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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아이 ㅣ 펭귄클래식 21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전유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오스카 와일드는 어떤 사람이었나. 그의 작가적인 면모보다 동성애가 가져온 비극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이 몇 작 안 되니.
이번에 펼친 <별에서 온 아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집이다. 와일드가 귀중하게 여겼던 삶의 가치가 담긴 9개의 동화를 만났다.
사실 동화라 하기에는 껄끄럽고 불편하다. 소설 속 아름다운 선이라는 것이 너무 거침없이, 비판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결말은 동화의 것과 멀고도 멀다. 선이 악을 이겨 개과천선하게 하는데서 오는 통쾌함은 아쉽게도 볼 수 없다.
동심은 이미 잊어버린, 세상의 찌든 때를 묻힌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그래서 일까. 어릴 때 읽었던 <행복한 왕자>와 <나만 아는 거인>이 이토록 다르게 느껴질 줄이야. 슬프다, 예쁘다로 단순하게 보았던 그 때와는 많이 다르다.
<행복한 왕자>에서 왕자는 성 안에서 좋은 것만 입고 보며 불행을 모르고 자라다 죽었다. 사람들은 죽은 왕자를 동상으로 만들어 세워놨고 이후 그것은 마을의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어느 날 왕자에게 제비가 찾아온다. 다른 친구들은 겨울을 나기위해 이집트로 떠나갔으나 제비는 갈대와 사랑에 빠져 갈대를 떠나지 못했었다. 그렇게 늦은 출발로 갈 길이 바쁜 제비에게 왕자는 불쌍한 사람들을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보석을 떼어 도와주라고 간청한다. 순하고 착한 제비는 왕자를 외면할 수 없다. 마침내 눈이었던 사파이어 보석까지 다 나누어 초라해진 왕자가 안타까워 제비는 이집트로 떠나길 포기한다. 그렇게 제비는 추위에 죽고, 왕자는 허름한 모습만 남아 사람들에게 버림받는다. 그러나 이를 보신 하나님이 세상 어떤 것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납으로 만든 왕자의 심장과 제비의 죽은 몸을 끌어 영원한 낙원에서 살게 하신다.
왕자는 가장 신기하고 놀랄 것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고, 비참한 만큼 놀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를 알기에 자신을 희생할 수 있었던 왕자와 제비. 아이다운 깨끗한 마음을 잊어버린 어른들은 외면하고 싶은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과 천사들에게는 가장 귀한 것이라 칭송받기 마땅했다.
<나이팅게일과 장미꽃>에는 진실한 사랑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가 나온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지혜보다 현명하고 힘보다 강한 사랑을 칭송한 나이팅게일, 그는 자신의 심장의 피로 사랑을 완성했다. 희생과 죽음으로 완결된 사랑을 학생은 쓸모없고 어리석은 것이라며 밟아내린다. 와일드가 보기에는 아름다운 노래 가락도 예술도 감상할 줄 모르는 텅 빈 심장만 가진 불행한 자였다.
<헌신적인 친구>는 옳은 말은 제대로 못하고 잘못된 행동은 바로 바로 하는 부자와 이런 부자에게 이용당해 결국 죽는 한스를 비판한다. 이렇듯 단편이 전개되는 방식은 사회적 오물을 비판하고 거기에 가려진 진실한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식이다. <어린 왕>에서는 겉으론 빛났던 보석과 옷이 피와 죽음으로 탄생된 것을 알게 된 어린 왕의 슬픔이 나온다. <공주의 생일>에서 난쟁이는 아름다움을 즐기고 찬송할 줄 알았던 깨끗한 마음을 가진 자였으나 안타깝게도 그것을 모르는 것들에 의해 자신의 추한 외모를 알아보게 되고 슬퍼하다 죽고만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귀중한 가치들을 찬미하였고 오물 덩어리를 따갑게 풍자하여 9개 단편이 나왔다. 모두 잔혹한 동화라 불릴 만하다. 자신이 만든 벽 안에 갇혀 자신만 알고 사는 거인이 동심을 찾는 장면에서 볼 수 있듯 와일드는 오물로 더럽혀진 사람들이 아이다운 마음을 회복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거인의 세계가 겨울에서 봄이 된 것처럼, 진정한 아름다움을 거인이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는 잔혹한만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