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백수다.
실업자의 정의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는데 일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의사가 별로 없어진 내가 정부의 실업자 통계에 잡혀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백수로 살려면 백수라는 자격지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백수에 대한 가정적, 사회적, 국가적 그리고 이성적 편견이 워낙 지대한지라
그런 것들과 싸우며 살려면 보통 사람보다 더 굳은 마음을 먹어야 한다.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이 그래 나 백수다 어쩔래 하고 들이대는 것.
알라딘에 가입하고 닉네임을 만들면서
'백수'라는 이름을 생각했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까 백수를 쓰는 사람은 예상외로 많았다.
'백수'만 해도 여럿이 잡히고
백수쟁이곰, 백수두달째, 백수킹카, 백수의 왕, 백수고양이, 심지어
백수건달까지 있다
그들이 이렇게 들이대는 것도 다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함일 터
그들의 존재에 든든한 동지감을 느끼며
다른 닉네임을 찾았다.
별로 오래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책상 앞에 놓여 있는 진라면이 눈에 띄었다.
원래 신라면만 먹다가 차승원이 맛있다고 한 이후부터
진라면만 쌓아놓고 먹고 있었다.
난 닉네임에 진라면이라고 썼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진라면도 두명이나 있다.
백수를 닉네임으로 쓰는 사람들에겐 동지감을 느꼈지만
진라면을 쓰는 사람에겐 좀 화가 났다.
그들이 설마 나보다 더 진라면을 많이 먹을까?
게다가 그들의 서재에 가봤더니 방문객도 0이고
서재에 아무것도 차려놓은 게 없다.
그래도 난 다른 닉네임을 찾아야 했다.
더 오래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진라면이라는 글자 옆에 오뚜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난 오뚜기진라면이 됐다.
난 알라딘 유일의 오뚜기진라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