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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밑줄도 치고 여백에 메모도 하여 책을 완전히 씹어보자는 권유는 내겐 독서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책 읽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 이런 책 결벽증(?)을 좀 누그러뜨린 사건이 있었다.
이지성 작가의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을 읽었을 때다. 대부분의 내용이 칭송하는 글이라 읽기가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지막 챕터에 이르렀을 때야 무언가 건졌구나,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스쳤다. 마지막, 인문 고전을 탐독하는 힐러리 클린턴의 모습에서 고전에 대한 열정을 가슴 깊이 배웠기 때문이다. 뒷부분을 미련 없이 잘랐다. 책은 두 동강이 났지만 상관없었다. 고전은 찢어보고 씹어보며 열정적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기에 미리 연습한 것이다. 찢은 부분을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어 고전을 읽고 싶은 열정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지속하기란 쉽지 않았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너무 어려워서 읽다 지쳐 버렸다'는 변명을 '지치는게 당연하니 계속 읽어보자'는 동기로 바꾸었다.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매일 두 시간 이상 위대한 인문고전을 남긴 진짜 천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P23)
인문고전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간절함과 사랑이다. (P199)
고전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없다. 천재들의 평생을 담은 책이다. 그 책에는 두뇌를 혁신적이게 바꿀 기회가 넘쳐나며 그것은 곧 내 것이 될 수 있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찾을 때 그렇다. 그때에 두뇌는 변화하고 나아가 인생이 달라진다.
수많은 사람들을 근거로 이 사실을 저자는 증명한다.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고전 탐닉을 일상으로 하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다며.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저자는 인문 고전을 집필한 천재들의 마음으로 읽으라고 말한다. 사랑을 품고 간절함을 담아 읽고 또 읽으라 한다. 통독,정독->필사->사색
인문고전은 지혜의 산삼이다. 이런 지혜의 산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한 두뇌가 어떻게 혁명적으로 변화하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어렵기만 했던, 아니 차라리 고문처럼 느껴졌던 인문고전이 어느 순간 기막히게 재미있어지기 시작하고, 두뇌 속에 그 '재미'를 맛보는 순간이 서서히 쌓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계속 해나가다보면 마치 벼락처럼 두뇌가 충격적으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P199)
책의 부록에는 기간별 추천 도서 목록을 실어 독자의 다짐에 불을 피운다. 다시 도전해보자는 열정을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는다. 저자는 날카로운 눈으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교육의 불평등은 보이지 않게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고전을 나누는 일을 중단해버린 한국 교육과 그 미래에 대한 문제점 또한 언급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부분은 좀 실망스럽다. 고전을 공부하여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계급층이 될 수 있었다는 주장은 교육의 목적과 고전을 읽는 이유가 성공때문이며, 읽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인문 고전으로 돌리고는 많은 사람들의 예를 보여주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근거와 과정은 실려 있지 않다.
물론 저자는 인문학을 공부하면 먹고 살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그렇지만 의문이 떨쳐지지 않는다. 책의 주장대로 정말 인문학의 시대가 올까. 문득 한 강사의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이 떠오른다, 공부 안하면 철학과나 가야한다는.
고전을 읽는 목적이 성공이든 뭐든 간에 고전 읽기란 중요하다. 고전으로 천재들을 만나 인생에 깊이를 더하게 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가 달라진다면 삶은 풍족해질 것이다. 이 책이 오래도록 베스트셀러로 굳건히 자리하여 저자가 바라는 대로 한국에도 조선시대처럼 인문학의 열풍이 몰아쳤으면 좋겠다. 나부터 인문, 열심히 읽어야겠다.
"책을 읽는 그의 곁에는 누구도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손님들조차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의 두 눈은 책장을 뚫어버릴 듯했고, 그의 가슴은 두 눈이 읽는 각 구절의 의미를 무서운 기세로 파악하고 있었다."(아우구스티누스, 스승 암브로시우스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고)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