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의도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므로
한 독자의 과도한 상상력과 해석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먼저 가스파르가 길을 잃고 헤맬 때
떠올린 엄마의 말입니다.
"밤에는 모든 고양이가 잿빛이야."
가스파르는 그 의미를 잘 모르지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감을 찾게 됩니다.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프랑스의 오래된 속담이더라고요.
깜깜한 밤에는 서로 다른 색깔의 고양이들도
구별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본래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히지 않을까요?
여기서 가스파르의 핼러윈 의상이 떠올랐어요.
사실 가스파르는 배트맨 옷을 입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포기해야 했습니다.
결국 울면서 유령 옷을 입게 되지요.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하지만 배트맨 옷을 입든 유령 옷을 입든
가스파르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싼 옷을 입는다고 더 멋진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쩌면 엄마는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어떤 모습이든 너는 너라고,
무엇을 입고 가졌느냐에 따라
너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에요.
어쩌면 가스파르는 그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자신을 믿어주는
엄마의 마음만큼은 느끼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후반으로 가면 가스파르는
유령 옷을 벗어버립니다.
그동안 유령 옷은 가스파르를 보호하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그 옷이 필요 없어진 것일까요?
저는 이 장면이 가스파르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배트맨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유령이 된 가스파르.
하지만 배트맨 옷이 없어도 충분히 용감했어요.
두려움을 견디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며
마치 로빈슨 크루소처럼
홀로 긴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이하니까요.
진정한 용기는 배트맨 옷이 아니라
가스파르의 내면에 이미
존재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책의 마지막 문장은 가스파르의 질문입니다.
엄마가 답을 줄까 싶었지만 그대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어쩌면 작가님이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아닐까요?
어때요? 정말 그런가요? 동의하나요?
가스파르는 엄마에게 답을 듣지 못했지만,
이미 자기만의 답을 찾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배트맨 옷을 입지 않고도 용감하게
홀로 밤을 보낸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길을 헤맬 때에 가진 질문과
이야기의 끝에 던진 질문의 무게는
전혀 다를 것 같습니다.
이 그림책은 다양한 연령에서
여러 주제로 활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들과는 핼러윈이나 무서운 순간을 이겨 낸
경험을 이야기해 보아도 좋겠고요.
조금 더 큰 친구들과는 '보이는 나와 진짜 나'라는
주제로 생각을 나누어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나에게도 배트맨 옷이나 유령 옷과 같은 것이 있는지,
나의 진짜 멋진 점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겠네요.
성장이란 꼭 멋진 누군가가 되는 일만은 아닐 겁니다.
어떤 모습이든 나는 나이고,
내 안에는 생각보다 더 큰 힘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성장은 아닐까요?
가스파르가 홀로 보낸 하얀 밤은
바로 그런 성장의 시간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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