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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트렁커 / 고은규 장편소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 문학에디션 뿔
이번에 읽은 책은 오랜만의 소설이다. 아마도 1월의 마지막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겨우 4권밖에 못 읽었다니 아쉬움도 있지만... 아주 오랜만에 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읽었다.
트렁커는 멀쩡한 집 놔두고 트렁크에서 자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왜 집을 놔두고 차의 트렁크에 숨어들 수 밖에 없을까...책을 손에 잡고서는 도저히 그냥 놔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딸은 옆에서 "엄마, 트렁커가 그렇게 재밌어?" 묻는다.
재미?? 재미로만 설명할 수 없는 아픔들이 책에 고스란히 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두명의 주인공 온두와 름이 주인공이다.
요즘 소설에서는 참으로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사실 막장 드라마로 표현되는 것보다 훨씬 책에서의 인물들은 더 막장 같은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온두는 이런 트라우마로 인해 자기 기억을 일부러 지웠다. 단편단편 떠오르는 기억의 단상도 실제인지 아님 만들어낸 허구인지 모를 정도이다.
그런데 비해 상처가 작지 않은 름은 아버지에게 당했던 자기의 삶을 너무나 담담하게 표현해낸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커다란 상처를 온두에게 말하면서 어쩌면 치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두 사람은 공터에서 만난 트렁커들이다. 도저히 멀쩡한 집에서 잘 수 없는 그들은 트렁크에서 조금이나마 편한 잠을 잘 수 있다.
그들에게는 유일한 안식처라고나 할까?
름이 만들어낸 치킨차차차를 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과거의 상처를 고백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해낸다.
서진이가 글씨를 알기에 이 책을 읽으려 할까 걱정될 정도로 극단적인 가족의 삶의 단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완전한 허구로만 이 책이 읽히지 않아서 더욱 아팠다.
그런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디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스토리와 함께 상황을 설명하거나 인물이 내뱉는 톡톡튀는 대사가 참으로 소설가다운 모습으로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고은규씨의 다음 작품은 조금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면 좋겠다.
내 안에 있는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기억하기 싫은 과거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한번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