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 불공정한 시대의 부와 분배에 관하여
이매뉴얼 사에즈.게이브리얼 저크먼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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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기점으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 특징적인 부분은 세계화 퇴조와 '큰 정부'의 컴백이다. ‘작은 정부'가 선이라는 믿음과 반대 흐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정부의 비효율성과 무능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미국의 '작은 정부'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많이 해왔다. 그래서 나도 '작은 정부'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에 '작은 정부'의 본진인 미국에서도 이런 흐름이 뒤바뀌는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데, 코로나와 중국과의 체제경쟁이라는 두가지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것이 총성없는 전쟁에 준하는 나머지 국가의 개입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확진자 검출하고 격리시키고, 락다운 의사결정을 하는 정부몫이 커진다.

두번째는 중국과의 경쟁이다. 중국은 '너무나 큰 정부'이다. 막대한 보조금과 갖은 합법적, 불법적 정책을 사용해서 자국 산업을 육성시킨다. 미국은 '작은 정부'가 좋다고 너무 넋놓고 앉아있다가 단기적으로 위협을 받고있다. 물론 '작은 정부'로 인한 민간의 자발적 활력이나 혁신동력이 장기적으론 중요하긴 하지만, 일정부분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이 힘을받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지금은 코로나와 중국의 두가지 전쟁 국면이다. 미국에서도 정부가 많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게 시대의 흐름이다. 소련이 무너져 체제경쟁이 끝나고,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작은 정부' 시대가 열렸다. 세금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세기(팍스 아메리나)'와 '작은 정부', '세계화', '감세' 이런 모든게 같이 물려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고, 이 책은 거기에서 '감세'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재기와 대안제시를 하고 있어 시의적절하다. 최근 바이든의 부자 증세 논의가 있었고, 앨런 미국 재무장관은 OECD에서 글로벌 법인세 최저레벨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얘기가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 이후 법인세와 소득세를 내리는게 선이라는 인식이 시대정신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과거 미국은 사뭇 달랐다. 특히 루즈벨트 대통령 얘기를 들으면 정말 이게 내가 알고 있는 미국인가 싶을 정도로 사회주의적이고 과격했다. 누구든 일정 수준이상의 소득은 가져갈 수 없을정도로 세금을 혹독하게 뗐다. 즉, 엄청나게 누진적이였다. 유럽의 구체제에서 민중들에게 많은 세금을 지우는데 질린 나머지 미국 건국초기에는 유럽보다는 진보적인이고 누진적인 세금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돈많은 사람들이 세금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경향이 있었고 소득세가 없어지거나 낮아지는 구간이 등장하곤 했다. 그래도 국가의 필요에 의해 다시 세금이 높아지는 때가 분명히 있었다. 요즘처럼 전쟁같은 국면에서 특히 그랬다.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미국만 세금을 올리면 어차피 부자들은 다 해외쪽 구멍으로 빠져나가고 실제 세금을 올려봤자 이득이 없다는 거다. 앞서 앨런 장관의 OECD 최저 세율논의를 언급했지만, 이 책을 통해 이런 방향에 대해서 범국가적인 정책이 하나둘 진행중이라는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탈세를 하는 주요 방법은 법인세가 낮은 곳에 세워진 곳과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몰아주는 방법이다. 빅4라고 불리는 회계법인에서 이런 컨설팅 사업을 주관하고 있고 막대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최근에는 규제가 생겨서 대기업이 국가별로 올리는 이익과 세금에 대해 보고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세무당국에는 이 자료를 필수적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어서 맘만 먹으면 세무당국이 최저 세율을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진전이 많이 되어 있는 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

저자들은 버클리 대학 경제학 교수들인데, 이 세금의 문제에 대해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세금을 내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는 것. 그리고 레이건 정부이후 자본대비 임금이 세금에 대해 너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었고, 이게 부자들이 더 부를 축적하게 만들었다. 이게 빈부격차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는 거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금대비 자본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 즉, 소득의 원천에 관계없이 동일한 소득에는 동일한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세는 정부에서 얼만큼 맘먹고 탈세를 잡아내느냐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레이건 정부 이후 '작은 정부' 이데올로기가 대중화되면서 '탈세'가 미덕이고 적법하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었지만 최근에 코로나 국면 등을 거치며 탈세에 대한 인식이 점차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FANG같은 다국적 대기업들이 독점적이기 때문에 문제의식도 많고 탈세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는 않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국면에서 미국 국가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있고,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만국이 겪고 있기 때문에 세금 징수에 대한 의미가 글로벌하게 진행중이다.

차츰 증세에 대한 뉴스 플로우도 많아질 것이고 사회에 이슈가 될 거라고 본다. 세금에 대한 여러가지 쟁점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 책이 큰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다.

< 참고: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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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 - 디지털 뉴노멀 시대를 지배하는
마이클 쿠수마노.데이비드 요피.애너벨 가우어 지음, 오수원 옮김 / 부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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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영/기업 분야에서 키워드를 생각해보면 디지털,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 ESG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중에서 디지털,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은 같이 엮여서 가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기술로 플랫폼을 하기가 더 쉬워지고, 인공지능은 플랫폼에서 생성된 빅데이터를 학습하면서 플랫폼을 더 강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원래 있었던 개념이다. 전화 통신망이나 전화번호부, 컴퓨터에서 쓰는 윈도우즈 운영시스템 같은 것이 플랫폼의 원형이다. 예전에는 플랫폼이 기존 사업을 압도하지는 않았다. 보조적인 역할을 하거나 디지털 일부 영역에 플랫폼이 국한된 정도였다. 최근엔 차원이 다른 강력한 플랫폼이 탄생했다.

현재 시총 상위에 있는 기업중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일라바바, 텐센트가 대표적이다. 애플 같은 경우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달해 프랑스, 영국 GDP 규모랑 비슷할 정도로 커졌다. 플랫폼 기업들은 비대면이라는 특성과 성장주라는 이점으로 코로나 발생이후 더 각광을 받았고 한국의 '서학개미'들도 이들 플랫폼 주식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Big_Tech )

플랫폼이 더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디지털, 인공지능 기술로 무장한 플랫폼 기업들이 각종 사업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플랫폼 기업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기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많은 소비자/사용자 기반으로 새로운 비지니스를 새로운 관점에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렇게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보니 기존 기업들은 플랫폼에 참여해야 하는것인지, 아예 플랫폼을 새로 시작해야 되는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혼돈에 빠지기 시작했다. 주식투자 측면에서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책과 신문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학습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 플랫폼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책중에 하나가 <플랫폼 레볼루션>이다. 이 책과 같은 부키 출판사에서 2017년 6월에 출간되었는데, 한국에서만 28쇄를 찍었다고 한다. 나는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사람들이 그 책을 통해 플랫폼 개념을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플랫폼은 변화가 빠른 영역이다. 플랫폼에 대해 업데이트된 내용이 담겨있으면서도 충실한 책이 필요한데, 이번에 부키에서 나온 이 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책은 길지 않으면서도 플랫폼의 개념, 특징과 전략, 실패사례 등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 제 1저자가 MIT 경영대학원 교수다. 경영 교과서같이 정통적인 부분에 집중하면서 사례를 중심에 놓고 설명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은 '네크워크 효과'다. 사용자가 점점 많아질수록 네트워크의 가치가 급속하게 늘어난다는 개념이다. 처음에 플랫폼을 만들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 거기서 공급자나 사용자를 끌여들이는 작업을 해야된다. 돈을 써서 공급자나 사용자를 모으면서 시작할 수도 있다. 아니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처럼 사용자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등 가치를 제공해서 사람을 모은다. 그렇게 사용자가 모이기 시작하면 이익을 만들 수 있는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사람이 많다고 해도 무조건 돈이 되는 모델이 쉽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플랫폼을 만들어서 궤도에 오르는 것 자체도 힘들고 드문일이다. 망하는 기업이 많듯이 망하는 플랫폼도 부지기수다. 사용자가 다른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호밍도 막을 수 있도록 해야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더욱 강화시키면서 많은 이들을 조율하며 이윤을 만들어나가는 섬세한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경쟁자가 출연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 이 책의 장점이다. 페이스북에서 사용자 정보를 제 3자 기업에게 제공하면서 여론을 왜곡시키는 문제가 발생했고, 구글의 검색시장 독점 이슈 등이 플랫폼 기업들에게 규제를 강제하는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윤리적인 이슈도 다루면서 플랫폼 기업이 알아서 큐레이션을 하고 자율규제를 하는 방법에 대해 권고하고 있다.

풍부한 사례와 체계적인 접근법을 통해 이 책 한권만 잘 읽어도 플랫폼의 개념과 특징 등을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책이다. 투자자나 경영자에게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 참고: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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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신탁설명서 - 신나게 읽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신탁기본서
황성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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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들의 직투 열풍이 뜨겁다. '신탁'이라는 용어는 낯설지도 모르겠다. 금융회사는 주식 매매를 중개해주는 것도 있지만, 전반적인 자산관리를 해주는 게 중요한 사업 영역중 하나다. 시장이 좋을때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평생 계속하기 보다는 자산의 일정부분은 금융기관에 관리를 맡기는게 현명하다.

자산관리를 할때 대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바로 '신탁'이다. 영어로는 Trust다. 한마디로 재산을 밑고 맡긴다는 의미다. 자산의 소유권은 바뀌지만 금융기관이 맡긴 사람의 의도에 따라 운용, 관리, 처분해주는 제도다.(p.16~17)

신탁은 기본적으로 1:1 계약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상품인 펀드에 비해서 맞춤식으로 설정이 가능하고, 유연하다. 다양한 용도로 신탁을 활용할 수 있다. (p.26)

이러한 신탁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종합재산관리'신탁이다. 금융회사에서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비지니스가 가능한 영역이다. 한국에서 자산가 증가나 노령화 등을 감안하면 유망한 분야로 보인다.

예전에 외국 영화를 보면 유언을 집행하는 데 여러 조건들을 걸어서 자산을 월급처럼 자식에게 주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한꺼번에 큰 유산을 받아서 사기를 당하거나 과소비로 날리는 경우가 있을텐데, 신탁으로 이런걸 조건을 짜서 계획적으로 넘겨줄 수 있다. 이런 서비스는 '유언대용신탁'이라고 한다. 유언장을 쓰는 것에 비해서 간편하고 금융회사에서 전문적으로 설계가 가능하다. 이런 서비스도 '종합재산신탁'의 한 유형이다. (p.118~120)

최근에 신영증권에서도 이와 관련된 광고도 만들고 열심히 사업화하고 있다고 한다.

https://youtu.be/Q6XTMZGRkAY

기존에는 '금전신탁'이라고 해서 '투자'쪽에 중점을 준 서비스가 가장 유명했다. ELS를 신탁형태로 담은 ELT라던지,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MMT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자사주 신탁 같은 서비스도 기존 자사주 매입 서비스보다 유연성에 따르는 장점에 있어 좋아 보인다.

그 밖에도 자산유동화와 담보관리를 위한 '재산신탁'도 다루고 있다. 부동산을 대출을 받거나 미래의 수익권/매출채권을 유동화(현금화)할때도 신탁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정리해보면 크게 신탁은 3가지로 구분된다. '금전신탁', '재산신탁', '종합재산신탁'이다.

이처럼 유연하고 제도적으로 많은 장점을 가진 신탁은 금융회사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이런 신탁의 개념과 활용방안에 대해서 잘 드러내고 있다.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설명에만 그치지 않고 적절한 사례를 제시해 주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실무자를 위해 회계, 세금, 신탁법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어 업무를 할 때 기초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종합하면, 이론과 사례를 적절하게 잘 배치하고, 실무자를 위한 부분까지 가미하는 등 균형감이 돋보인다. 기존에 신탁은 '금전신탁'에 많이 치우쳐져있는 편이고 종합적으로 신탁을 조망하는 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만큼 신탁이 커나가는 분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며, 신탁에 대해 입문하고자 할 때 첫번째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참고: 책을 제공받고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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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길더 구글의 종말 - 빅데이터에서 블록체인으로 실리콘밸리의 충격적 미래
조지 길더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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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G이라고 표기되는 소위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업들은 한국 주식투자자들도 열심히 직구하는 대표 우량종목이다.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어마어마하다. 애플의 시가총액을 다 합치면 한국 전체 시총보다 크기도 하다. 그만큼 돈을 잘 벌고, 앞으로도 계속 잘 벌꺼라는 기대가 충만하다. 그런데다가 주주환원도 화끈하다. 배당도 주지만 자사주를 화끈하게 산다. FANG 주가를 보면 거침이 없다. 한번만 사놓으면 그냥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는 주식같아 보인다.

좀 맥락은 다르지만, 예전에 '니프티 피트티(nifty fifty)'라는 주식이 있었다. 미국 1960년대 기관주도 장세가 됐을때 기관이 선호하는 '멋진 종목'들이다. 한번 사놓고 고민할거 없이 계속 보유하면 높은 배당수익과 주가상승이 보장된다는 뜻에서 원 디시젼(one decision) 주식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개인들도 이 주식으로 모여들었고 결국 거품이 만들어졌다가 꺼지면서 후일에 대폭락을 경험하면서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FANG도 같은 경로가 예정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든다. 이 기업들도 언제까지나 성장할 수 있을까? 기술이 바뀌도 환경이 변하면 이 기업들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새로운 위대한 기업들이 나와서 FANG도 제 2의 GE, IBM이 될까? 그렇다면 언제 FANG주식과 이별해야 될까? FANG이 다 같은 운명을 지닐까? 포트폴리오에 FANG이 없으면 당장 초과수익률 내기도 어려울텐데,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 당장은 주식을 다 팔아치우고 견디자는건 아니다. 그런데 멀리 보고자 한다면 다른 미래를 미리 생각해는 것도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상상에 도움을 준다. FANG을 가장 기술적으로 대표하는 구글의 미래를 예측한다. 당대에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의 구글은 사라진다는 담대한 주장이다. 예측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번 들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어느쪽으로 나갈 수 있는지 하나의 실마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결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현재 구글의 중앙집권적이고 집중화된 시스템은 결국 붕괴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기술의 발전과 보안이 주된 원인이다.

'무어의 법칙'이라는게 있다.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구글의 데이터센터나 빅데이터 분석도 무어의 법칙의 현 단계에서 존재하는 양식이다. 무어의 법칙이 더 진행되면 새로운 기술에 의존하는 형태이 나타난다. 구글이 현재 모습과 아주 달라지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저자가 지목하고 있는건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같은 암호화폐에 적용되는 부분말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보안도 더욱 향상시키면서도 효율적인 일처리가 가능하다. 현재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각자 데이터를 다 데이터센터에 쌓아두고 보안으로 벽을 둘러치고 있는 형태는 비효율적이고 보안에 취약점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무어의 법칙의 발전같은 기술 발전 환경 속에서 블록체인에 기반한 비지니스모델을 가진 기업이 주도권을 쥐게되면 많은 데이터센터를 지어놓고 있던 구글도 결코 안전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나는 간단하게 정리했지만, 구글의 정신에서부터 수학적-철학적 기반에 대한 분석, 블록체인 기술의 태동에서부터 그 철학적, 비지니스적 의미까지 다루고 있는 심도있는 책이다.

저자 조지 길더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하버드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백악관에서도 일했다. 사회, 정치쪽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가 40대에 돌연 기술쪽으로 방향을 튼다.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물리학이나 미적분을 배우고 기술쪽 저서를 여러권 펴냈다. <텔레비전 이후의 삶> 같은 경우 인터넷 시대를 먼저 예고한 책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이 책도 나중에 <텔레비전 이후의 삶>과 같은 지위를 누릴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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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부자들 - 무일푼에서 100억 원대 회사 만든 61인의 현재 진행형 성공기
이신영 지음 / 메이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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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이나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 알바로 모은 자금으로 창업해서 부를 일구는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60여개의 사례를 다루다 보니 깊게 다루지 않지만 젊은 사장님의 패기와 열정이 전해지는 기분 좋은 책이다. 그들이 왜 창업을 하게 됐는가? 어떤 철학과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실패 과정을 겪었는지 각자 사연을 들려준다.

한국 젊은이들이 모두다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입사를 위해 준비를 하는게 아니다. 신문이나 인터넷에 나오는 기사로 어림잡아 쉽사리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다. 이 책의 저자처럼 의문점을 가지고 발품을 팔면, 창업이 어려운 한국에서도 새로운 발상과 열정으로 혁신적 상품을 세상에 내놓아 사람들에게 이득을 주고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권오현의 <초격차>나 갤러웨이의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도 나오듯이 대부분 안정된 기업에서는 좋은 리더를 만나지 않는한 혁신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말로는 혁신 캠페인을 하고 혁신 부서를 만들고, 혁신 회의를 하면서 엄청 큰 일을 벌인다. 실질적으로 약간의 개선이나 푸쉬를 통해 다음 분기나 내년도에 기대되는 이익보다 조금 더 높은 목표치를 달성하고자 노력할 뿐이다. 특별히 사고만 안 치면 괜찮은 월급과 지위를 누린다. 세상이 변해가는데 제자리에 머무는 것과 같은 태도는 사실 뒤쳐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는 그런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기존의 기업 틀에서 이걸 깨는 리더가 진정한 좋은 리더다.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기존에 하던 관성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드물고 혁신할 일들은 쌓여간다. 권오현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이들은 개선에 머문게 아니라 혁신을 이뤘다. 분명 이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실패할 경우 일정부분 타격도 있겠으나 그들은 어쨌든 이뤄냈다.

이 책에 나오는 창업자들도 작은 권오현, 스티브 잡스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주변을 잘 관찰했고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역발상으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그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근본적인 부분, 즉 업의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고기를 구워 파는 식당을 한다고 해도 고기냄새가 배지 않도록 연구해서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 식당에 적용한다. 또는 기존 금융회사들이 외면해온 소규모 오피스텔과 다세대 주택에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플랫폼을 만든다. 어떤 창업자는 옷의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췄는데, 대기업 의류업체에서 쓰고 남는 원단을 거의 공짜로 받아와서 그걸로 옷을 만들기 때문이다. 원가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기 때문에 대단한 경쟁력을 가진다. 유통기간이 얼마 안 남은 상품이나 약간 상처가 난 못난이 과일 같은 B급 상품을 획기적인 가격에 파는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도 있다.

창업자들이 자주 경고하는 것중에 하나는 "쏠림현상"이나 트렌드에 힙싸이지 말라는 거다. IT니 화장품 등 당대에 뜨고 있는 아이템이면 이미 성숙시장이고 꺼지기 시작한다는 소리다. 남들이 다 좋다는 거 말고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애정을 가진 분야로 창업해야 한다. 당장 '유니클로'를 생각해봐도 옷만들어 파는 고루한 사업에서 엄청난 부를 이루니 말이다. 기존에 하고 있는 분야에서 분명 헛점이 있고 개선할 부분이 있는데, 그런걸 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디든 기회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의지와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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