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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드 집에 놀러 간 날 ㅣ 로빈의 그림책장
우예 브란델리우스 지음, 클라라 다켄베리 그림 / 안녕로빈 / 2026년 10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그림책은 안녕로빈 출판사의
사회정서 그림책 중 한 권입니다.
제목만 보면 친구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나 감정에 관한 것일까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그런데 『하랄드 집에 놀러 간 날』은
단순히 친구 집에 놀러 간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다양한 모습의 삶이 공존합니다.
경제적인 격차도 있고,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를 인식하는 일은
생각보다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녀는 엄마랑 같이
하랄드라는 친구 집에 놀러 가게 됩니다.
샌드위치까지 챙기고 놀 생각에 신이 났지요.
하랄드는 어떤 친구일까?
둘은 어떤 재미난 놀이를 할까?
이때까지만 해도 독자 역시 기대하며 책장을 넘깁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뭔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돼요.
물론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조금 늦게 알아차릴 수도 있겠지만요.
하랄드는 컴퓨터 게임을 시작하고,
게임을 잘하지 못하는 소녀는 강아지와 노는 걸 택해요.
그런데 소녀는 왜 컴퓨터 게임을 잘 못할까요?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방에서
장난감이 가득 담긴 자루를 발견합니다.
그 안에는 하랄드 집에 오는 길에 장난감 가게에서 본
트랜스포머 로봇도 있었어요.
소녀가 너무나도 가지고 싶어 했던 장난감입니다.
누군가에겐 간절하게 원하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겐 이미 지루해진 것이라니..
그 차이가 참 마음 아프게 다가왔어요.
소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부모 된 눈으로 보자니 참으로 마음이 시끄럽습니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글과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의 차이였습니다.
소녀는 시종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얼마나 재미있는지 전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림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두 아이가 함께 놀고 있는 장면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과 어색함이
느껴지는 이유일겁니다.
어쩌면 소파 양 끝에 앉아 있는
두 아이의 거리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먼지도 모르겠습니다.
버로 이런 것이 그림책의 그림이 가진 힘인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소녀는 엄마에게 고백을 합니다.
눈을 떼지 못하던 로봇을 결국 가방에 넣어 왔다고요.
아~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궁금하시더라도
이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아이들과
충분히 이야기 나누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하랄드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하는
딸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나라면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
딸의 고백을 들은 엄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딱히 정해진 답을 찾을 필요는 없어요.
그저 아이의 생각을 충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페이지에 또 다른 답이 나오기도 하고.
엄마는 로봇을 선반 높은 곳으로 치워두고
다음 주에 돌려줄 거라 말합니다.
그러고는 아무런 잔소리도 하지 않아요.
잠자리에서 아이는 엄마에게 화가 났는지 묻습니다
엄마는 화나지 않았다고 아이를 안심시켜줘요.
아마도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이해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행동 뒤에 있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분명 중요한 일일 테지만요.
엄마의 속마음이 자세히 묘사되진 않지만,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충분히 느껴졌어요.
저라면 이렇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요?
자신 있게 답하지는 못할 것 같네요.
그렇게 하랄드 집에 놀러 간 하루가 저뭅니다.
가벼운 맘으로 펼쳤던 책장을
무거운 마음으로 덮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아요.
특별히 불행한 사건을 강조하고 연민을 보내지도 않지요.
그저 담담하게 일상을 보여줄 뿐이었어요.
그럼에도 그 일상에 담긴 삶의 격차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팩트보다 전하기 어려운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어쩌면 이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조금은 무거운 주제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우리 사회의 단면을
이야기 나누어 볼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그림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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