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마술사 1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9.11 테러가 성공-테러범 입장에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게 너무도 예고 없이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었다. 테러범들이 예행연습을 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일단 폭탄을 실은 모형비행기를 가지고 초가집 한 채를 날린다. 그 사건 자체는 주목을 못 받겠지만, 수사관들은 모형비행기와 폭탄의 출처를 파악하려고 할 거다. 그 다음 그보다 큰 규모의 건물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 이번엔 좀 더 큰 행글라이더가 수단이었다. 수사관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그들이 과연 노리는 게 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진다. 수사력이 뛰어나고 잘난 체하기를 좋아하는 한명이 말한다.
“세계무역센터라는 데 내 봉급의 반을 걸겠소.”
WTC 건물로 비행기를 몰던 테러범들은 깜짝 놀란다. 어느 새 다가온 F15기가 “비행기를 세우지 않으면 격추하겠다.”고 경고한다. 사람들이 모두 대피해 무역센터에는 아무도 없다. 결국 그들은 머리에 손을 얹은 후 비행기에서 나오는 신세가 된다.
9.11 이후 사전에 이런저런 정보가 입수됐었다는 게 사건 직후에 흘러나왔다. 굳이 다른 일을 하지 않더라도 수상한 자들이 모여 수상한 행동을 하는 건 다른 이의 주목을 끌게 마련이다. 그래서 난 <사라진 마술사>의 범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범인의 목적은 E였지만, 그는 미스디렉션-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는 마술적 기술-을 한답시고 A와 B라는 사건을 저질러 명수사관 링컨 라임의 표적이 된다. 그것도 부족한지 사건과 전혀 무관한 C를 저지르다 검거될 뻔하는데, 그가 왜 굳이 링컨 라임같은 사람과 머리싸움을 자청했는지 알 길이 없다. 그 정도로 좋은 기술과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미스디렉션 같은 걸 안해도 목적 달성을 쉽게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러니 이 책에서 벌어지는 링컨 라임과 범인과의 치열한 머리싸움은 순전 독자를 위한 것일 뿐, 범인 자신에게 하등 이득될 게 없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없는 건 결코 아니다. 이 책 덕분에 난 설 연휴를 손에 땀을 쥐는 긴박감을 느끼며 보낼 수 있었다. 명절을 잘 보내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재미있게 보내는 것도 잘 지내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책의 저자인 제프리 디버는 알고보니 내가 재미있게 봤던 <본 콜렉터>의 원작자이며, 그 책 말고도 여러 권의 링컨 라임 시리즈를 썼다고 한다. 당분간은 심심할 새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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