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살림지식총서 85
강유원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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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지은 목적을 두 가지로 밝히고 있다. 하나는 고전에 대한 자극을 주면서 그것들로 직접 다가는 길을 알려주고, 다른 하나는 그 책들을 읽기 전에 미리 그 책들이 어떻게 서로 이어져 있고 대화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의 이 목적은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차분하고 때로는 몹시 건조하며 차갑기까지 한 저자의 문체 속에서 고전은 그를 둘러싼 세계와 뒤엉켜 짧지만 분명하게 자신(책)과 세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도로 이야기해 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읽었고 그만큼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겠다. 설명이 길어야 꼭 제대로 된 이해는 아니니까.

저자의 마지막 질문은 다소 허무한 듯한 느낌이다. 고전 읽기를 통해 다시 재확인하게 되는 극단의 현실 속에서 과연 텍스트 읽기가 유의미한 활동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사실 알 수 없는 일이다라는 자조 섞인 냉담한 대답은 얼핏 보면 그래서 뭐, 어쩌자고 식의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솔직한 대답은 고전 읽기를 한 다음에 판단해 봐도 늦지 않다는 강한 권유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읽지 않는다면 극단의 현실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 극단의 현실을 모르고 사는 것이 차라리 맘 편할지도 모르겠다만. 어찌되었든 읽는다는 것은 결국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임에는 분명하고, 그것으로써도 읽어야 한다는 명분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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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안도현 / 열림원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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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것은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며 이야기의 세계 속에서 또 다른 삶을 살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열일곱의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나의 열일곱을 떠 올려 보았다. 그리고 웃음 지어 보았다.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삶이라는 것은 그런건가보다. 보이지 않게 쌓여가는 그리고 알지 못한 사이에 달라져가는 몸과 마음 속의 흔적들.

저자의 후회대로 이 이야기에서는 가출, 부모님에 대한 원망, 오토바이를 통한 자유, 그리고 혼자만의 울음이 잔잔한 이야기로 묶여있다. 무언가 다른 돌파구를 찾아 헤메던 소년의 눈에 들어왔던 오토바이, 그리고 짜장면 배달, 한 여자아이와의 만남, 폭주로 비추어지는 질주, 되돌아오는 선택과 아픔, 이 가운데 소년은 성장한다. 특히 오토바이는 소년에게 있어서 유일한 자유였다. 짜장면 배달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오토바이였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아픔이기도 하다.

첫 번째 사고에서 소년은 자신이 들어야 할 꾸중을 대신 듣는 어머니를 보았고,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폭력을 보았다. 어머니의 무력함에 대한 원망은 곧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저항으로 표면화 되고,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원망은 곧 겉치레적이고 사회통념과 규정들에 대한 원망으로 표면화 되는 중요한 사고였다. 아픔이다. 두 번째 사고에서 소년은 열 일곱과의 작별을 고하는 눈물을 고한다. 첫 번째 사고 이 후 펼쳐진 열일곱의 삶, 원망과 가출, 뭔가 새로운 삶, 사랑, 무질서했던 자유, 이 모든 것들이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린 오토바이와 함께 또 다른 시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픔이다. 그리고 소년은 울었다.
 
나는 정말 거기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나를 받아 안은 가지보다 좀더 든든해 보이는 가지로 기어 건너갔다. 등을 기대고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자리가 잡히자 갑자기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뭐라고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래서 나는 울었다. 살아 있다는게 그렇게 두려운 적이 없었다. 또 그렇게 억울한 적도 없었다. 나는 철들지 않은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한동안 울고 나니까 마음이 좀 안정되었다. ...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혼자서 마음놓고 울어보지 못했고 나 자신 때문에, 남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막 허물을 봇고 최초로 내 목소리로 울어본 매미였다.

나는 그곳이 혹시 천국이 아닐까 싶어 코를 잡아당겨 보았다. 그러다가 감짝 놀랐다. 손끝에 미세하게 양파 냄새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양파는 가슴속에 아무것도 감추고 있지 않으며,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존재였다. 짜장면 속에 들어가서는 자기가 양파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대로 짜장면 냄새가 되는게 양파였다. 내 손끝에 남은 양파 냄새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었다. 그 팽나무 위에서 나는 두어 시간쯤 머물러 있었다. 햇볕이 따가울 때는 그 애가 준 선글라스를 끼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애 생각도 조금 했다. 그리고는 곧 그 애를 잊어버렸다. 내가 양파 냄새를 잊어버리듯이, 양파 냄새가 내 손가락을 잊어버리듯이. 아무도 내 옆에 없었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다. (pp. 119-120)


그러나 그 아픔은 삶에 대한 자각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두렵다는 자각, 아무도 내 옆에 없어도 외롭지 않은 자각, 삶의 일부가 되어 스며들어 버리는 자각. 보이지 않는 흔적처럼. 그리고 성장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내고 규정시켜 버린 "자장면" 대신 "짜장면"을 먹고 싶은 마음을 불러 준 책..
 

참고. 부분부분 인용.

아무튼 좋다. 다만 평소에 여러분이 노랑머리 중국집 배달원에 대해 크게 잘못된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리고 넘어가야겠다. 여러분은 중국집 배달원을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문제아로 본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말이다. 우리 나라의 모든 중국집 배달원들의 이름을 걸고 말하건대, 그들은 여러분이 걱정하실 만큼 문제적 인간이 아니다. (pp.27-28)

내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조금도 상상력을 발휘할 줄 모르는 미술 선생이 보기 싫어 그날 이후 학교 운동장이나 복도에서 그를 마주치게 되면 인사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술 시간이 되면 수업이 끝날 때까지 책상 위에 팔베개를 하고 엎드려 잠을 잤다. ... 내가 문제아라면 여러분 말대로 구제할 수 없는 문제아라면 그런 참회의 반성문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친구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걸어다는 찬 복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말이다. (p.35)

사고는 해수욕장 윗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일어났다. 돌이킬 수 없는 과오였다. 그런데 아버지의 오토바이 마그마는 그 마을 이름을 새겨놓은 길쭉한 바윗돌을 들이박고는 다시 고쳐 쓸 수 없을 정도로 조각나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다른 데도 아니고, 하필이면 아버지의 애향심과 아이디어가 발동해 세워진 그 바위에다 말이다. (p.48)

편의점의 이 멋쟁이 노부부는 ... 꼭 짬뽕 한 그릇을 주문했다. 두 노인이 이마를 맞대고 짬뽕 한 그릇을 언제나 함께 드시는 것이다. 그 모습은 지금 상상해도 기분이 뿌듯해진다. ... 꼬끼리 편의점에서의 그 일 때문에 나는 참으로 중요한 삶의 비밀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인생이란 짬뽕 국물을 숟가락으로 함께 떠먹는 일이라는 것을 (pp.60-62)

"엄마가 친철하게 구는 사람을 조심하랬단 말이야! ... 아니긴 뭐가 아니야! 철가방은 짜장면만 갖다 놓고 가야 되잖아. 근데 지금 신발을 벗고 우리 집 식탁가지 걸어와 있잖아. 이런 철가방은 이제가지 한 번도 없었어! ... 노랑머리 철가방 꺼져!" ... 오해도 풀렸다. 하지만 내 기분은 영 개운치 않았다. 나는 그날 아이들 속에 숨어 있는 어른을 보았던 것이다. 아이들은 축소한 어른이었다. (pp. 80-81)

"나도 바닷가에 살고 싶어. 하루 종일 수평선을 보며 말이야." 그 애의 눈알이 금세 빨갛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후회하였다. 괜히 쓸데없는 말을 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또 마음에도 없는 말을 주절거리고 말았다. "우리 엄마는 매일 수평선에다 빨래를 넌단다." "와, 참 멋있는 분이겠다. 그렇지?" 그 애는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라는 것을 그 애는 모르고 있었다.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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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 어른들을 위한 동화
안도현 지음 / 리즈앤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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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냥

나이가 들어 어린 아이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과 어떤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지, 이미 그 시절을 지나보낸지 오래이기에 그 거리만큼이나 어린아이들을 따라가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만약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랬었지" 하며 회상해 볼 수 있다면 이는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뒤를 돌아보는 것, 잠시 멈추어 보는 것, 이 모두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하나의 중요한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어른의 시각과 아이의 시각은 그 시작부터 다르다. 알리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태도와 알리를 향한 다른 사람들의 태도는 진작부터 어긋나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알리, 그러나 정작 알리는 달라서 모자라는 아이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어서 다르고, 넘쳐나는 아이처럼 그려진다. 생명을 존중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알고, 남을 생각할 줄 알고.. 과연 우리는 무엇을 품고 있어야 할까. 

알리와 주인공이 엮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당시의 자화상은 지금에 돌이켜보면 풋풋한 추억이기도 하지만 아리고 또 아린 기억이기도 하다. 배고픔을 달랠 길이 없었던 시절, 전쟁의 아픔, 이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서러움(지금도 어쩌면 비슷하겠다).. 이 모든 것이 삶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함께 해왔던 것이다. 희생이라는 것이 영문도 모른채 강요되었던.. 

이렇게 본다면 알리의 마지막을 거칠게 다루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만.. 뭐라고 해야 하나.. 조금은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나비를 쫓았던 알리의 그 풋풋하고 맑은 모습이 다소 거친 감이 없지 않은 노조위원장으로 등장하면서 결국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흐름상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싶은데.. 하긴 직면해야할 삶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투쟁이기도 하겠지만서도.. 아쉽다. 나비가 되었다라는, 새가 건드리지 못하는 힘(?)을 가진 나비가 되었다는 것으로 그나마 위안이 되긴 하면서도 지울 수 없는 아쉬움.


구절구절 인용

그 당시에 나는 점점 어려워지는 학교공부에 지절머리를 내고 있었다. .. 친구들하고 어울려 노는 시간도 줄여야 했다. 그런데 알리는 만사 태평이었다. 내가 눈을 말똥말똥 드고 긴장 속에서 보내는 수업시간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 오줌을 누다가 발견한 나비를 따라 나선 아이, 수업을 빼먹고도 당당한 아이가 알리였다. 나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낌 없이 척척 해내는 알리가 좋았다. 수만 대군을 이글고 적을 물리친 장수만 영웅이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일을 자신있게 할 수 있다면 그는 영웅인 것이다.   (58쪽)

알리의 머리가 아니라면 이 세상 어느 부자도 이렇게 작은 텔레비전 하나로 잔치를 연출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알리는 실제 생활은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부자였다고 생각한다. 이것 하나만 봐도 여러분은 내 친구 알리가 얼마나 자상하고 사려 깊은 인간이었는지 아실 것이다.    (94쪽)

알리는 성미희한테 빠져들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 정말 하늘이 놀라고 땅이 뒤뚱거릴 정도의 굉장한 변화였다. 나는 사랑에 빠진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키는가를 알리를 통해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의 힘은 확실히 위대한 것이었다.  (125-126쪽)

나는 가죽잠바하고 싸우기 싫어서 학교에 간다. 가죽잠바하고 싸우면 내가 진다. 가죽잠바는 어른이고, 어른은 큰소리로 윽박지르고 아이를 겁먹게 한다. 그런데 가죽잠바는 요즘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그냥 냉랭하다. 나는 그게 더 무섭다.   (145쪽)

여러분은 새가 나비를 잡아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아시는지? 나비가 맛없는 곤충이라는 걸 일찍이 파악했기 대문에 새가 나비를 먹지 않는 게 아니다. 날개가 달린 나비의 몸집이 작은 부리로는 집어먹을 수 없을만큼 크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는 모르는 것이다. 나비의 날개가 자신을 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말이다. ... 알리, 그 아이는 나비가 되어 날아간 것이다.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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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Farm (Mass Market Paperback, 미국판, 50th Anniversary) - 『동물농장』 원서
조지 오웰 지음 / Signet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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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라는 것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것도 같은데, 얽히고 설키고 아둥바둥하는 것을 보면 뭐랄까 그래서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마노농장(Manor Farm)에서 일어나는 혁명적인 사건, 그리고 나폴레옹(Napoleon)과 스노우볼(Snowball)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동물농장(Animal Farm)의 성립. 나폴레옹의 스노우볼 축출. 나폴레옹만의 독재체제 구축. 일련의 이야기들이 단지 동물들이 그려내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이 땅에서 일어났고, 어쩌면 지금도 일어나는 일만 같아서 씁쓸하기도 했다.

권력에 대한 욕구는 끊을 수가 없는 것일까. 부와 명예 그리고 강력한 힘에의 동경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이 소유한 본성적 본능인가. 강력한 자아에 대한 매혹은 인간이 누를 수 없는 죄의 유혹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성서에서도 하나님의 상을 만들지 말라는 우상화의 금지계명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러나 역시 인간인지라 자아의 욕망은 신마저도 만지고 볼 수 있는 그런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사실. 그래서 얽히고 설키고 온갖 추잡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겠지. 자아.. 곧 나라는 존재의 당위성 때문에 말이지. 

그래서 함께 살기. 이상적 삶의 모습이었던, 이 동물들이 처음에 내 걸었던 유토피아적 삶은 아마도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인간에 대한 좌절과 절망은 이런 강력한 자아에 대한 욕망, 그 욕망에의 집착 뿐 아니라 반대로 자아를 확립하지 못하는 무지한 동물들의 모습 속에서도 그려지고 있다. 나폴레옹과 그 작당들의 끊임없는 세뇌작업과 현란한 말에 놀아나는 많은 다른 동물들. 특히나 일만 할 줄 아는 우직한 말, 박서(Boxer)의 우매함은 더욱 그 좌절과 절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 쪽의 끊임없는 욕망, 강력한 자아를 향한 욕망과 너무나 대조되는 무지하고 깨닫지 못하는 맹목적인 불완전한 자아의 모습. 그러나 어떻게 하나. 그 둘의 모습 모두 정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 2009년을 살고 있는 지금. 나라 안 팎이 시끄럽다. 불도저 MB정권의 시각과 하는 작태가 시대를 거스르는 것만 같은 모습에 허허실실. 자포자기의 관조로 만들어버리는 모습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먹고살기 바쁜 현실에서 아둥바둥 거리는 나의 삶의 모습에서.

거기나 여기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참 재밌는 모습 아닐까. 그래서 끊임없이 읽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희망이 있다면 이 소설의 마지막 결론과는 다른 모습에 대한 기대라고 하겠다. 돼지와 인간의 구분이 거기에서 거기였던 욕망의 현장. 마지막 장의 현란한 파티. 이 현란한 파티를 목도하면서도 그 어느 자극조차도 받지 못하는 다른 동물들의 무력함.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미 거기에서 뛰어나온 경험이 있다는 것. 서슬퍼런 무력의 쇠사슬 앞에서도 사람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 시절의 경험을 통해 지금을 만들었다는 경험. 촛불을 들고 축제를 만들며 평화시위에의 의지를 놓지 않으려는 많은 이들의 몸짓이 언젠가는, 언젠가는, 또 한 번의 강력한 물결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책의 마지막 결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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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 행운의 절반
스탠 톨러 지음, 한상복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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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문득 얼마 전 부터 내 주변의 친구들이 다 어디에 갔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간을 되돌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만남을 가지고, 속 깊은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울기도 했던 그 시절이 문득 참 그립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쓸쓸함이 진해지는 듯하다. 물론 대학시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선배들, 동기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이래저래 바쁘게 지내고 있고, 이는 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합리화될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나라는 존재는 뭔가 고립되었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을 보면 마냥 과거만을 그리워 할 수는 없구나라는 생각을 해 본다.

되돌아오는 반성은 지금 나는 어떤 관계를 새로이 만들고 있는가의 문제다. 대학원 학업을 핑계로, 주말의 사역을 핑계로 만남의 끈과 관계의 폭을 스스로 좁혀나가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본다. 사실 이번 학기부터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시도를 조금씩 하고 있다. 하루종일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들여다 본다고 쌓여져가는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창한 만남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틈틈히 만나며 커피 한 잔의 흥겨운 대화와 마음 나눔은 충분히 가능하다.

만남이 없다면, 관계가 없다면, 삶은 암흑일 것이다. 조금 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만큼 나는 더 나를 열 수 있을까. 뻔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저런 고달픈 생각없이 (이해하기 위해 심각하게 한 문장 한 문장 파고드는 방법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한 이야기를 읽어내려간다고 생각하면 손해 볼 것 같지는 않은 책이다. 재밌는 건.. 이미 우리는 답을 다 알고 있고, 이 책이 무슨 내용을 적어내려갈 지 짐작을 다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읽혀지는 것은.. 그렇지 못한 자신의 모습때문이겠지
.

두울. 짧막한 부분들 인용.

인생은 외로움의 연속이라고들 하지요. ... 사람들이 순수성을 잃었기 때문이지. 제 아무리 첨단 기기로 서로를 연결한다고 해도 그 소통에 진심은 엇어. 계산만 있을 분이지. 외로움은 진심을 얻지 못해서 생기는 거라네. (p. 55)

자네에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지? 그게 바로 자네의 토양이라네. 마음이지. 그 토양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나? 성장이 멈추거나 열매가 열리지 않을 거야. 결국 좋은 결실을 내려면 먼저 자기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말이네. ...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익히기도 전에 경쟁하고 이기는 법만 배우니가 세상에 외롭고 불행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일세. (pp.85-87)

친구가 되고 싶으면, 내가 먼저 그 사람의 친구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나. (p.96)

다른 영혼에 상처를 주면, 자기 영혼도 가시밭길을 걷게 되어 있어. (p. 102)

좋은 친구 사이가 되려면 상대방에게 오감을 집중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네. ... 오감으로 듣는다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지. 마음을 열고 오감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공감할 수 있다는 의미네. 공감하고 소통해야 비로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 (pp. 137-138)

새로운 시대의 리더는 공감할 줄 아는 사람, 그러니까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볼 수 있어요. (p. 184)

친구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예약할 필요가 없는 최고의 심리치료사라네. (p. 189)

자네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 자네는 그 사람의 노예가 되는 거야. ... 좋은 감정을 내보내면 좋은 것이 돌아오고, 나쁜 감정을 발산하면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법이지. ...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할수록 우리는 더욱 강해진다네. (p. 234-237)

친구 사이에 가장 필요한 단어가 '사과와 용서'가 아닐가 싶네. (p. 266)

커피가 섞이면 조화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고, 사람이 어우러지면 행복과 성취를 만들어낸다. (p.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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