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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쥐 일기
이향안 지음, 배현주 그림 / 현암사 / 2010년 12월
평점 :
동화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힌 것이 얼마만인지...
다행이 서진이가 할머니네 가 있을 때 이 책을 내가 받아서 먼저 읽었다.
안그러면 내가 우는 걸 보고 서진이는 얼마나 날 놀렸을 것인지...자기도 울면서 말이다.
팥쥐일기, 사실 난 배현주 작가의 그림을 보고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설빔과 도서관 아이에서 만난 작가의 그림은 참으로 따뜻했다.
저학년 책이라고 나온 문고판 그림은 안타깝게도 그림이 강조되지 않은 것이 많다. 물론 출판사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난 저학년까지는 더 많은 그림책을 보고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사실 문고판 책을 조금 멀리하였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는 너무나도 좋은 그림을 항상 선사해주기에 아무 사전 정보도 없이 팥쥐 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책 안의 표지를 열면 환경조사서가 나온다. 사진으로 찍어도 너무 흐려서 보여줄 수 없지만...
그렇다. 요즘 흔하다고하는 재혼가정이다.
학교에 있는 나 역시 환경조사서를 받았을 때 아빠와 성이 다른 아이들을 드물지 않게 보았지만 그 아이들과 이야기해보면 누구나 상처를 안고 있다.
사실 아빠와 성이 다른 것보다 자기 형제와 성이 다를 때 더욱 난감해 한다. 아마도 아빠 이름을 물어보는 경우는 덜하지만 친한 친구라면 누구나 형제자매의 이름까지는 서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명아주라는 예쁜 이름 대신에 아무 의미 없는 채아주라는 이름을 갖게된 스스로 팥쥐라고 생각하는 아주...참으로 마음이 짠~했다.

아빠이름은 채민호, 언니이름은 채송화, 내 이름은 명아주에서 채아주로 바꿔져 있다.
오똑한 코, 커다란 눈, 갸름한 얼굴에 큰 키를 닮은 엄마와 송화, 불행하게 아주는 작은 키에 단춧구멍 눈에 찐빵 볼을 가졌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착한 콩쥐 같은 송화, 그렇지만 아주는 평범해서 오히려 팥쥐라는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안타까운 건 송화와 아주는 같은 학년이라 아이들의 비교를 늘 받게 된다. 나이가 같다면 당연히 쌍둥이일텐데 너무 다른 외모와 행동으로 당연히 아주는 못난 동생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
내가 팥쥐이면 엄마가 팥쥐엄마여야 하고 나를 위해 물불을 안가려야 함에도 동화 속 엄마와 달리 엄마는 늘 콩쥐편이다.
콩쥐와 친한 엄마를 둔 팥쥐의 마음은 정말 어떨까?
그나마 팥쥐가 못생긴 얼굴과 성격, 뭐하나 잘하는 것이 없어도 늘 자신감 있었던 든든한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인데....
하지만 아주에게는 그나마 재혼하였고 조만간 아빠 마음 속의 자리를 나 대신 채워줄 동생마저 생기지만 송화는 엄마가 돌아가셔서 영영 볼 수 없다.
그 사실에 조금은 마음의 문을 열어간 아주...
하지만 재혼가정을 바라보는 주의 시선, 콩쥐를 괴롭히는 팥쥐와 팥쥐 엄마의 시선을 알아버린 아주, 늘 그럴 때는 아무도 나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다는 생각, 나만 없으면 평화로운 가정이 될꺼라는 생각에 가출을 결심하는데...
그날 교통사고로 송화와 아주는 새엄마, 새아빠가 아닌 엄마, 아빠로 그리고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는 해피 엔딩이다.
해피 엔딩이였지만 내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맨마지막 작가의 말처럼 온전히 팥쥐의 시선으로 슬픔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게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재혼 가정이 아니라도 우리는 콩쥐일 때보다 팥쥐일 때가 더 많았을지 모른다.
이렇게 온전히 팥쥐의 마음으로 헤아려본 경험이 얼마나 될까? 항상 어떤 일이든지 두꺼비나 참새, 심지어 선녀까지 나타나 도와주는 콩쥐와 달리 팥쥐는 특별히 잘하는 것 없이 얼굴도 못생겼다고 비교받으니 성격까지 모나졌던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과연 이 시대나 과거에 팥쥐 엄마는 오롯히 동화처럼 대놓고 팥쥐의 편을 들 수 있었을까?
짧은 동화지만 여러가지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이 시대의 많은 명아주, 아니 채아주들은 실제에서도 해피할 수 있을까?
사실 이혼을 알까 싶어 서진이에게 물었더니 다른 책에서 본 모양이다.
재혼은 처음 듣는다고 해서 설명을 해주니 "엄마, 아빠는 이혼도 재혼도 안할꺼지?"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니고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도 서진이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떨치지 못한다. 아마도 아직 주변에서 일어난 경험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그래서인지 이 책을 선뜻 읽기 힘들어했다. 하지만 서진이 역시 마음 아프게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오늘은 이 책을 두고 이야기 하기가 힘이 들겠지만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역시나 배현주 작가는 그림 표현이 좋다. 가족 사진 한장에도..송화와 아주의 감정 표현도 너무나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팥쥐의 시선을 던져준 이향안 작가의 내용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또 앞으로 눈여겨 볼 작가 한명이 더 늘어났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동화책,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하고 따뜻한 책들이 많이 만들어져서 너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