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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거라 (모노 에디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헤밍웨이의 자전적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는 사실 아직 읽지 못했던 책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명화 극장을 통해 흑백영화로 보았던 기억이 오히려 선명하여 읽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쟁통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그 속에 있던 아름답고 멋진 배우들의 몇몇 장면이 스치는데요, 아직 그 심오한 의미를 헤아리기엔 어린 나이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와 다시 읽게 된 이 책은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무기여 잘 있거라. 잘 있으라는 것은 보통 헤어질 때의 인사입니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딱 적당한 그런 인사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무기'라는 단어입니다. 소설의 배경이 제1차 세계대전이므로 이 단어를 사용했을까요? 그렇다면 무기는 전쟁으로 대변되는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지요.
제목에 들어간 무기, 그러니까 arms에 이미 무기라는 뜻 외에 양 팔이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면 분명 중의적으로 사용했을 거란 짐작을 해보게 됩니다. 마지막에 사랑하는 캐서린과 아이까지 모두 잃은 주인공 프레더릭은 소설의 끝에 '마치 조각상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를 따듯하게 품어주었을 캐서린의 두 팔은 이제 조각상처럼 차가워진 것이죠. 결국 전쟁과도 사랑하는 이와도 이별을 맞게 된 프레더릭. 물론 전쟁과의 이별은 처음 전쟁에 참전했을 때와 실제로 겪은 전쟁의 괴리 사이에서 본인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라면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무작정 들이닥친 결과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죽는다면? 안 죽는다니까.' 한 페이지의 거의 전부를 어쩌면 너무나도 무의미한 이 질문과 답의 반복으로 넣어둔 효과인지, 산고 앞에 캐서린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프레더릭의 이 긴 독백은 읽는 이로 하여금 함께 그 고뇌에 빠져 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처럼 깊은 감정을 감정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 대신 짧은 대사나 장면 설명만으로 조금은 건조한 절제된 언어로 이어나가기에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더 내면 깊은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 무기는 무엇일까요? 안녕을 고해야 하는, 고하고 싶은 무기들. 그저 안녕! 외치고 돌아서면 그만일까요? 안녕의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좋은 안녕이 될 수 있을까요? 무순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멤 돕니다. 고전의 힘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참혹한 시기를 보낸 일명 잃어버린 세대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당시의 허무주의를 완벽히 보여주는 결말에 책을 덮고도 한동안 멍하니 소설이 주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려 애쓰게 있더군요. 참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 전쟁이라는 참상이 실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누군가는 눈물 흘리고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 소설의 결말이 또 그리 허무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전쟁의 시대에 있음직한 결과라는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더 커지는 듯도 합니다. 그러니 이젠 정말 무기에 안녕을 고하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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