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간만에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TV가 틀어져 있는 게 어색함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일밤의 몰래카메라를 한다.

과거의 프로를 가져다가 재탕하는 거, 그리 좋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장나라 편을 보니까 시대의 변화에 맞게 머리를 무진장 쓰는 모습을 보여줘

이번 것도 기대를 했는데

백지영과 장나라가 싸우는 척하며 이기찬을 속이는 게 어찌나 재미있는지

밥을 뜨다 말고 계속 TV만 봤다.

프로가 재미있는 것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게 백지영의 등장이었다.

난 가수 백지영을 그 비디오 사건 때까지로 기억한다.

그 이후의 백지영은 내게 있어서 세상의 폭력에 희생된 가련한 여인이었을 뿐이다.

백지영은 끊임없이 연예계 복귀를 시도했지만

아무 잘못 없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계속 돌을 던졌다.

아니, 마약 한 애들도 다 잘만 돌아가던데 아무 잘못 없는 백지영이 왜 자숙을 해야 하지?

그 사람들의 폭력에 소름이 끼쳤지만 그게 우리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백지영의 도전은 계속 이어졌나보다.

작년 언제쯤 백지영이 가요톱텐에서 1위를 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 기사 밑에도 수없이 악플이 달렸고

난 그 악플들을 읽으며 가슴아파했다.

내가 네이버 관리자가 아닌 게, 혹은 사이버수사대가 아닌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백지영 말야, <사랑 안해> 부른 그 백지영이냐?"

어머니가 내게 물으셨을 때, 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사랑안해>는 내 귀에도 익은 유명한 노래였고

가수는 백지영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백지영이 이제 드디어 진정한 가수가 되었구나.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모두 이겨내고 홀로 섰구나.

내 우려와 달리 엠비시 일밤 게시판이나 네이버에 백지영을 탓하는 댓글은 거의 없었다.

원래부터 그녀를 좋아했지만

당당히 선 그녀의 미소가 유난히 이뻐 보인다.

나도 남들이 뭐라고 하건 굴하지 않는 당당한 백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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