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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 - 전2권 세트
박혁문 지음 / 늘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박혁문의 ‘주몽’은 독자에게 있어 역사인식의 관점을 넓혀주는 책이다.
단순한 흥미위주의 허구화된 소설이기 보다는 사실성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가 교과서에서배우던 주몽은 없다. 알에서 태어나서, 거북이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영웅적 초인이 아닌 우리삶 속에서 실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어머니에게 태어나고,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평범한 주몽이 있을 뿐이다.
단군의 후손 ‘아리’씨라는 특별함만 없으면 주몽은 우리와 같은 평범함을 지녔다. 단순하고, 무식하고, 실패하고, 후회하고, 노력 없이 성과를 이룰 수 없으며, 정에 굶주린 주몽의 모습에서 기존의 비범한 능력을 타고나고, 똑똑하고, 못하는 것이 없으며, 항상 성공하고, 다재 다능한 주몽보다 더 친근감과 사실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고구려라는 나라를 건국하기까지 몇 십 년에 걸친 철저한 계획과 준비과정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통해서 이룩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고, 우연히 얻은 기회가 아닌 하늘이 주신 한번뿐인 기회로 삼아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는 모습을 보며 고구려가 중국을 상대로 맹활약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 몇 가지 한계점을 엿볼 수 있었다.
첫째, 주몽을 돋보이게 하려고 애썼지만 이 책에서의 주몽은 평범하다 못해 약간 어리석어 보여 주변인물들이 오히려 부각되어 보인다. 주인공이 너무 뛰어나도 문제지만 주인공이 어리석고 무능력해 보인다면 주인공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지 않고 주인공과의 일체감이 생기지 않아 몰입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둘째, 작가는 그 동안의 설화를 비판하고 철저한 고증을 강조하지만 중간 중간에 지나치게 과장되고 비사실적 장면들이 눈에 띈다. 가령, 고구려 건국을 주도한 인물들의 뛰어난 선견지명과 능력이라든지 주인공이 지나치게 자신의 운명을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며, 백전백승하는 모습 등에서 기존의 다른 소설과 차별성이 없다.
셋째, 방대한 고구려 건국과정을 두 권의 책에 담으려다 보니깐 다양한 배경과 준비과정, 주몽의 성장과정, 주몽의 사랑, 주몽의 고구려 건국 과정 등의 내용이 잡다하게 실려있는 느낌이다. 소설의 깊이보다는 양을 중시한 것 같아 스토리전개의 짜임새가 허술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몇 가지 한계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주몽 관련된 책과 달리 색다른 시도를 통한 참신한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 허구성보다는 사실성을 중시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항상 역사 속에서 다재다능하고 초인적인 주인공과 내용에 싫증을 느낀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