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세 분은 2년전에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낸적이 있다. 그때도 읽고 리뷰를 해본적이 있는데, 말대로 인플레이션이 오긴 왔다. 실물보다는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 인플레이션의 형태지만 말이다. 그때 트럼프에 대한 분석이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 시장을 예측하는게 경제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정치, 사회에 대한 분석과 예상도 필수적이고 역사적 사례와 경험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도 국제관계와 정치 등을 중심으로 놓고 국내외 주식, 부동산, 환율 시장 등에 대해 전망해본다.
세 분 중에서 김한진 박사님은 제법 알려진 사실과 논리로 베어한 뷰를 일관되게 말씀하신다. 전작처럼 나한테는 이번 책에도 가장 도움이 되는건 김일구씨 발언이다. 시각도 좀 유니크만 면이 있고, 핵심적인 부분을 잘 짚는다고 느껴진다. 책을 읽는 분의 배경지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정도 시중의 경제 전망에 익숙한 분이라면 김일구씨 얘기만 읽고 넘어가도 될듯하다.
어떤 책든 한두가지를 건진다면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을텐데, 여기서는 미국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가능성에 대해 짚은 부분이 인상깊었다. 시장 참여자들한테도 간간히 이야기는 나오고 있으나 요즘 상황이 브렉시트니 미중 무역협상이니 하루하루 이슈가 많다보니 미국 SOC에 대해서는 아직 별 얘기는 없다. 시장에도 크게 반영은 안 되어 있는듯 하다.
2020년 재선 레이스를 위해서 트럼프는 SOC투자를 추진할꺼라는게 이 책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원래 대통령이 될때 SOC를 공약했었지만 감세를 먼저 추친하는 걸로 바꿨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감세는 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감세에 비해서 인프라가 지역구를 기반에 둔 하원의 동의를 얻기 수월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인프라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어갈텐데, 다 정부돈으로 하는게 아니다.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 투자은행들이 돈을 벌게 해주면서 SOC를 하겠다는 생각같다. 마침 최근 연준이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완화해주면서 투자은행이 돈을 공격적으로 태울 공간을 만들어줬다.
미국은 외부 세력과 패권경쟁을 할때 자체적인 동력으로 성장률을 높게 유지시키곤 했다고 한다. 중국이 추세적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어도 미국은 뭔가 만들어내서 상대적으로 성장률을 유지해나간다는 얘기다. 달러 약세가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환경임을 암시한다.
그 밖에도 김일구씨가 여러가지 현상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인상깊다. 몇가지만 요약해보면,
- 냉전시대에는 진영논리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했다. 어느 쪽 편을 드느냐에 따라 경제관계도 바뀐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보면 예전 냉전때처럼 미국에 유리한가 불리한가에 따라 모든 관계를 바꾸겠다고 한다.
- 은행 PBR이 0.6배에 불과한데, 이는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은행이 원금을 어떻게 돌려받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가있다. LTV는 사실 담보를 보고 대출을 하겠다는 것으로, 사람을 보고 대출을 해야하기 때문에 진작에 DSR를 쓰는게 마땅했다
- 한국 주식시장만큼 어려운 시장이 없는데, 세상의 악재란 악재는 다 반영한다. 미국 주식시장은 주가 하락이 기업실적이나 경제지표 악화에 동행하거나 후행하는데, 우리나라는 실적이나 지표가 나빠지기 전에 선행해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 국내 큰 기업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기사들이 나오니까 이제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가나 정보 비대칭성이 없다. 금융기관이 수수료를 받을 이론적 근거가 없다. 해외 기업에 대해서는 아직 기자들이 확장하지 못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이 수수료를 내고 정보를 얻고자 한다. 그래서 증권사가 해외주식 연구에 몰두.
- 역설적이지만 젊은 사람들한테 자영업을 권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처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읽는 자영업자가 드물다
책이 전반적으로 산만한 느낌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3명의 저자가 다양한 내용을 얘기해준다. 증권사 레포트보다는 좀 더 시야는 넓고 길다. 이런 책은 6개월만 지나도 생명력이 떨어진다. 읽을꺼면 빨리 한번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