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특별한 직업이 없으셨다.
늘 집에서 놀거나 공을 치러 나갔다.
아버지가 다른 아버지들처럼 출근을 안하는 게 늘 이상해서
어느날 아빠한테 물었다.
"아빠는 왜 일을 안해?"
아버진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일이란 꼭 해야만 하는 건 아니란다."는 게 아빠의 대답이었다.
아버지가 왜 일을 안하는지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됐다.
아버지는 일을 아예 안하는 게 아니라
'임대업'을 하고 계셨다.
임대업이라고 해서 그리 대단한 건 아니고,
테헤란로에 건물 몇개를 소유하고 계셨는데
거기서 임대료가 차곡차곡 들어오고 있었던 거였다.
건물 크기에 비해 임대료는 생각보다 많았고,
그래서 우리는 늘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살았다.
내 학력은 초등학교까지가 전부다.
그 이후의 공부를 난 가정교사로부터 받았다.
날 가르치던 분 중 나중에 TV에 나온 사람도 여럿 있었으니
꽤 실력있는 선생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말았는데,
그때 아버지는 날 이렇게 위로했다.
"뭐 어때. 대학을 꼭 나와야 하는 건 아니야.
대학나온 사람을 네가 부리면 되는 거지."
하지만 난 대학을 가고 싶었기에 3수 끝에 모 대학에 입학했는데,
내가 공부를 잘 못한 건 순전 아버지 탓이었다.
내가 열여섯살 때 아버지는 유언장을 공증했고,
그 유언장에 따르면 아버지는 가장 큰 건물 두채를 내게 물려주신다고 되어 있었다.
친구랑 대충 따져보니 내가 경마, 도박, 여자 등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면
먹고 사는 건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공부에 부쩍 흥미를 잃은 난 가정교사 선생님들과 인생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미적분도 모른 체 대학입시를 보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버지를 원망하는 건 아니다.
건물을 물려주는 능력있는 아버지를 원망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게다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걸 빌미로
군대까지 빼줬으니 말이다.
-다음 시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