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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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 살던 집에 이웃이 생각이 난다. 선생님 부부가 아이를 연달아 낳으면서 조용했던 그집이 정말 시끌벅적하게 되었는데, 아침마다 시작되는 소동과 은근한(정도는 때에 따라 다르다) 다툼 소리가 정말 유난히도 시선을 끌었다. 또 아기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게 너무 신기했었다.

 

보통날처럼 평범하지만 타인에게는 우리집이 그렇치 않을 수 있다. 또 그 반대로 내가 그들의 공간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홈스테이를 여러번 해보았기에 공존할 수 없는 그들 가족만의 공기가 따로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란한 보통날'의 가족의 일상이 그러했다. 책을 통해 들여다보는 6명의 가족; 가정을 이루어 멀리 살지만 빵을 늘 구워오는 큰언니, 월급의 일부를 꼭 가족들을 위한 선물 사는데 쓰는 작은 언니,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매일의 정해진 틀 밤산책인 '나', 어른스럽고 듬직한 중학생 남동생, 무뚝뚝하지만 든든한 아빠, 책과 햄스터 윌리엄을 사랑한 시인 엄마.    

 

이들간에 벌어지는 일의 심각함이 전혀 긴장감 없이 느껴지는 이유는 부드러운 문체이기도 하지만 가족들의 태도에도 있다. 측은한 사람들만을 사랑하는 작은 언니가 다른 여자 동료의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은 이유, 큰언니가 이혼을 결심한 이유, 정학을 당한 남동생을 대하는 모습, 윌리엄을 잃게된 엄마의 담담함 등등 무언가를 대처하는 자세가 언뜻 공감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더뎌졌지만 분명한것은 시간이 갈수록 이 가족의 독특한 공기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들의 공동체가 색다른 읽는 재미를 주었다. 타인의 집을 들여다보는 기분은 그들의 작은 행복을 망치고 싶지 않은것과 같다. 이웃 사정이 궁금해도 또 4명의 자녀들이 하는 신기한 게임에 참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은 그들의 공간에 침입하는 순간 가족의 보통날은 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언니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을때 그들과 함께 기뻐했다. 다시 한 가족이 모여 시작되는 보통날은 독자인 나에게는 정말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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