둥이이긴 하지만 구사나기는 동생의 텔레파시 이야기가 당최 미덥지 않다. 동생이 주장하는 바로는 자신과 언니의 마음은 이어져 있고 언니의 뇌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 구사나기는 이번에도 유가와에게 도움을 청한다. 유가와는 이소가이에게 아내와 자신 주변 사람들의 사진을 갖고 오라고 해서 아내 동생에게 뇌자기를 연결하고 사진을 한 장씩 보여준다. 기억을 건드리는 사진이 있으면 뇌자기에 변화가 나타나 범인을 알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인 수사 방식도 모두 트릭이었고 유가와는 동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간파한다. 과연 언니를 죽인 범인은 누구이고 동생은 왜 거짓말을 해야 했을까.

범행 수법을 알고 나면 허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범행 동기라든지 수법이 밝혀지기 전까지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책을 놓기가 힘들다. 엘리트 형사 구사나기와, 물리학자답게 과학적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유가와 콤비의 조합은 썩 잘 어울린다. 사실 과학적인 트릭보다는 사람의 심리를 먼저 간파해서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서로 티격태격하다가도 사건 앞에서 한없이 진지해지는 그들은 이 시대 진정한 뇌섹남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