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1~8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임홍빈 옮김 / 김영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초기 김용의 작품들을 보면 한족 중심의 인식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그의 작품이 쓰여짐에 따라 후기 의천도룡기에 이르러 서는 이민족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띄게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의천도룡기 같은 경우는, 명 청 교체시기를 다루고 있어, 역사상 인물을 대입시켜서, 역사적 현실을 보다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역사적 현실을 바꾸지 못함에도 극적 효과를 통해서, 중국인의 한족 민족성을 다시 한번 고취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마치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처럼, 유비 관우 장비 같은 인물은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천하통일을 하지 못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역사의 뒷길로 사라졌어야 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돌게 함으로써, 보다 인의 예지를 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것처럼 의천도룡기에서도 중국인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그나마 타 민족에 대한 배려가 나타나는 부분으로 우리나라의 모습을 '고려에서 온 손님'이라고 표현하면서, 고려라는 나라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 그의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민족 중심의 역사관을 벗어나 그 외부로까지의 어느 정도나마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으나 결국은 중화 우월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내가 만약 중국인이었다면, 나로써도 이렇게 밖에 쓰진 못했을 것 같다.

 김용 역사관에서 의천도룡기에 나타난 가장 크게 바뀐 점이 그려지는데, 사조영웅문에서 곽정은 몽고여자 중 가장 고귀한 신분인 화쟁공주를 마다하고 강호의 협녀인 황용을 선택하게 함에 있어서의 주저하지 않음이 또한 그의 한족문화, 그리고 한족에 대한 당연한 지지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 그런데 곽정과는 별개로 장무기에 있어서는 즉 의천도룡기에 있어서는 곽정과 황용, 화쟁공주의 관계의 구도와 귀결의 방식을 뒤집어 사용하여 장무기가 주지약이 아닌 조민을 마음속으로 더 진정으로 좋아하고 있음을 고백함에 있어서 그 공식이 뒤집혀지게 되는 데 그것은 '몽고'로 상징되는 조민이 '한족'으로 상징되는 명교 교주 장무기에게 조국의 대한 모든 것, 심지어 아버지인 여양왕과의 부녀관계마저 떨쳐버리고 사랑을 바치는 장면은 몽고에 대한 한족의 승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그리고 감탄할만한 점은 그러한 장무기의 처신에 대해, 만약 곽정이 몽고와 대항해 싸우는 한족의 대표격인 백련교도, 즉 명교홍건적의 영수인 장무기를 쉽게 이거다라고 단정짓기는 힘들 듯싶다.

 의천도룡기에서 사파, 성곤, 진우량으로 보이는 반대개념이 그리고 실제 원흉은 유대암을 병신으로 만들고 각 문파를 이간질하고 망하게 하려고 했던 보이지 않은 거대한 힘은 조민으로 대표된 몽고 즉 원이었다. 그러나 조민이 초기의 몽고인들의 정신을 잊고 지극히 한화(漢和)된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것은 또한 그 당시의 한족의 문화에 동화되어 가는 몽고족들의 실상이며 그를 상징하는 조민이 홍건적의 괴수인 장무기라는 한족의 상징적인 인물에게 마음을 줌으로써 몽고의 쇠락과 명(明)의 건국을 활기차게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김용의 역사관은 한족 중심의 역사관을 바탕으로, 한족의 우월성을 고취시키고, 한족이 세상의 중심으로 표현함으로써, 중국문화의 우수성과 민족성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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