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보니 손학규가 기자 회견 중에 울고 있다.
계산된 눈물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말한다면
그렇게 슬퍼할 일을 왜 저지르는지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떠한 말로 자신을 치장한다 해도
사람들은, 지지율이 낮아 어차피 안될 거니까 탈당한 거라고 생각할 거다.
그리고 사람들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정치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여권의 환영 논평이야 존재하지도 않는 반사이익을 기대한 거겠지만
시대가 옹호하는 명분 운운한 이인제의 찬사가 유난히 눈에 띈다.
그런 그를 보고 있노라면 동병상련이란 단어가 떠오르지만
정작 이인제 본인은 손학규를 제2의 이인제로 칭하는 게 불쾌한 기색이다.
자신은 경선에서 완주한 뒤 탈당을 한 반면
손학규는 경선을 해보지도 않고 탈당했기 때문이라나.
제대로 된 사람이면 경선 완주 뒤 탈당하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할 텐데
이인제는 그런 것도 아니니, 정치인의 뇌 구조는 참으로 희한한가 보다.
이인제의 요구대로 그를 제2의 이인제로 칭하는 대신 다른 모델을 찾아보면
92년의 이종찬이 떠오른다.
3김으로 대표되던 정치판의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을 품게 했던 그는
지지율에서 뒤지자 당을 나가고
이름도 기억 안나는 조그만 당을 만든다.
한때 종로의 단골 당선자였고
야당 총재인 이민우에게 승리하기도 했던 그는
"3김씨와 붙어도 자신있다"고 호언했었다.
하지만 당을 떠난 뒤 행보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걸로 보아
별반 일이 잘 풀리지 못한 건 확실한 것 같다.
제2의 이인제건 이종찬이건
중요한 건 탈당해서 잘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두 유력주자를 견제해 줄 것을 기대했던 비교적 괜찮은 후보의 어지러운 선택이
그래서 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