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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 박지훈 독서 에세이
박지훈 지음 / 생각의힘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는지 생각해 봤는데 처음 '내가 책을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중학생 때였는데 추워지기 시작하면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자꾸 도서관으로 갔어요. 책이 가득하고 따뜻한 공간이 좋았어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 같은 반 친구들과 어울려노는 게 신났던 여름에는 책을 멀리하다가 추워지면 갑자기 책을 찾았어요. 그리고 이제 책을 읽으며 위로받고 행복함을 느끼고, 점점 더 책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박지훈 작가의 독서 에세이입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새삼 깨닫는 게 있다.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다" 너무 공감합니다.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행복합니다.

출판 기자는 매주 나오는 신간 가운데 '금주의 책'이겠거니 싶은 작품들을 골라 독자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는데, 처음 몇 달은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아무리 꼼꼼히 읽어도 그 내용을 요약하는 일은 버겁기만 했고, 여기에 뾰족한 논평을 보태는 일은 언감생심일 때가 많았다. (p.15)
매주 나오는 신간이 200권 안팎인데, 그 많은 책 중에서 서너 권의 책을 고르고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게 어렵고 부담이 될 것 같아요. 그렇지만 독서가 밥벌이가 되고, 책에 포위됐던, 때론 포박당했던 작가님이 부럽습니다. 책에 포위되는 행복을 느껴보고 싶어요.

A라는 책을 읽으면서 B라는 책이 보고 싶어 마음이 바빠지고, 어느 순간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C라는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 식으로. 아무튼 나는 내 이런 습관이 참 마음에 든다. (P.21)
저도 자주, 아니 거의 매번 책을 읽을 때 그래요.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를 읽으며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 등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집에 있던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를 꺼내둬요.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고, A라는 책도 읽고 싶고 B라는 책도 궁금하고 C, D, E... 욕심 많은 독자입니다.

김연수의 에세이 <소설가의 일>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서가 한쪽을 일종의 '명예의 전당'으로 꾸며놨는데 여기엔 직접 매긴 순위에 따라 상위권에 랭크된 작품들이 꽂혀 있다고. (P.302)
제 책장에도 명예의 전당이 있어요. 책 읽다가 명예의 전당에 두고 싶은 책이 생기면 기존에 있던 책을 살펴보면서 한참을 고민해요. 그렇게 고르고 고른 책들이 명예의 전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명예의 전당에 머무는 책도 있고 새롭게 추가될 책에 밀려 다른 칸으로 이동한 책도 있는데.. 다른 칸으로 옮길 때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더라고요.
책에서 시작된 불은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제 일상을 따뜻하게 데워주네요. 새로운 책들을 많이 알게 해준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또 늘어났습니다. 앞으로도 쭉 좋은 책들 사이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