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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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주말...잠은 안오고 뭐 읽을꺼리가 친정에 없나 살펴보니 서진이 읽으라고 배다리 헌책방에서 사다놓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눈에 띄었다.
작년엔가 짱뚱이 도서관에서 사랑방 모임에 참가해서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눌 때, 아이들은 이 영화를 보여주었는데 자막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꽤나 집중해서 보길래 구입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 로알드 달의 책 <멋진 여우씨>를 먼저 읽었다. 그 책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며 어른들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 이 책을 읽어야지 했는데... 그 기회가 바로 또 찾아왔다.

멋진 여우씨의 서평은 http://blog.naver.com/ying93/20121246020

그러고 보니 친정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몇권을 갖다 놔야겠다. 나에게 이렇게 책을 읽을 낮의 자유가 주어지는 곳이기도 하니까...

로알드 달을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책이라서 그런지 정말 흥미있게 읽었다.

영화 속에 제작된 윙카의 초콜릿 공장의 영상이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닐정도로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시공주니어의 레벨 3은 어린이를 위한 책, 권장연령이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지만...어른들도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의 메시지처럼 버릇없고, 못되고, 사치스러운 아이들은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길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아이를 하나둘 나서 과보호로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좋은 것을 준다는 이유에서, 혹은 절망감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에서 너무나 풍족하게 키운다.

부족함이 없이 자란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모른다. 오히려 나누려는 마음도 부족하다.

그런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보고 내가 우리 아이에게 못마땅한 부분을 만든 자신이 아닌지를 뒤돌아봐야겠다. 

 
책의 내용은 참으로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세계 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초콜릿을 만들어내는 윌리 윙카씨, 그러나 스파이때문에 윙카씨의 공장은 베일에 가려져있다. 일꾼들의 출입도 본적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런 윙카씨가 황금빛 초대장을 초콜릿에 넣어 5명의 아이들을 초대한다.

"황금빛 초대장을 가진 아이들은 공장의 제조비법과 신기한 기술을 보여주는 견학과 동시에 평생 머긍ㄹ 수 있는 초콜릿과 사탕을 기념품으로 제공하기까지 한다."

전세계는 황금빛 초대장을 손에 넣으려고 초콜릿을 사재기하는 사람이 생기고 초대장이 발견될 때마다 아이는 영웅이 된다. 아이를 위해 휴교에 들어가는 학교, 가두행진을 들어가는 시청... 

5명의 아이로 선정된 행운의 아이는
엄청나게 마구 먹어대는 아우구스투스 굴룹, 세상에서 제일 버릇없는 버루카 솔트, 늘 짝짝 껌만 씹어대는 바이올렛 뷰리가드, 온종일 TV 앞에만 붙어 사는 마이크 티비, 말라깽이 가난한 주인공 찰리이다.

가족들과 함께 윙카의 공장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모험을 한다.
한번쯤 꿈꿔봄직한 것들도 있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그것이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지만...

초콜릿이 흐르는 강과 폭포, 아무리 빨아도 절대 줄어들지 않는 영원한 왕사탕, 다른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 정식코스 요리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껌, 초코우유를 짜는 젖소, 따끈한 아이스크림....

그러나 공장을 돌때마다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해 하나둘 사고를 당한다. 그때마다 공장의 일꾼들은 독설이 담긴 노래를 하는데...
그중 텔레비전에 중독된 마이크 티비가 사라져갈 때 나오는 노래가 가장 아프게 다가온다.

"우리는 귀중한 교훈을 배웠네. 결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텔레비전 가까이 내버려두지 말라는걸.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예 그 바보 같은 것을 집에 두지 않는 거지.

집집마다 아이들이 입을 헤 벌리고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봐.

빈둥빈둥, 어슬렁어슬렁, 어영부영 눈이 툭 튀어나올 때까지.

지난 주, 어느 집에 가보니 마루에 열두개도 넘는 눈알이 굴러다니더군.

하긴, 텔레비전을 볼 때는 얌전해지더군.

유리창 문턱에 올라서지도 않고 발길질도 안 하고 주먹질도 안하지.

그러니 방해받지 않고 한가하게 점심준비도 할 수 있겠지. 조용히 설거지도 할 수 있겠지.

이건 생각해 보았나?

도대체 이 괴물이 자네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해를 미치고 있는지를.

머릿속의 모든 것을 망치네!

상상력은 생명을 잃어 더 이상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생각은 꽉 막혀 혼탁해지네!

아이들은 멍청이가 되어가지! 동화의 세계도 몰라, 환상의 세계도 몰라.

할 줄 아는 것은 그저 멍하니 쳐다보는 것뿐!

자네들은 이렇게 말할걸세. '알았다고! 알았어! 알았다니까!

하지만 텔레비전을 치워버리면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 해 줄 것이 무엇이겠나?

말해보게! 가르쳐 달라고!'

우리 대답은 이걸세. 옛날 그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뭘 하며 놀았나? 어떻게 즐겁게 시간을 보냈지?

이런 괴물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자넨 까맣게 잊었나? 전혀 모르겠어?

옛날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았나! 책을 열심히 읽지 않았나! 하루의 반은 책을 읽으며 보냈지!

제발, 부탁이니 이렇게 무릎 꿇고 간절히 비니, 텔레비전은 갖다 없애고 그 자리에 근사한 책장을 짜 넣게.

그리고 책으로 가득 채우게. "

결국 찰리만 그 모험을 끝까지 통과하고 윙카의 공장을 운영하는 기적이 주어진다.


그가 이 책을 언제 썼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가 사망한 것이 1990년이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속편같은 책이 또 나온 걸로 보아서는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읽어도 그 상상력을 뛰어넘기 힘들다.

또한 그의 메시지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것 같다.

그것이 아마 고전의 힘이 가지는 것이겠지. 로알드 달의 다른 작품도 너무나 기대된다. 그리고 영화도 봐야겠다.

아이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2011년의 다섯번째 책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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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 하자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지음, 하빈영 옮김 / 현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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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책은 우리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작가 중 한명인 앤서니 브라운이다.
딸도 책표지를 보더니 "어, 앤서니 브라운이다."한다.

너 "앤서니 브라운 알어?" 내가 물으니...울 딸은 "그럼, 돼지책이랑 고릴라랑 우리는 친구랑..." 그러고보니 울집에 그의 책이 10권도 넘게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집뿐 아니라 아이가 있는 많은 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그의 책은 어른들에게 늘 부끄러움을 안겨주고 동화가 단순한 동화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안겨준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와 내가 동시에 좋아하는 부분은 마치 그림 안에서 '숨은 그림 찾기'처럼 재미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도 책을 받자마자 우리집에서 잠자기 전 읽은 책이다.
표지부터가 너무 예쁘다.
그리고 상상이 된다. 노란 꽃을 건네며 하는 말 "우리 친구하자"가 아닐까?


책으로 들어가면
스미스 씨는 딸 스머지, 강아지 알버트를 데리고 산책을 가고
마찬가지로, 스미드 부인도 어린아들 찰스, 강아지 빅토리아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두마리의 개들은 목줄을 풀자마자 공원을 뛰어다니며 친구가 된다. 서로 쫓아가며 달리기를 하다보니 마치 한마리처럼 보일 정도로 함께 금방 친구가 된다. 
 

  

그러나 벤치의 끝에 앉은 두명의 어른은 무심하게 앉아있고,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관심을 표현한다.

이 그림 속에서도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숨은 그림 찾기가 있다. 왼쪽 그림이다. 무엇일까? 자세히 살펴보면 특유의 재치가 보일 것이다.  그냥 말해버리면 재미없으니까 나도 패스~~

아이들은 그네도 타고, 구름사다리도 오르면서 금방 친해진다. 추운 겨울 외투를 껴입던 아이들은 외투를 벗는다.

그리고 야외 무대에 모두가 모여 즐겁게 논다. 그때의 세상은 무지개빛으로 행복해보이고...
그러나 벤치의 어른들은 끝까지 무심하다.

표지의 그림처럼 찰스는 스머지에게 노란 꽃 한송이를 건넨다.
그렇게 산책은 끝났지만 노란 꽃 한송이는 스머지가 유리병에 꽂아 소중하게 간직한다. 

 
일상적으로 많이 접할 수 있는 장면인데 그걸 동화로 표현하다니 작가의 관찰력은 대단하다.
관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능력 또한 대단하고...

나도 아이와 함께 놀이터를 종종 나가면 모르는 아이들끼리도 금방 친해진다. 그네를 한번 같이 타고, 자전거를 같이 타고, 미끄럼틀을 같이 타면서... 아이들은 금방 친해지지만 대부분의 나는 그냥 지켜보고 있다. 그런 모습을

어릴 적에는 그냥 놀면 바로 친구가 되는데...지금의 나는 무엇때문에 그렇게 친구되기가 어려울까?

정말 작가의 시선처럼 동물들이 그리고 아이들이 친구가 되는 수많은 시간동안 어른인 나는 친구되기가 어렵다.

성인이 된 이후에 만나는 친구라고 하는 직장동료나 선후배, 아이 친구의 엄마들, 그 외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또한 마음 터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얼마전 남편과 한 대화가 떠올랐다.
이번에 새로운 모임에 가면 절대로 나이를 묻지 않고, 어느 지역 출신인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물어보지 않겠다고... 우리는 성인이 된 후 너무 외적인 것을 먼저 파악하고 가늠하면서 그 사람들의 내면을 바라보지 않는 것 같다고...

그러나 그날 조금 늦은 남편, 이미 그 자리에선 위에서 나온 많은 것들이 서로서로 파악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그림 속 재미만 느낀 것 같다.
책 끝까지 다 읽은 다음에는... "그래서?" 라고 나에게 묻는다.
맞다. 그럴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친구란 그렇게 어렵게 만나는 존재가 아니라 놀면 쉽게 친구가 되니까... 그래서 책내용이 뭐야? 라고 되물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부끄러운 나의 모습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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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따뜻한 그림백과 22
재미난책보 지음, 채희정 그림 / 어린이아현(Kizdom)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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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그림백과」는 기존의 20권의 책에서 이번에 '사회 · 역사편'을 추가하여 무언가를 배우러 가는 『학교』, 무언가를 사고 파는 『시장』 아프면 가는 『병원』과 일을 하러 가는 『일터』, 또 이곳들을 오가려면 꼭 지나가야 하는 『길』을 다루고 있다.
매일매일 이곳저곳으로 집을 나서는 사람들이 가는 곳들에 대해 이 책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사실 백과사전하면 딱딱한 긴 글밥에 설명이 많고, 주로 사진 위주의 정보지식 전달책으로 예전에는 우리집에도 한질을 갖춰놓고 숙제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찾아보기도 하고 또 내가 궁금한 것을 살펴보는 정보습득의 차원이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워낙 발달하고 사회가 급변하다보니까 굳이 백과사전류의 책을 갖추어놓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고, 그러나 인쇄화된 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대부분의 백과사전을 표방한 책은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들을 위한 책인데 비해 이번에 만난 이름도 낯설게 느껴지는 '따뜻한 그림백과'는 서너살부터 예닐곱살까지,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렇게 지식정보를 담고 있으면서 한장한장이 이야기책처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내가 아이와 함께 읽은 책은 그 중에서도 '시장' 편이다. 아직도 '시장'하면 재래시장을 생각하는 나에게 두부장수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골목 손님을 찾아오는 곳도 하나의 시장이라고 말해준다.
즉,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라는 시장의 개념을 요즘 시대에 맞게 개념잡아 준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아이는 재래시장 나들이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오히려 차를 타고 시장에 나가야 하는 요즘 시대에 아파트에 서는 장, 마트나 수퍼에서 보는 시장, 가끔 교회나 여러 기관에서 주최하는 바자회까지 모두 넓은 시장의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물건을 셀 때 붙이는 말도 다 다르고 소금과 간장은 그릇에 담아, 고기는 저울에 달아 무게를 가늠한다는 것까지 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아직도 '단위'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둘째에게 도움이 되었다.

'흥정'이나 '에누리' 개념이 나올 때는 초등1학년인 딸도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요즘 잘 안쓰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워낙 정찰제가 기본적으로 자리잡고 있고, 아이들과 함께 할때는 마트를 이용하거나 나는 자주 인터넷으로 장보기를 하니까...이런 것도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그리고 현대의 시장 개념과 함께 등짐장수나 보따리 장수와 함께 전래동화에서 자주 접해 그나마 아이들에게 친숙한 옛 장터의 모습도 소개하고 세계 속에 각기 다른 시장의 모습도 소개되었다. 

 이 사진을 보니 딸은 몇년 전 태국에 갔을 때 수상시장이 기억난다고 했다. 나도 잊고 있었는데...그때 배에서 빵을 사서 물고기들에게 나눠주었던 생각이 나는가보다. 
 

 


 

마지막으론 시장에서는 무엇이든 사고팔수 있지만 사고팔아서 안되는 것, 사람을 병들게 하는 약이나 생명을 빼앗는 무기 등 불법거래품목까지 소개하고 있다. 

사실 내가 「따뜻한 그림백과」을 택한 이유는 그림 때문이었다. 그림이 정말 말 그대로 따뜻했다. 일반적으로 백과사전하면 딱딱한 사진을 전달하지만 이 책은 정성들여 그린 따스한 감성이 묻어있는 동화책처럼 느껴져 어린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시장과 아이들이 바라보는 시장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3살부터 7살까지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인 우리 딸과 함께 보니 더욱 이야기거리가 풍성해졌다. 

그건 아마도 내 잘못이 있는 것 같다. 큰 애랑은 일부러 재래시장, 수산물시장, 농산물시장까지 데리고 다녔는데 둘째까지 생기면서 점점 그런 나들이(?) 자체에 스스로 피곤함을 느껴 찾지 않았던 것을 느꼈다. 
덕분에 오늘은 아파트 장터에서 만두와 어묵을 먹었다.  

 「따뜻한 그림백과」에서 우리 아들에게 익숙한 책들을 찾아봐야겠다. 아이가 좋아하는 길이나 노래, 밥, 운동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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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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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고은규 장편소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 문학에디션 뿔
 

이번에 읽은 책은 오랜만의 소설이다. 아마도 1월의 마지막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겨우 4권밖에 못 읽었다니 아쉬움도 있지만... 아주 오랜만에 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읽었다.

트렁커는 멀쩡한 집 놔두고 트렁크에서 자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왜 집을 놔두고 차의 트렁크에 숨어들 수 밖에 없을까...책을 손에 잡고서는 도저히 그냥 놔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딸은 옆에서 "엄마, 트렁커가 그렇게 재밌어?" 묻는다.
재미?? 재미로만 설명할 수 없는 아픔들이 책에 고스란히 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두명의 주인공 온두와 름이 주인공이다.
요즘 소설에서는 참으로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사실 막장 드라마로 표현되는 것보다 훨씬 책에서의 인물들은 더 막장 같은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온두는 이런 트라우마로 인해 자기 기억을 일부러 지웠다. 단편단편 떠오르는 기억의 단상도 실제인지 아님 만들어낸 허구인지 모를 정도이다.
그런데 비해 상처가 작지 않은 름은 아버지에게 당했던 자기의 삶을 너무나 담담하게 표현해낸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커다란 상처를 온두에게 말하면서 어쩌면 치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두 사람은 공터에서 만난 트렁커들이다. 도저히 멀쩡한 집에서 잘 수 없는 그들은 트렁크에서 조금이나마 편한 잠을 잘 수 있다.
그들에게는 유일한 안식처라고나 할까?

름이 만들어낸 치킨차차차를 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과거의 상처를 고백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해낸다. 

서진이가 글씨를 알기에 이 책을 읽으려 할까 걱정될 정도로 극단적인 가족의 삶의 단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완전한 허구로만 이 책이 읽히지 않아서 더욱 아팠다.
그런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디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스토리와 함께 상황을 설명하거나 인물이 내뱉는 톡톡튀는 대사가 참으로 소설가다운 모습으로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고은규씨의 다음 작품은 조금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면 좋겠다. 

 
내 안에 있는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기억하기 싫은 과거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한번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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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쥐 일기
이향안 지음, 배현주 그림 / 현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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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힌 것이 얼마만인지...

다행이 서진이가 할머니네 가 있을 때 이 책을 내가 받아서 먼저 읽었다.

안그러면 내가 우는 걸 보고 서진이는 얼마나 날 놀렸을 것인지...자기도 울면서 말이다.

 

팥쥐일기, 사실 난 배현주 작가의 그림을 보고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설빔과 도서관 아이에서 만난 작가의 그림은 참으로 따뜻했다.

저학년 책이라고 나온 문고판 그림은 안타깝게도 그림이 강조되지 않은 것이 많다. 물론 출판사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난 저학년까지는 더 많은 그림책을 보고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사실 문고판 책을 조금 멀리하였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는 너무나도 좋은 그림을 항상 선사해주기에 아무 사전 정보도 없이 팥쥐 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책 안의 표지를 열면 환경조사서가 나온다. 사진으로 찍어도 너무 흐려서 보여줄 수 없지만...


그렇다. 요즘 흔하다고하는 재혼가정이다.

학교에 있는 나 역시 환경조사서를 받았을 때 아빠와 성이 다른 아이들을 드물지 않게 보았지만 그 아이들과 이야기해보면 누구나 상처를 안고 있다.

사실 아빠와 성이 다른 것보다 자기 형제와 성이 다를 때 더욱 난감해 한다. 아마도 아빠 이름을 물어보는 경우는 덜하지만 친한 친구라면 누구나 형제자매의 이름까지는 서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명아주라는 예쁜 이름 대신에 아무 의미 없는 채아주라는 이름을 갖게된 스스로 팥쥐라고 생각하는 아주...참으로 마음이 짠~했다.  

아빠이름은 채민호, 언니이름은 채송화, 내 이름은 명아주에서 채아주로 바꿔져 있다.

오똑한 코, 커다란 눈, 갸름한 얼굴에 큰 키를 닮은 엄마와 송화, 불행하게 아주는 작은 키에 단춧구멍 눈에 찐빵 볼을 가졌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착한 콩쥐 같은 송화, 그렇지만 아주는 평범해서 오히려 팥쥐라는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안타까운 건 송화와 아주는 같은 학년이라 아이들의 비교를 늘 받게 된다. 나이가 같다면 당연히 쌍둥이일텐데 너무 다른 외모와 행동으로 당연히 아주는 못난 동생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

 

내가 팥쥐이면 엄마가 팥쥐엄마여야 하고 나를 위해 물불을 안가려야 함에도 동화 속 엄마와 달리 엄마는 늘 콩쥐편이다.

콩쥐와 친한 엄마를 둔 팥쥐의 마음은 정말 어떨까?

 

그나마 팥쥐가 못생긴 얼굴과 성격, 뭐하나 잘하는 것이 없어도 늘 자신감 있었던 든든한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인데....

 

하지만 아주에게는 그나마 재혼하였고 조만간 아빠 마음 속의 자리를 나 대신 채워줄 동생마저 생기지만 송화는 엄마가 돌아가셔서 영영 볼 수 없다.

그 사실에 조금은 마음의 문을 열어간 아주...

하지만 재혼가정을 바라보는 주의 시선, 콩쥐를 괴롭히는 팥쥐와 팥쥐 엄마의 시선을 알아버린 아주, 늘 그럴 때는 아무도 나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다는 생각, 나만 없으면 평화로운 가정이 될꺼라는 생각에 가출을 결심하는데...

그날 교통사고로 송화와 아주는 새엄마, 새아빠가 아닌 엄마, 아빠로 그리고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는 해피 엔딩이다.  

해피 엔딩이였지만 내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맨마지막 작가의 말처럼 온전히 팥쥐의 시선으로 슬픔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게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재혼 가정이 아니라도 우리는 콩쥐일 때보다 팥쥐일 때가 더 많았을지 모른다. 

이렇게 온전히 팥쥐의 마음으로 헤아려본 경험이 얼마나 될까? 항상 어떤 일이든지 두꺼비나 참새, 심지어 선녀까지 나타나 도와주는 콩쥐와 달리 팥쥐는 특별히 잘하는 것 없이 얼굴도 못생겼다고 비교받으니 성격까지 모나졌던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과연 이 시대나 과거에 팥쥐 엄마는 오롯히 동화처럼 대놓고 팥쥐의 편을 들 수 있었을까? 

짧은 동화지만 여러가지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이 시대의 많은 명아주, 아니 채아주들은 실제에서도 해피할 수 있을까? 

사실 이혼을 알까 싶어 서진이에게 물었더니 다른 책에서 본 모양이다.
재혼은 처음 듣는다고 해서 설명을 해주니 "엄마, 아빠는 이혼도 재혼도 안할꺼지?"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니고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도 서진이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떨치지 못한다. 아마도 아직 주변에서 일어난 경험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그래서인지 이 책을 선뜻 읽기 힘들어했다. 하지만 서진이 역시 마음 아프게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오늘은 이 책을 두고 이야기 하기가 힘이 들겠지만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역시나 배현주 작가는 그림 표현이 좋다. 가족 사진 한장에도..송화와 아주의 감정 표현도 너무나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팥쥐의 시선을 던져준 이향안 작가의 내용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또 앞으로 눈여겨 볼 작가 한명이 더 늘어났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동화책,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하고 따뜻한 책들이 많이 만들어져서 너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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