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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길더 구글의 종말 - 빅데이터에서 블록체인으로 실리콘밸리의 충격적 미래
조지 길더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FANG이라고 표기되는 소위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업들은 한국 주식투자자들도 열심히 직구하는 대표 우량종목이다.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어마어마하다. 애플의 시가총액을 다 합치면 한국 전체 시총보다 크기도 하다. 그만큼 돈을 잘 벌고, 앞으로도 계속 잘 벌꺼라는 기대가 충만하다. 그런데다가 주주환원도 화끈하다. 배당도 주지만 자사주를 화끈하게 산다. FANG 주가를 보면 거침이 없다. 한번만 사놓으면 그냥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는 주식같아 보인다.
좀 맥락은 다르지만, 예전에 '니프티 피트티(nifty fifty)'라는 주식이 있었다. 미국 1960년대 기관주도 장세가 됐을때 기관이 선호하는 '멋진 종목'들이다. 한번 사놓고 고민할거 없이 계속 보유하면 높은 배당수익과 주가상승이 보장된다는 뜻에서 원 디시젼(one decision) 주식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개인들도 이 주식으로 모여들었고 결국 거품이 만들어졌다가 꺼지면서 후일에 대폭락을 경험하면서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FANG도 같은 경로가 예정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든다. 이 기업들도 언제까지나 성장할 수 있을까? 기술이 바뀌도 환경이 변하면 이 기업들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새로운 위대한 기업들이 나와서 FANG도 제 2의 GE, IBM이 될까? 그렇다면 언제 FANG주식과 이별해야 될까? FANG이 다 같은 운명을 지닐까? 포트폴리오에 FANG이 없으면 당장 초과수익률 내기도 어려울텐데,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 당장은 주식을 다 팔아치우고 견디자는건 아니다. 그런데 멀리 보고자 한다면 다른 미래를 미리 생각해는 것도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상상에 도움을 준다. FANG을 가장 기술적으로 대표하는 구글의 미래를 예측한다. 당대에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의 구글은 사라진다는 담대한 주장이다. 예측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번 들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어느쪽으로 나갈 수 있는지 하나의 실마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결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현재 구글의 중앙집권적이고 집중화된 시스템은 결국 붕괴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기술의 발전과 보안이 주된 원인이다.
'무어의 법칙'이라는게 있다.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구글의 데이터센터나 빅데이터 분석도 무어의 법칙의 현 단계에서 존재하는 양식이다. 무어의 법칙이 더 진행되면 새로운 기술에 의존하는 형태이 나타난다. 구글이 현재 모습과 아주 달라지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저자가 지목하고 있는건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같은 암호화폐에 적용되는 부분말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보안도 더욱 향상시키면서도 효율적인 일처리가 가능하다. 현재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각자 데이터를 다 데이터센터에 쌓아두고 보안으로 벽을 둘러치고 있는 형태는 비효율적이고 보안에 취약점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무어의 법칙의 발전같은 기술 발전 환경 속에서 블록체인에 기반한 비지니스모델을 가진 기업이 주도권을 쥐게되면 많은 데이터센터를 지어놓고 있던 구글도 결코 안전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나는 간단하게 정리했지만, 구글의 정신에서부터 수학적-철학적 기반에 대한 분석, 블록체인 기술의 태동에서부터 그 철학적, 비지니스적 의미까지 다루고 있는 심도있는 책이다.
저자 조지 길더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하버드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백악관에서도 일했다. 사회, 정치쪽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가 40대에 돌연 기술쪽으로 방향을 튼다.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물리학이나 미적분을 배우고 기술쪽 저서를 여러권 펴냈다. <텔레비전 이후의 삶> 같은 경우 인터넷 시대를 먼저 예고한 책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이 책도 나중에 <텔레비전 이후의 삶>과 같은 지위를 누릴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