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설 연휴 마지막 주말...잠은 안오고 뭐 읽을꺼리가 친정에 없나 살펴보니 서진이 읽으라고 배다리 헌책방에서 사다놓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눈에 띄었다.
작년엔가 짱뚱이 도서관에서 사랑방 모임에 참가해서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눌 때, 아이들은 이 영화를 보여주었는데 자막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꽤나 집중해서 보길래 구입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 로알드 달의 책 <멋진 여우씨>를 먼저 읽었다. 그 책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며 어른들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 이 책을 읽어야지 했는데... 그 기회가 바로 또 찾아왔다.

멋진 여우씨의 서평은 http://blog.naver.com/ying93/20121246020

그러고 보니 친정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몇권을 갖다 놔야겠다. 나에게 이렇게 책을 읽을 낮의 자유가 주어지는 곳이기도 하니까...

로알드 달을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책이라서 그런지 정말 흥미있게 읽었다.

영화 속에 제작된 윙카의 초콜릿 공장의 영상이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닐정도로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시공주니어의 레벨 3은 어린이를 위한 책, 권장연령이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지만...어른들도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의 메시지처럼 버릇없고, 못되고, 사치스러운 아이들은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길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아이를 하나둘 나서 과보호로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좋은 것을 준다는 이유에서, 혹은 절망감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에서 너무나 풍족하게 키운다.

부족함이 없이 자란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모른다. 오히려 나누려는 마음도 부족하다.

그런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보고 내가 우리 아이에게 못마땅한 부분을 만든 자신이 아닌지를 뒤돌아봐야겠다. 

 
책의 내용은 참으로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세계 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초콜릿을 만들어내는 윌리 윙카씨, 그러나 스파이때문에 윙카씨의 공장은 베일에 가려져있다. 일꾼들의 출입도 본적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런 윙카씨가 황금빛 초대장을 초콜릿에 넣어 5명의 아이들을 초대한다.

"황금빛 초대장을 가진 아이들은 공장의 제조비법과 신기한 기술을 보여주는 견학과 동시에 평생 머긍ㄹ 수 있는 초콜릿과 사탕을 기념품으로 제공하기까지 한다."

전세계는 황금빛 초대장을 손에 넣으려고 초콜릿을 사재기하는 사람이 생기고 초대장이 발견될 때마다 아이는 영웅이 된다. 아이를 위해 휴교에 들어가는 학교, 가두행진을 들어가는 시청... 

5명의 아이로 선정된 행운의 아이는
엄청나게 마구 먹어대는 아우구스투스 굴룹, 세상에서 제일 버릇없는 버루카 솔트, 늘 짝짝 껌만 씹어대는 바이올렛 뷰리가드, 온종일 TV 앞에만 붙어 사는 마이크 티비, 말라깽이 가난한 주인공 찰리이다.

가족들과 함께 윙카의 공장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모험을 한다.
한번쯤 꿈꿔봄직한 것들도 있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그것이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지만...

초콜릿이 흐르는 강과 폭포, 아무리 빨아도 절대 줄어들지 않는 영원한 왕사탕, 다른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 정식코스 요리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껌, 초코우유를 짜는 젖소, 따끈한 아이스크림....

그러나 공장을 돌때마다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지 못해 하나둘 사고를 당한다. 그때마다 공장의 일꾼들은 독설이 담긴 노래를 하는데...
그중 텔레비전에 중독된 마이크 티비가 사라져갈 때 나오는 노래가 가장 아프게 다가온다.

"우리는 귀중한 교훈을 배웠네. 결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텔레비전 가까이 내버려두지 말라는걸.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예 그 바보 같은 것을 집에 두지 않는 거지.

집집마다 아이들이 입을 헤 벌리고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봐.

빈둥빈둥, 어슬렁어슬렁, 어영부영 눈이 툭 튀어나올 때까지.

지난 주, 어느 집에 가보니 마루에 열두개도 넘는 눈알이 굴러다니더군.

하긴, 텔레비전을 볼 때는 얌전해지더군.

유리창 문턱에 올라서지도 않고 발길질도 안 하고 주먹질도 안하지.

그러니 방해받지 않고 한가하게 점심준비도 할 수 있겠지. 조용히 설거지도 할 수 있겠지.

이건 생각해 보았나?

도대체 이 괴물이 자네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해를 미치고 있는지를.

머릿속의 모든 것을 망치네!

상상력은 생명을 잃어 더 이상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생각은 꽉 막혀 혼탁해지네!

아이들은 멍청이가 되어가지! 동화의 세계도 몰라, 환상의 세계도 몰라.

할 줄 아는 것은 그저 멍하니 쳐다보는 것뿐!

자네들은 이렇게 말할걸세. '알았다고! 알았어! 알았다니까!

하지만 텔레비전을 치워버리면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 해 줄 것이 무엇이겠나?

말해보게! 가르쳐 달라고!'

우리 대답은 이걸세. 옛날 그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뭘 하며 놀았나? 어떻게 즐겁게 시간을 보냈지?

이런 괴물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자넨 까맣게 잊었나? 전혀 모르겠어?

옛날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았나! 책을 열심히 읽지 않았나! 하루의 반은 책을 읽으며 보냈지!

제발, 부탁이니 이렇게 무릎 꿇고 간절히 비니, 텔레비전은 갖다 없애고 그 자리에 근사한 책장을 짜 넣게.

그리고 책으로 가득 채우게. "

결국 찰리만 그 모험을 끝까지 통과하고 윙카의 공장을 운영하는 기적이 주어진다.


그가 이 책을 언제 썼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가 사망한 것이 1990년이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속편같은 책이 또 나온 걸로 보아서는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읽어도 그 상상력을 뛰어넘기 힘들다.

또한 그의 메시지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것 같다.

그것이 아마 고전의 힘이 가지는 것이겠지. 로알드 달의 다른 작품도 너무나 기대된다. 그리고 영화도 봐야겠다.

아이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2011년의 다섯번째 책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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