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사랑니 두 개를 드디어 마저 뽑았다. 쓸모도 없는 사랑니가 네 개나 들어찬 비운의 인간… 그나마 다행인 건 네 개 다 살짝 기운 채로 곱게 들어있어 발치가 쉬운 편이었다. 하하 이제 나는 사랑니 하나도 없다. 나는 강해졌다 후후후

미국에서는 사랑니 발치를 수술로 취급해서 웬만하면 수면마취를 권하는 편인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냥 했고, 부분마취 돌고 나서 십오분정도만에 끝났다. 입에 거즈 물고 사후관리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회복실로 나오니 아직 수면마취에서 덜 깬 사람들이 횡설수설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약한 미국인들…

의사쌤이 질문 없냐기에 달리기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2-3일은 참아달라면서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 많이 먹고 가만히 누워서 영화나 보라고 했다. 병가도 냈겠다 그런고로 오늘은 합법적으로 온종일 누워서 만화책 보고 게임이나 해야지 ~.~

장 보고 들어올까 하다가 배고파져서 집으로 왔는데 마취가 덜 풀려서 아쉬운대로 끼니 대용 셰이크를 홀짝거리다가 문득 예전에 한국에서 사랑니 뽑자마자 고기집가서 삼겹살에 된장찌개를 와구와구 먹어대던 일이 떠올랐다. 21살은 정말 강하구나…

(나카타 카비의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후기>는 청불이라 그런지 상품 넣기 이미지로 뜨지 않는군ㅜ 이것도 재밌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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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10-02 0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약한 미국인들” 에 빵~ 🤣🤣🤣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하루 푹 쉬며 누워 만화책을 보신다니 부럽습니다^^

적막 2021-10-04 23:17   좋아요 0 | URL
ㅎㅎ 주말에 있는 힘껏 늘어져 있었더니 월요일 아침이 너무 힘드네요😭 독서괭님도 하루의 끝 잘 마무리하시고 편안한 밤 보내고 계시길..

2021-10-02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적막 2021-10-04 23:23   좋아요 1 | URL
헉 ㅠㅠㅠ 진짜 그럴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일반진통제로 다스릴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이긴 했지만.. 통증보다도 확실히 몸이 좀 피곤해하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 와 근데 발치를 두 개나 하시고 춤추러가시다니!!!! ㅋㅋㅋㅋ 정말 멋진 의지력이신데요? 존경합니다😂

mini74 2021-10-02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합법적으로 푹 쉬시고 재미난 만화책 많이 보시길 ~ 나약한 미국인과 강한 21살 ㅎㅎ 에 저도 웃고갑니다. 아 저는 예전에 외로워서 점집에 간 적이 있는데 ㅎㅎ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적막 2021-10-04 23:29   좋아요 1 | URL
ㅎㅎ 마음이 외롭고 힘들면 점집에 가게 되죠 아무래도~~ 불안한 상황에서 확신의 말들을 듣고 싶어하는 건 역시 시대와 국가를 초월한 모든 인간들의 소망인 것 같지요??😭 주말에 지나치게 쉬었더니 월요일 아침이 배로 힘겹네요..ㅎㅎ 미니님도 즐건 주말 보내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