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피시 - 네 종류 물고기를 통해 파헤친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환경의 미래
폴 그린버그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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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내 나는 어류를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갈치 튀김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물고기의 미래가 암흑하다는 소리는 마음이 정말 아프다.

 

사람들은 대개 개별 물고기 종을 그냥 생선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마술처럼 그 양이 늘어나는, 바다에서 수확한 작물로 보는 것이다. 결코 씨를 뿌릴 필요가 없는 작물.(P271)

 

바다 생물에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려나 고민하면서 집었는데 의외로 정말 즐겁게 봤다. 수필 형식으로 쓰여져 쉽게 읽혔고 어느 순간부터는 바다를 함부로 대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긍정하면서 보게 되었다.

 

저자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바닷가 근처에서 거주해 어릴 적부터 아마추어 낚시꾼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기자로 일하지만 물고기에 관해서는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잘 잡혔던 특정 물고기들이 사라지는 이유, 잡히기 어려운 물고기가 근처 시장에서 팔리는 이유가 연어, 농어, 대구, 참치 네 가지 종의 변화의 역사를 통해서 자세히 설명된다.

 

4종 물고기의 공통점은 그 양이 엄청나게 줄어 야생에서 잡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아무리 인간에게 상업용으로 풍부했던 서민의 물고기 대구가 사라진다고 해도, 연어의 고유 DNA가 바뀌어버려 본래의 특성을 잃어버렸다 해도 물고기를 생선으로 취급한다면 바다 생태계를 보존해야한다는 말은 소 귀에 경 읽기다.

 

하지만 양식 연어가 바다에 버려진 PCB에 오염되어 인간의 사망률을 높인다고 하면? 바다농어를 양식하기 위해 엄청난 자연산 물고기를 사료로 써야해 식용 물고기의 양이 줄어 밥상에서 찾기 힘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는 생선을 먹는 것과 양식을 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문제의 해결책은 바다를 그냥 바다로 내버려두면(바다의 자연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켜주면) 원상 회복이 된다는 것인데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은 그렇게 하기를 거부한다. 대구가 풍부하다고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고 양식용에 적합한 물고기를 외면하고 맛좋은 생선만 굳이 고집하는 결과는 오염용 생선을 먹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인류가 환경 자체를 바꾸버려서 물고기들은 터전을 잃어버렸다. 적극적으로 바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흔하게 잡을 수 있다고 흔히 취급할게 아니란 이야기이다. 양식과 야생이 적절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도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양식을 조절한다면 이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이 서양인들의 관점에서 쓰여져서 조금 아쉽지만, 바다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져서 좋다. 자비를 들여 물고기들의 생존을 확인하고 이들을 막대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고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책의 냉혹한 표지와 분명히 대조가 된다.  

 

물고기가 언제나 생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한 권의 책으로 생각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단지 나의 먹을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잘못된 방식으로 환경을 대하는지 고민해볼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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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달력 - 마야 문명 최대의 수수께끼에 얽힌 진실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 지음, 박병화 옮김 / 열음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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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달력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처음이 불투명하기에 자연히 시간의 끝에 대한 관심은 뜨거워지고 있다. 기원전 2000년 중반, 중앙아메리카에서 놀라운 문명을 이룩한 마야인들은 2012년 12월 21일이 종말이라 예고했었다. 그날이 가까워수록 무수한 지구 종말론이 등장하여 혼란을 더하고 있다.


 

저자에 말에 따르면 종말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찬란한 마야의 문명을 제대로 해석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한다. 분,초,주,요일, 달 등의 유래 뿐아니라 고대 문명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엿볼 기회를 준다. 

 

올메크 문명을 시작으로 수레바퀴 하나 없이 독자적으로 성장한 메소 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은 어느 순간 그 찬란함을 잃고 다 사라져버려 신비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더욱이 16세기 많은 유럽인들의 침입과 약탈로 인해 유물의 가치가 훼손되었다. 더딘 연구 속에서 마야의 문자를 해독한 일은 최근의 일이다. 건축 시설, 농경 기술, 예술 등 복합적으로 뛰어난 사회 구조를 이룬 마야 문명을 단지 신비스럽다로 말하는 단계를 넘어 과학적 접근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먼저 그러기에 앞서 저자는 달력이 어떤 식으로 발전되어 왔는지를 설명한다. 지금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그레고리우스력에서 고대인들이 자연의 주기에 맞춰 달력을 만든 원시 시대까지, 시간의 관념을 인식하는 인간은 가장 뛰어난 종으로 발달할 수 있었다. 

 

마야력은 어떨까?마야인들은 종교력 촐킨(1년에 260일)과 태양력 하아브(태양년에 맞춘 365일) 두 달력을 조합하여 사용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의 농경 생활과 제례 의식이라는 일상은 철저히 달력과 함께 순환했다. 이 두 주기를 조합하여 마야의 역법 전문가들은 천문학을 발달시켰는데 이는 시간과 우주를 신성하게 바라보는 마야인들의 세계관을 볼 수 있다. 그들이 사용한 달력은 종말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것이 아니다. 기능적 도구에 가까웠다. 현대인들의 불안이 더해져 미신화 되었지 마야 연구자들이나 많은 전문가들은 마야력을 그런 식으로 보지 있지 않는다는 것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표지 띠지, '세계 종말을 향한 카운트다움이 시작되었다'로 혹해서 관심이 갔지만 사실 종말론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책은 아니였다. 책은 역법 체계라는 객관적 사료로 원시 인류인의 시간 관념을 설명하면서 우리 인류가 시간과 맺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발전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서에 훨씬 가깝다. 풍부한 내용에 놀라 많이 지루하기는 했지만 분명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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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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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살던 집에 이웃이 생각이 난다. 선생님 부부가 아이를 연달아 낳으면서 조용했던 그집이 정말 시끌벅적하게 되었는데, 아침마다 시작되는 소동과 은근한(정도는 때에 따라 다르다) 다툼 소리가 정말 유난히도 시선을 끌었다. 또 아기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게 너무 신기했었다.

 

보통날처럼 평범하지만 타인에게는 우리집이 그렇치 않을 수 있다. 또 그 반대로 내가 그들의 공간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홈스테이를 여러번 해보았기에 공존할 수 없는 그들 가족만의 공기가 따로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란한 보통날'의 가족의 일상이 그러했다. 책을 통해 들여다보는 6명의 가족; 가정을 이루어 멀리 살지만 빵을 늘 구워오는 큰언니, 월급의 일부를 꼭 가족들을 위한 선물 사는데 쓰는 작은 언니,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매일의 정해진 틀 밤산책인 '나', 어른스럽고 듬직한 중학생 남동생, 무뚝뚝하지만 든든한 아빠, 책과 햄스터 윌리엄을 사랑한 시인 엄마.    

 

이들간에 벌어지는 일의 심각함이 전혀 긴장감 없이 느껴지는 이유는 부드러운 문체이기도 하지만 가족들의 태도에도 있다. 측은한 사람들만을 사랑하는 작은 언니가 다른 여자 동료의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은 이유, 큰언니가 이혼을 결심한 이유, 정학을 당한 남동생을 대하는 모습, 윌리엄을 잃게된 엄마의 담담함 등등 무언가를 대처하는 자세가 언뜻 공감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더뎌졌지만 분명한것은 시간이 갈수록 이 가족의 독특한 공기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들의 공동체가 색다른 읽는 재미를 주었다. 타인의 집을 들여다보는 기분은 그들의 작은 행복을 망치고 싶지 않은것과 같다. 이웃 사정이 궁금해도 또 4명의 자녀들이 하는 신기한 게임에 참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은 그들의 공간에 침입하는 순간 가족의 보통날은 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언니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을때 그들과 함께 기뻐했다. 다시 한 가족이 모여 시작되는 보통날은 독자인 나에게는 정말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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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 빛나는 20대, 너의 눈부신 꿈을 이루기 위한 청춘지침서
이지성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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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럽다는 말이 달가운 소리는 분명 아니었는데 그 때가 자주 생각난다. 20대는 꽃같은 시기기도 하지만 치열하게 힘쓸 시기라는 말이 더 가깝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정말로 어른이 되버렸기에 당당히 칭얼거릴 수 있는 어린 아이 때가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바람은 바람일 뿐! 스무 살, 어른이 된 기념으로 책을 폈다. 알록달록한 표지가 책이라기보다는 일기장에 가깝다. 내부는 그와 잘 어울리는 사진들로 가득하다. 그 분위기에 맞게 인생의 조언자이자 오빠로 등장한 이지성 님의 글은 친근하다. 근데 내용은 좀 살벌하다;;

 

자기 계발서로 유명한 저자의 과거사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성공을 더 돋보이게 하는 그의 20대는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못해 힘든 눈물의 나날이었다. 교육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글은 쓰고 싶었고, 여건은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꿈을 놓지 않았다. 이제는 출판사에서 여러번 거절당했던 무명 시절 과거 책들까지도 베스트셀러다. 이렇듯 지름길이 아닌 길을 택했어도 그는 걸을 수 있었다. 

 

인생의 쓴 맛을 20대에 경함한 조력자로서 그는 말한다. 네 20대는 빛나고 있다고.

 

인생을 바꾸기 위해 해야 할 일들.

하나,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지 말 것.

둘, 이미 일어난 일들을 후회하지 말 것.

셋,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아쉬워하지 말것.

난 네가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면서 바꿀 수 있는 미래를 향해 날아갔으면 좋겠어. 하지 못했던 것들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들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갔으면 좋겠어. 뒤를 돌아보면 앞을 볼 수 없으니까.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할 때, 성숙한 아름다움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이 외적인 면에만 치중되 잘나가는 남자를 잡기위해서 편히 대우받기 위해서가 아니었음 한다, 말한다.  

 

얼마전에 부흥회에 참여했는데, 부흥회를 맡은 목사님은 여자를 과일로 비유하셨다. 그 유머에 사람들은 웃었지만 웃음에서 씁쓸함도 묻어 있었다. 나이 많은 여자는 토마토가 되어 과일도  아니면서 과일 집에 턱하고 있다니.

 

토마토는 누구나 되겠지만 알멩이가 가득찬 토마토냐 덜 익어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책에서 소개된 자기 분야에 영향력 있는 여자, 빛나는 여자가 그런 인물들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죠? 에 대한 해답을 직접 뛰면서 알아보라고 한다. 그 말이 굉장히 굉장히 두루뭉술하게 느껴졌지만 내가 갈 길에 대한 어떤 뚜렷한 방향은 내가 찾아야한다는 것은 정말 당연한 거 같다.  

  

하고 싶은 일을 그리며 그것을 열심히 쫓고 또 많은 자기 계발서들을 읽어서 내면을 꾸미는 모습은 빛나는 20대의 모습이라는 것.

 

사실 책은 여성, 특히 목적 근처에서 헤매는 20대 여성을 독자로 한정시킨다. 만약 어떤 위로를 받고자 헤매는 것을 마치고자 책을 본다면 좀 놀랄거 같다. 치열하게 살아 남기를 강조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장은 마구 된다. 느슨해질때마다 읽으면 동기부여 확실될 거 같다. 어쨌든 20대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해서 좋기도 하다.

 

마음속으로 열을 세고 시계를 봐 주겠니? 십초가 흘렀을 거야. 좀 잔인한 이야기를 할게. 넌 방금 십초 넘게 늙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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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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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비가 내린다. 비오는 날이 참 좋았었는데, 이제는 비를 마음 놓고 맞을 수도 없으니 많이 아쉽다. 울적함을 뒤로 하고 이 책의 첫장을 폈는데, 날씨 예보를 연상하게 하는 제목 때문인지 왠지 비오는 오늘 읽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늦은 밤의 빗소리도 잊을 정도로, 웃기도 하고 살짝 눈물도 흘리며, 기대 이상으로 정말 즐겁게 봤다.

 

DJ 데블이 예보하는 오늘은 절망 자체. 나고단, 이보출, 박대수 이 세 사람의 오늘이 여느때와 다를바 없이 우울할거라며 섬뜩한 웃음과 함께 악담을 퍼붓는다. 

 

 먼저 나고단씨, 그는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나이트클럽의 '쫌만 더'로 고참이 되었다. 그의 별명 쫌만 더는 키 작은 그의 서러움을 유쾌하게 표현한 것이다. 모아둔 돈을 사업에 투자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도 또 일어섰지만 빚더미의 노숙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여자친구 겸 아내였던 여자가 바람 나 도망가고 무정자증이라 자식도 없고, 하나뿐인 형은 캄보디아에 우물 팔러 떠나버리고. 성산대교에서 자살하려다 공익 근무원들에게 차라리 여의도에 가서 죽으란 말을 들었고 그를 위로하는 사람은 아무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여의도 반포대교에서 준비를 마친 그에게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나타나는 보조 출연자 이보출씨는 그에게 5천원을 준다.

 

 보조 출연자 이보출씨는 내 인생에서는 엑스트라가 되지 말자며 조기 종영할 사극의 마지막 장면을 찍고 있었다. 일당 4만원을 모아 멀리 떨어진 초등학생 아들과 같이 살 날을 바라며 오늘도 죽기살기로 일하지만 사실 그는 박대수씨에게 쫓기는 신세다. 대박을 꿈꾸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 다 말아먹었기 때문.

 

 딸 봉봉이의 골수 기증자를 기다리는 박대수씨는 살아오는 동안 한번도 남에게 무엇을 준적이 없다. 이보출씨을 돈을 받아낼 목적보다는 딸에게 무능한 아빠가 되기 싫어 뭔가는 해야겠다 싶어 쫓는거다. 이보출씨의 아들을 납치했는데 이보출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초조하다. 꿈에서 봉봉이는 건강한 숙녀로 성장해있다. 빗줄기가 그의 얼굴을 때린다. 빗물 섞인 눈물이 주르륵. 그는 신에게 빌어본다. 딸을 살려달라고.

 

책을 덮고 창 밖 하늘을 보니 어느덧 토요일 아침이 되어버렸고, 비는 여전했다. 그 비가 주님의 손길 같았다. 박대수씨의 얼굴을 감싼 빗줄기가 성령님의 은혜가 아니였는지. 신께서는 그의 기도를 들어주셨을까?   

 

어쨌든 3사람의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런데 DJ데블이 전하는 예보에 따르면 그들의 20년은 달랐다.

 

나 DJ 데블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여러분들이 오늘 하루만 바라보는 거, 미련 두고 먼 미래까지 바라보지 말고, 그냥 오늘 하루에 다 끝내버리는거. 왜냐하면 나에겐 오직 하루만 있거든요. 하루만으로 족하지요, 모든 걸 끝내버리기에는. 흐흐흐. P215

 

저자는 IMF 가장들의 한숨을 보고 동료 연예인들의 자살을 겪으며 위로와 사랑이 가장 필요할 때라 생각했다 한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이 소설은 전하는 바를 뚜렷하게 말해준다. 한발짝만 다가가면 인생이 얼마나 유쾌하고 희망이 있는지, 주변에 응원의 손길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사람 사연의 정황을 들으니 어느 누구를 탓할 수 없구나는 생각이 든다. 박대수씨가 이보출씨의 뒤를 쫓는 이유도 돈을 못 갚는 이보출씨의 정황을 들으니 함부로 판단해야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개인의 사연이 있고 내가 그들이 되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오로지 신만이 그것을 아신다. 전할 수 있는 것은 위로의 말, 자만과 허세가 없는.   

 

사랑은 하는 겁니다. 내일이나 모레 할 거라고 얘기하거나 계획하는 게 아니고 그냥 지금 바로 하는것, 그게 사랑입니다. P225

 

"진짜 사랑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거라고" P199

 

다음은 정말 울컥했던 장면이다.

 

바로 그 순간.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나는 보았다. 슬픔이 영혼을 꽉 채울 때, 인간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악을 쓰던 아저씨의 화난 두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스며들더니 이내 눈물은 방울되어 떨어지고, 그 눈물방울이 땅에 땋기도 전에 체념한 듯한 그의 눈동자는 마취제를 뿌린 것처럼 무표정하게 변했다. 이윽고 "허"하고 토해 낸 그의 작음 한숨은 신음 소리조차 낼 수 없는 고통이 영혼을 짓누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어쩌면 농담조로 내뱉은 반포대교로 가서 뛰라는 한마디에 그는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마음 깊이 아파했다. 그 때 나는 주먹을 들어 직접 가격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처절하게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43 

 

휴식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작가의 말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유쾌하고 감동적이었다. 다만 힘든 가장을 대표하는 세사람 말고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으면 더 공감이 되었을텐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친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소설, 재밌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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