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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
이명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내 아이가 나아지지 않고 영원히 아플 거라는 사실과 그 애의 엄마가 나라는 사실', '아픈 건 내 아이지만, 치유받은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이 문장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아팠고, 사람들의 시선에 어쩌면 상처를 받았을지도, 그런 시선이 느껴져도 그 의미가 어떤 건지 몰랐을 수도 있는 한 아이가 생각나서 유독 더 가슴이 쓰라렸어요. 그 아이의 부모님도 함께 생각났고 그들도 치유받았길 바라며 <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를 읽었어요.
240쪽, 적당한 두께의 책인데 술술 읽혀서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어요. 읽고 난 후에 자꾸 생각이 많아지네요. 나를 스쳐간 관계에 대해, 내가 상처를 줬던 사람들과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 대해,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지만 서서히 멀어지고 있구나 느껴지는 관계 등. 나에 대해, 타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내가 기를 쓰고 찾고 싶었던 것은 나를 이 우울에서 구해줄 마법의 약이 아니라, 나로 인해 신경 쓰거나 아파하는 누군가의 괴로워하는 모습이었을까? (p.77)
자꾸 힘들었던 그때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나를 우울에서 구해줄 마법의 약이 있다면 너무 좋았겠지만, 마법의 약으로 우울에서 벗어났다면 다시 쉽게 우울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요. 나를 걱정해 주고, 밝고 당찬 모습의 내가 아니라 우울하고 어두운 모습의 나도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너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여기지 않았는지. 너의 상처에 나의 상처를 덧입혀 너를 위해야 하는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낸 건 아닌지. (p.87)
친구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여겼던 대화가 떠올랐어요. 힘들었던 하루를 이야기하는 친구에게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어서 꺼낸 이야기에 나의 경험을 너무 끌어들이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위로해 주고 공감해야겠어요.

그러니 어찌 됐든, 더 살아 볼 일이다. 기대했던 것이 완전히 무너지고 모든 것이 예상 밖의 전개로 펼쳐진다고 해도, 기쁨과 행복이 어디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므로. (p.206)
언제 어떤 식으로 행복이 나를 찾아올지 모르니까, 어찌 됐든 살아봐야죠. 지금은 불안하고 불행하더라도 당장 내일 기쁜 일이 나를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마음으로 계속 가보려고 해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일단 뭐든 해볼래요. 손이 다쳐서 왼손은 엄지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반깁스를 하고 오른손으로만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아프고 불편하면서도 이 상황이 웃긴 저는 엉거주춤 서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오늘도 내일도 계속 가 보겠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보고 싶다는 말도, 이해한다는 말도 모두 전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 안녕. 여러분들에게 그 말을 건네며 서평을 마칠게요. 오늘도 안녕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