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 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 질문의 책 22
양승훈 지음 / 오월의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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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조선산업은 한국의 자랑거리다. 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 중국이 고속성장하면서 전세계 원자재를 빨아들이고, 또 세계의 공장으로써 물건들을 쏟아내고 세계화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에 한국의 조선산업은 엄청난 호황을 맞었다.

조선산업은 귀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거제도에는 특히 조선소가 밀집해 있는데, 평균적으로 서울보다 소득수준이 높았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정규직 제조업 노동자로서 중산층을 이루며 살 수 있는 시기였다.

책의 초반부에는 사회학자로서 거제라는 특수한 사회환경에 대한 조사가 돋보인다. 거제도에서는 퇴근 전후에도 부서와 이름이 쓰여진 작업복을 입고 다니고, 심지어 소개팅 같은 자리에도 입고 나간다고 한다. 자부심도 있었고 고소득을 올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공장옆에서 식당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도 활기가 남쳤고 아파트나 원룸으로 세를 받는 사람들도 고수익을 만끽했다.

남자와 여자의 일이 칼같이 구별되는 상황에서 딸같은 젊은 여성들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로 유출되기 일쑤였다. 거제에서 사무직이나 간단한 일을 비정규직으로 하면서 아버지와 같은 남성과 결혼으로 안정적인 '중공업 가족'을 만드는 걸 기대받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게 계속 좋기는 어렵다. 한국이 영국과 일본으로 부터 조선산업의 왕좌를 물려받았던 것처럼 환경이 바뀌면서 순풍은 사리지고 역풍들이 생겨난다. 생산성 향상이 더뎌지고, 적절한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되고, 인건비는 높아진다. 유럽은 설계쪽으로 집중하고 엔지니어링을 극대화한다. 고부가가치 선박만 만드는 쪽으로 옮겨간다. 기자재업체들을 끌어올려 수많은 강소기업들을 만들어냈다.

현재 한국 조선산업 모습으로는 중국이나 동남아 조선사와 경쟁하기 힘들어보인다. 조선산업 전체를 포기하지 않고 변신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고용이 걸려있있고 정치쟁점화 되기 십상이다. 그러면서 자생적이고 경제적인 해결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까 좀 걱정스럽긴하다. 이 책에서도 뚜렷한 대안제시는 없다.

조직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대졸이상의 설계인력을 많이 뽑았다고 한다. 그들이 기존 거제도 생활문화나 현장과 암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에 녹아들기 어려워 하는 모습을 보면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굳어질때 이를 변화시키기 얼마나 어려운가 생각하게 한다.

또하나 중요하게 언급되는 건 하청 문제다. 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과 거제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일종의 계급문제가 발생한다. 이것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을거다. 기업에서는 해고가 어려운 마당에 고정비를 줄이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다. 그런데 새로운 해양플랜트같은 고난이도 작업에 하청이 대거 투입되면서 작업은 진흙탕을 전진하는 듯한 모양새가 나타난다.

책은 크게 보면 3가지 주제를 다룬다. 거제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 조직원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분석과 조선산업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찰이다. 작은 분량이지만 다양한 관점의 내용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내부자로서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관점에서 드문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중하게 읽었다.

교훈이라고 한다면 좋을 때 좋은것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대체로 좋을때 나빠질 걸 생각하지 않고 엉뚱한 투자를 하고 굳어진걸 풀어줄 생각은 못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래서 대부분 좋을때 굳어진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짐으로 작용한다. 오래가는 산업과 기업은 변화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 계속 구성원들과 이런 변화를 만들어나간다는 건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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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트렌드 2019 - 팟캐스트 <신과 함께>와 함께한 경제 전망 프로젝트
김동환.김일구.김한진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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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세 분은 2년전에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낸적이 있다. 그때도 읽고 리뷰를 해본적이 있는데, 말대로 인플레이션이 오긴 왔다. 실물보다는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 인플레이션의 형태지만 말이다. 그때 트럼프에 대한 분석이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 시장을 예측하는게 경제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정치, 사회에 대한 분석과 예상도 필수적이고 역사적 사례와 경험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도 국제관계와 정치 등을 중심으로 놓고 국내외 주식, 부동산, 환율 시장 등에 대해 전망해본다.

세 분 중에서 김한진 박사님은 제법 알려진 사실과 논리로 베어한 뷰를 일관되게 말씀하신다. 전작처럼 나한테는 이번 책에도 가장 도움이 되는건 김일구씨 발언이다. 시각도 좀 유니크만 면이 있고, 핵심적인 부분을 잘 짚는다고 느껴진다. 책을 읽는 분의 배경지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정도 시중의 경제 전망에 익숙한 분이라면 김일구씨 얘기만 읽고 넘어가도 될듯하다.

어떤 책든 한두가지를 건진다면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을텐데, 여기서는 미국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가능성에 대해 짚은 부분이 인상깊었다. 시장 참여자들한테도 간간히 이야기는 나오고 있으나 요즘 상황이 브렉시트니 미중 무역협상이니 하루하루 이슈가 많다보니 미국 SOC에 대해서는 아직 별 얘기는 없다. 시장에도 크게 반영은 안 되어 있는듯 하다.

2020년 재선 레이스를 위해서 트럼프는 SOC투자를 추진할꺼라는게 이 책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원래 대통령이 될때 SOC를 공약했었지만 감세를 먼저 추친하는 걸로 바꿨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감세는 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감세에 비해서 인프라가 지역구를 기반에 둔 하원의 동의를 얻기 수월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인프라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어갈텐데, 다 정부돈으로 하는게 아니다.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투자은행들이 돈을 벌게 해주면서 SOC를 하겠다는 생각같다. 마침 최근 연준이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완화해주면서 투자은행이 돈을 공격적으로 태울 공간을 만들어줬다.

미국은 외부 세력과 패권경쟁을 할때 자체적인 동력으로 성장률을 높게 유지시키곤 했다고 한다. 중국이 추세적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어도 미국은 뭔가 만들어내서 상대적으로 성장률을 유지해나간다는 얘기다. 달러 약세가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환경임을 암시한다.

그 밖에도 김일구씨가 여러가지 현상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인상깊다. 몇가지만 요약해보면,

- 냉전시대에는 진영논리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했다. 어느 쪽 편을 드느냐에 따라 경제관계도 바뀐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보면 예전 냉전때처럼 미국에 유리한가 불리한가에 따라 모든 관계를 바꾸겠다고 한다.

- 은행 PBR이 0.6배에 불과한데, 이는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은행이 원금을 어떻게 돌려받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가있다. LTV는 사실 담보를 보고 대출을 하겠다는 것으로, 사람을 보고 대출을 해야하기 때문에 진작에 DSR를 쓰는게 마땅했다

- 한국 주식시장만큼 어려운 시장이 없는데, 세상의 악재란 악재는 다 반영한다. 미국 주식시장은 주가 하락이 기업실적이나 경제지표 악화에 동행하거나 후행하는데, 우리나라는 실적이나 지표가 나빠지기 전에 선행해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 국내 큰 기업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기사들이 나오니까 이제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가나 정보 비대칭성이 없다. 금융기관이 수수료를 받을 이론적 근거가 없다. 해외 기업에 대해서는 아직 기자들이 확장하지 못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이 수수료를 내고 정보를 얻고자 한다. 그래서 증권사가 해외주식 연구에 몰두.

- 역설적이지만 젊은 사람들한테 자영업을 권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처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읽는 자영업자가 드물다

책이 전반적으로 산만한 느낌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3명의 저자가 다양한 내용을 얘기해준다. 증권사 레포트보다는 좀 더 시야는 넓고 길다. 이런 책은 6개월만 지나도 생명력이 떨어진다. 읽을꺼면 빨리 한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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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 성공하면 크게 얻고 실패해도 손해가 없는 단도투자
모니시 파브라이 지음, 김인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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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론에서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한다. 분산투자를 하라는 얘기다. 그런데 분산투자를 하면 수익이 크게 나기 어렵다. 물론 반대로 크게 터지지도 않는다. 쉽게 생각해서 인덱스에 투자한다고 할 때 일년에 +/- 20% 수익이 왔다갔다할꺼다.

인덱스 펀드로 부자됐다는 사람은 못 들어봤다. 더 크게 보면, 펀드나 ETF, ELS 이런걸 잘 해서 부자된 사람은 없다. 부자가 됐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원래부터 부자였을거다. 다만, 분산투자로 원래 있던 돈을 크게 안 깨먹고 잘 관리했을 뿐이다.

무일푼에서 부자가 된 사람은 집중투자를 했다. 창업이 대표적인 집중투자다. 자신의 돈뿐만 아니라 시간, 커리어 등 모든 자원을 한 프로젝트에 투입하는거다. 투자로 거부가 된 사람은 종자돈을 마련해서 몇 개의 회사에서 큰 수익을 거둔다. 많이도 필요 없고 몇 개의 jump만 있으면 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투자로 큰 부를 이룬 사람이 워런 버핏인데, 그 사람이 그렇게 했다.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큰 돈을 투자했다. 이 책의 저자인 "모니시 파브라이"는 인도계 미국인이다. 버핏의 투자철학의 많은 부분을 "모방"했음을 숨기지 않는다. 저자의 투자철학 중에 하나는 불확실한 혁신 기업보다는 모방 기업에 투자하라는거다.

저자의 투자철학을 함축하는 단어가 '단도 투자'다. 단도는 인도 구자라트 말이다. '부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하고 '사업'을 뜻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하면, "위험은 낮추면서 이익은 극대화하는 노력"이다. 여기서 재무론 교과서를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어떻게 그런 딜이 있느냐 말이다. 위험이 낮으면 수익률이 낮다. 이익을 높히려면 위험이 높은 딜을 해야 된다.

이 책에서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혼동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것과 위험이 낮은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표적으로 버핏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자산의 40%를 투자한 사례가 있다. 주가가 반토막이 난 직후였다. 그때 아멕스는 샐러드유가 담긴 통이 가득한 창고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했는데 실은 통안에 바닷물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반토막난 것이다. 버핏이 분석해보면 여행자수표와 신용카드쪽은 문제가 없었다.

이런 경우 불확실성은 높으나 사실상 손실 위험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이익가능성은 크다. 버핏의 판단을 확률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실제로 버핏은 아멕스 투자로 3년동안 3~4배 수익을 달성한다.

3년뒤 200%이상 수익률을 달성할 확률 90%

3년뒤 손익평형일 확률 5%

3년뒤 최대 10% 손실을 기록할 확률 4%

3년뒤 최대 원금 전액 손실확률 1%

이러한 단도투자의 정신은 사업에서도 잘 적용된다. 책 앞부분에 나오는 인도계 이민자 파텔이 모텔 사업을 하는 이야기는 비용을 최소로 하면서 잃을 게 별로 없는 투자를 해서 부를 일궈가는 스토리다. 리처드 브랜슨이 사업을 키워가는 것도 큰 돈을 태우지 않고도 남들이 하고 있는 사업에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했을 뿐이다. 그는 초저위험, 초고수익을 추구한다. 철강왕 미탈의 경우에도 남들이 두려워할 때 사업체를 헐값에 인수해서 설비를 효율적으로 돌리는 것만으로 엄청난 부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자본과 투자를 한 곳에 집중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소소한 투자를 할 뿐이다. 그러다 아주 드물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기회를 마주하면 그때 주저없이 커다란 금액을 투자했다.

사실 머리로는 이런 논리를 이해하고 사례를 봤어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거다. 위험이 낮다는건 이성적 판단이고, 일단 본능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 반응한다. 우리 뇌는 수만년전 사냥하던 시절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한다. 맹수가 몰려오고 옆에서 주식으로 많은 돈을 잃는 상황이 오면 같이 튀거나 몸을 사려야 겠다는 본능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정말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해 위험이 낮다고 계산한다고 해도 자신의 분석만 믿고 '지를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과연 얼마만큼이나 대상에 집중해서 연구하고 분석하면 과연 지를 수 있을까? 이러한 이유로 실제 투자로 부자되기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알고도 어려운 길이다. 그래서 부자가 부자가 되는 걸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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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가치 - 가치투자의 명가에서 내공을 키운 17년 차 베테랑 투자자의 핵심 노하우
이건규 지음 / 부크온(부크홀릭)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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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ETF 시장이 커지고 passive한 투자가 각광받는다. 가치투자든 성장주 투자든 시장 인덱스를 초과하는 수익을 얻고자하는 투자수단에 돈을 넣어서 별로 재미를 못 봤기 때문일 것이다. 워런 버핏같은 투자 구루도 확고한 투자철학이나 통찰이 없다면 그냥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잘 나간다고 하는 펀드에 가입했더니 코스피도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으니 그냥 맘편히 인덱스나 ETF에 투자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금융위기 이후에 돈이 많이 풀리고 저성장이 길어지면서 시장내 쏠림현상도 깊고 길어졌다. 성장이 희소한 상품이 됐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주식에는 돈이 몰리고 그렇지 않으면 철저히 소외된다. 시장은 결국엔 펀더멘털로 수렴한다고 하지만, 저성장이 길어지면서 이런 수렴현상을 기다리다가 매니저가 자리를 보존하기 어려운 성과가 지속되기도 한다.

개인과 기관간의 정보격차도 현저히 줄었다.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고 있어 큰 종목 주식들은 비효율적인 측면이 별로 없다. 거저먹는 공짜점심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passive한 투자에 몰리는 이유다. 그래서 ETF로 자산배분을 하거나 언제사고 팔지 타이밍 전략을 가다듬는 쪽에 관심을 가진다.

지금처럼 passive한 투자 위주로 가면 액티브 매니저들은 어떻게 될까? 한쪽으로 쏠려서 극단으로 가게 되면 반대로 가는게 세상이치인 것 같다.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액티브 투자가 다시 각광받는 시기가 올꺼라고 생각한다. 액티브 투자자들이 변신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는 한국에서 살아남는 액티브 주식매니저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업적이나 철학을 과시하거나 중언부언하지 않고 핵심적이고 기초적인 부분을 빠뜨리지 않고 말해준다. 산업분석 -> 기업분석 -> 재무제표 분석과 추정 -> 밸류에이션 으로 이어지는 정석적인 투자 결정 프로세스의 모든 부분에 대해 얘기한다. 곳곳에 저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나 통찰이 좋다.

초반에 나오는 주가의 볼록성과 잃지않는 투자의 힘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가치투자의 개념을 이 두가지로 이해하면 더 잘 느껴질 것 같다.

우선 주가의 볼록성은 다음 그림을 보면 감이 온다.

주가는 펀더멘털대비 오버슈팅하고 언더슈팅한다는 개념이다. 모멘텀 투자는 펀더멘털대비 비싸더라도 한동안 상승추세가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그걸 향유한다. 하지만 대체로 인기가 많은 주식은 끝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가치투자자들은 펀더멘털대비 크게 저평가된 종목들을 찾는다.

두번째는 잃지않는 투자의 중요성이다. 50% 손실이 나면 원금회복을 위해서는 100%이익이 나야한다. 이걸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락방어만 제대로 이후어지면 단기적으로 시장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너무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단기적인 상승구간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있지만 하락방어만 잘 되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뛰어넘는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만약 시장이 상승할때 50%밖에 못 따라가더라도 시장이 하락할때 40%만 빠진다면 코스피 대비 성과 차이는 다음과 같다. 못 따라잡더라도 잃지 않는 투자가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잃지 않는 투자와 주가의 볼록성을 감안한 가치투자가 결국 시장에서 롱런하는 넓은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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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노미 제2의 이동 혁명 - 인간 없는 자동차가 가져올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로렌스 번스.크리스토퍼 슐건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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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20세기에 포드에 의해 대중화된 오늘날의 형태로 만들어진 후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 과거에는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자유롭게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 한편 부작용도 커져서 인류를 불안하게 한다. 여전히 교통사고로 일년에 수십만 사람명이 도로에서 죽고, 지나친 석유 의존도로 중동 정세는 항상 불안하고 세계는 테러의 공포에 떤다. 자동차에서 내뿜는 매연으로 공해와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

발명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던 자동차에 최근 혁명적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사람의 개입없이 운전하는 자율주행이다. 두번째는, 베터리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전기차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셋째는, 스마트폰 혁명에 따른 우버나 리프트 같은 공유형 운송개념의 발전이다.

이 세가지를 결합하면 이른바 "제 2의 이동혁명"이라고 한다. 차를 소유하는게 아니라 서비스 개념으로 구독하게 된다. 1달에 얼마를 내면 무인으로 운행되는 차를 불러다 잠시쓰고 반납하면 된다. 그러면 기존 자동차의 비효율을 상당부분 없앨 수 있다. 도로에 자동차가 줄어들고 교통흐름도 좋아져 교통체증도 없어질 것이다. 사고도 없이 안전해지고 공해도 없다. 인류에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혁명인 것이다.

이 책은 그 세가지 흐름 중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주행에 대한 얘기다. 제목이나 책 표지는 다소 평범하고 따분해 보이지만, 번역도 무난하고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있고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어서 잘 읽힌다. 책 초반부에 엔지니어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기위해 맨땅에서 해딩하는 에피소드들이 친근하게 그려진다. 미 국방부에서 거금을 걸고 자율주행 대회를 주최해서 혁신의 마중물을 부었다. 그들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물건을 수송하는 차량이 공격에 노출되자 자율주행을 개발할 뜻을 가지고 대회를 개최한다.

초기 대회에서 카네기멜론과 스탠포트대학의 엔지니어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대회가 끝난 후 이 기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기업이 구글이었다. 그래서 두 대학의 엔지니어들이 구글내 '쇼퍼'라는 하나의 팀으로 시작해 지금은 웨이모라는 회사로 독립되어 있다. 구글의 빠방한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거리에 대한 3차원 지도를 만들고, 알고리즘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그려진다.

저자는 GM에서 R&D를 담당했던 임원으로 GM의 테두리에서 혁신적 시도를 했던 인물이다. 새로운 흐름에 열린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는 구글에 의해 영입되어 자문역으로 일한다. 디트로이트의 거대 완성차 기업과 실리콘밸리를 다 거친 인물이다. 기존 완성차 회사의 사정과 실리콘밸리 혁신을 모두 말해주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왜 포드나 GM같은 자동차 회사는 이러한 자율주행이나 전기차에 대해 미리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지 관심을 끈다. 심지어 그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보고 나서도 그걸 폄훼하기 바빴고, 그 기술이 가진 함의나 비지니스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한참동안이나 깨닫지 못했다.

일단 대기업이 스스로 파괴하기에는 너무 힘들다. 이미 기존 사업을 잘 하고 있고, 주주들은 당장 다음분기 이익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도 자동차를 설계하고 만드는 작업 자체가 매우 보수적이고 위험을 지양하는 문화를 생기게 한다. 또한, 자동차 회사들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반면 자율주행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구글이 지도에 일찌감치 많은 투자를 했다는 점도 기여했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운행할 도로에 고해상 3D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의 실질적인 가치창출 매커니즘이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회사는 으례 자동차를 만들고 팔아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생겼다.

지금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나 공유서비스 업체, 전기차 업체들의 지분투자, M&A등 합종연횡이 진행중이다. 산업혁명에 준하는 식으로 파괴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잘했다고 앞으로도 생존한다는 보장이 없는 시점이다. 구글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스마트폰 혁명 초반에 안드로이드를 안착시켜서 모바일 세상에도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동혁명에서도 일찌감치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해놓고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입장으로 보인다. 초창기에 자율주행 기술을 만들어낸다고 고생한 엔지니어들도 존경스럽지만, 기술을 알아보고 사업기회로 만들어 빛이 나게 한 세르게리 브린이나 래리 페이지 두 인물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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