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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해지는 거절의 힘 - 웃으면서 거절하는 까칠한 심리학
마누엘 스미스 지음, 박미경 옮김 / 이다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관계, 협상 기술을 다룬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어느 책보다도 독특하다고 확신한다.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거절당할 때의 기분을 고려해서 조심스러워 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가 부탁하는 처지가 될 경우를 위해 단칼에 내치지 못하는 거다. 거부해서 감정의 틈이 생기느니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조금 손해 보고 말지, 그래서 저 사람이 기분 좋으면 내 기분도 좋아지는 거지, 하면서.
그런데 이게 누이 좋고 매부 좋게 끝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상대방이 내 호의를 당연하게 여길 때 그 당연함부터 거절하는 방법이 없을까?
<내가 행복해지는 거절의 힘>은 공격적으로 화를 내거나 회피하거나 하는 일차원적인 방법이 아닌 대화로써 '잘' 거절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기주장 그대로 밀고 가라는 것이다. 누구도 내 감정과 행동을 조종할 수 없으며 나는 내 권리를 보호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주입하고는 상대방이 뭐라고 하든 반복적으로 내가 판단하는 그것, 굳이 이유를 말할 필요 없이, 내 감정 그대로 주장하면 결국 상대방도 나를 조종하려는 마음을 거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방식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방법에 가깝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러니까 소개된 방식 그대로 따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남의 사정이고 뭐고 나만 아는 안하무인으로 찍히고 싶다면 모를까.
자기주장 10계명, 틀린 말 하나 없다. 어떤 사람도 내 선택에 간섭할 수 없고 내 판단을 조종할 수 없다는 말 정말 공감한다. 딱 필요한 말이고 당당히 내 주장을 펼치는데 필요한 훌륭한 자기 암시법이다. 그런데 내가 바랐던 것은 행복하게 거절하는 기술이지 토론에서 이기는 기술이 아니었다. 뭔가 상대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교묘한 방법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은 상대방의 기분까지 고려하지는 않은 듯싶다.
대화와 협상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어있던데, 오히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아끼는 당당한 삶의 자세를 다룬 심리서라고 하는게 맞겠다. 역지사지를 철저히 무시한 책이었지만 자존감 확립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