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무튼, 싸이월드 아무튼 시리즈 42
박선희 지음 / 제철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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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를 지나온 사람 치고 ‘싸이월드’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싸이월드 시대의 마감을 (…) 안타까워 하면서도 여전히 그곳을 방치했고, (…) 접속하지는 않”았던 수많은 이들의 이율배반적 감정을 20대의 추억이라는 키워드로 써 내려간 에세이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추억과는 세대적으로 약간 어긋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저자와 약 10년 정도의 터울이 있나보다) 중고등학생 시절 나의 ‘싸이질’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도 있고, 글을 쓰신 분이 기자로 오래 일을 해서 그런지 글의 구성이 탄탄하고 깔끔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본인이 ‘끼인 세대’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든 세대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인 듯, 나는 이 이야기를 60년대생인 부모님에게서도 90년대생인 친구들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어 저자가 ‘끼인 세대’임을 언급하며 감상에 젖는 부분에서는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를 키우며 라디오헤드 대신 핑크퐁을 듣고, 어설픈 자기 연민 대신 변화에 몸을 맡기는 순간이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썼는데 ‘임출육’의 과정 없이는 어른도 되지 못한다는 건가.. (물론 저자는 개인의 경험에 한정해 이야기 했으므로 이렇게 섣불리 맥락을 잘라내서 일반화해서는 안되겠지만) 이러한 사고의 흐름을 정상가족이라는 규범적 제도권에 진입한 사람들이 쏟아내는 새로운 종류의 자기연민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마저도 그저 재밌게 느껴졌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역시 시도때도 없이 젖어드는 자기 연민을 경계해야 되는 것 같다.

저자와 더불어 추억여행을 하고 난 뒤라 그런지 어젯밤 꿈에는 초등학교 동창들이 대거 출연(?)했다. 다들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하고 싶은 말이 마침 책 안에 있어 인용구로 갈음한다.

“차단하고 끊어내고 싶은 사람들, 안 보고 싶은 사람들이 여전히 주변에 득실대고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 인생의 한 시기에서 저렇게 각별했고 여전히 그리운 사람들과는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일까. 잠깐의 스침조차 끈질기고 집요하게 이어지고 재생되는 시대인데 정작 보고 싶은 사람들과 단절되는 것은 초연결시대의 아이러니다.” -P13

각별하지만 남세스럽고 애틋하지만 오글대는 그것. 어딘가에 안전하게 간직하고 싶지만 ‘굳이’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는 않은 그것.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지만 ‘딱히’ 자주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은 그것. 그래도 절대로 사라지지만은 않으면 좋겠는 그것.
나의 이십대, 나의 청춘.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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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24 0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디오헤드 대신 핑크퐁이라니 ㅋㅋㅋ
저 라디오헤드 좋아하는데 그래도 가끔 라디오헤드도 들어주세요 ^^
싸이월드 추억이 떠오르네요 😆

적막 2021-09-24 22:26   좋아요 2 | URL
그쵸~~~ 싸이월드 리뉴얼 됐다는 소식만 듣고 접속해야지해야지 하면서 아직 한번도 안 들어가봤네요 -.-;; 저도 라디오헤드 좋아해요ㅜㅜ 날씨도 서늘해지고 옛날 생각나네요 ㅎㅎㅎ

mini74 2021-09-24 1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핑크퐁 ㅎㅎ 저는 뿡뿡이방귀대장 노래 ㅠㅠ 외로워서 접속했다가 더 외로워져서 접게 되는 게 인터넷 세상이 아닐까요. ㅎㅎ싸이월드 도토리 추억은 방울방울입니다 *^^*

적막 2021-09-24 22:29   좋아요 2 | URL
방귀대장뿡뿡이🤣 ㅋㅋㅋㅋ 알죠알죠 딱히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 생각 없이 sns에 쏟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서 얼마전 도파민디톡스란걸 시작했는데요, 이게 다 스마트폰때문이다 흑흑! 하고 생각했는데 가만 되짚어보니 싸이월드 시절에도 저는 싸이질 중독녀였더라구요ㅜㅠㅋㅋㅋㅋ 도토리로 음악 사는게 중고교시절 유일한 낙이었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