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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 - 세계 1등 혁신국가를 만든 이스라엘의 아버지 시몬 페레스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시몬 페레스 지음, 윤종록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평점 :
최근 한국의 젋은 창업자나 일본의 유니클로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비관론과 회의론을 헤쳐나가서 담대한 꿈을 꾸고, 포기하지 않고 밀어부쳐 나갔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지금까지 그걸 너만 몰랐냐고 한다면, 내가 살아온 경험과 주변 환경이 그래왔기 때문이라고 말해야 겠다. 공부하고 취업하고 일하면서 눈앞만 보면서 좁게 살고 있다.
간접경험이야말로 독서를 하는 이유라고 본다면 이렇게라도 알게 되는게 독서의 장점을 경험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곳에 내 감상을 간단히 씀으로써 한명이라도 책을 읽으며 생각이 바뀌고, 꿈을 꾸고 실행해나갈 수 있다면 세상을 바꾸는데 내 독서가 어느정도는 기여하는 게 아닐까 상상도 해본다.
물론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꿀만한 꿈을 꾸고 비난과 고통을 이겨내며 뭔가 행동을 해야되는건 아니다. 자신의 일상과 생계를 유지하면서 자기이 맡은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게 세상을 평온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임을 안다. 적당한 회의주의와 포기속에서 자신의 주변만 잘 정리해도 주변사람들에게 기여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셈이다. 사실 그렇게도 못 하는 사람도 많은게 현실이다.
이 책은 중동의 강소국 이스라엘을 만든 창업자 중에 한명인 시몬 페레스가 죽기전에 남긴 유언같은 자서전이다. 이 분은 참 극적인 삶을 사셨고, 여러가지 일들을 많이 하셨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족적을 남겼다. 돌아가실때까지 쉬지 않고 꿈을 꾸는 젊은이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겨우 하나할만한 일을 여럿해냈다.
책을 읽으면 한국의 이병철이나 정주영 같은 기업가가 연상된다.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에서 창업을 한 점이 공통점이다. 생존이 걸린 도전을 해내서 이뤄냈다는 점도 그렇고, 주변의 비난과 회의론을 뚫고 담대한 꿈을 꾸고 상상력을 발휘해나갔다는 점도 비슷하다.
나는 중동이랑 멀리 떨어져있어서 자세히는 몰랐다. 이스라엘이 선진국에 속하고, 미국과 유럽의 비호아래 옆에 있는 중동국가를 괴롭히는(?) 이미지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국가가 만들어질때는 일제 치하에서 독립한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고, 농사를 짓기에도 척박한 땅이었다. 주변 사방이 적으로 둘러쌓여있고 제대로된 무기조차 없다. 그렇게 척박한 곳이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유대인들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운동이 벌어져서 전세계에서 유대인들이 모여든다.
그 과정도 험난했다. 국가를 세우겠다는 운동에 회의론과 비관론이 팽배했다. 시몬 페레스와 그와 뜻을 함께한 스승 벤구리온은 그런 패배주의적인 생각에 경악하면서 끝까지 열정적으로 그들을 설득시켜 나간다. 홀로코스트라는 대학살과 전세계에서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공격으로 내년에 유대인 회의에서 못 만날 수 있다는 공포와 회의감 속에서 유대인의 나라가 필요하다는 대의를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어렵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선포한다.
빈땅에 국기만 꼽는다고 나라가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자신을 지킬 무기나 먹고 살 수 있는 산업도 없다. 그렇다고 도와주는 나라도 없다. 이스라엘을 돕는다고 하다가 중동 국가들에게 밉보이면 별로 좋을게 없기 때문이다. 기름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많아서 그들이 뭉치면 경제에도 좋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국방을 위해 시몬 페레스는 무기 밀수입에 나선다. 음지에서 무기를 수입하고 구해온다. 비행기를 들여오기 위해 부품으로 분해한 후 위장해서 가지고 들어온다. 프랑스와 비밀리에 핵무기도 개발도 추진한다. 핵의 위력이 여기서도 드러나는데, 핵개발이 완료되니 비로소 안보가 굳건해진다. 주변에서 건들지를 않아서 전쟁이 줄어든다. 핵개발에 있어서도 주변에서 회의론과 비관론이 팽배했다. 사람, 기술, 자본도 다 없고 미국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될거라는 공포가 지배한다. 그럼에도 페레스는 핵무기를 꼭 가져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정권이 바뀐 프랑스와 비밀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술자들을 교육시킨다. 리더로서 자신도 핵무기의 디테일한 측면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기술자들과 같이 핵공학도 공부하는 점은 대단하다.
엔테베 작전이라고, 최근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전대미문의 군사작전이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을 많이 태운 민항기가 납치되었는데 이걸 구해온 사건이다. 이스라엘에서 몇 천 km떨어진 곳에서 작전을 펼친다. 병력이나 물자 수송 문제 등을 감안하면 주변국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이역만리에서 작전을 펼치는 건 어렵다. 여기서도 회의론이 많았다. 테러리스트들과 협상하자는 거고, 구출작전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는 거다. 아무도 구출작전에 대해 상상하지 않았고 디테일한 작전에 대해 감히 상상해보지도 않았다. 여기서도 페레즈는 소수파였지만 구출작전이라는 대안을 마련하고 리더를 설득해 나가서 결국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어낸다. 이 작전은 전설로 남게 된다.
그 밖에도 사회주의적 계획경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경제에 벤처붐을 일으켜서 오늘날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이스라엘 경제의 기초를 만드는 부분에도 그가 기여했다. 철천지 원수였던 팔레스타인과 만나서 담대하게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 상상력과 결단력을 발휘한다. 여기서도 주변의 만류와 회의론이 많았으나 그는 도덕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노벨평화상도 받는다.
죽기전에 자서전에서 자기자랑이나 하는게 아닌가 하는 냉소를 이겨낼 정도로 그는 혁혁한 공을 많이 남겼다. 그는 화려한 과거를 회상하기 보다는 젊은이들이 담대하게 상상하고 도전하라는 메세지를 남기기 위해 이 책을 남겼다고 전한다. 요즘처럼 기술이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고 국수주의와 포퓰리즘이라는 새로운 위험이 부각되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예상하지만 거기서도 미래에 대한 낙관을 잃지 않는다. 도덕적인 대의에 기초한 신념을 가지며 담대한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