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살림지식총서 85
강유원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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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지은 목적을 두 가지로 밝히고 있다. 하나는 고전에 대한 자극을 주면서 그것들로 직접 다가는 길을 알려주고, 다른 하나는 그 책들을 읽기 전에 미리 그 책들이 어떻게 서로 이어져 있고 대화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의 이 목적은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차분하고 때로는 몹시 건조하며 차갑기까지 한 저자의 문체 속에서 고전은 그를 둘러싼 세계와 뒤엉켜 짧지만 분명하게 자신(책)과 세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도로 이야기해 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읽었고 그만큼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겠다. 설명이 길어야 꼭 제대로 된 이해는 아니니까.

저자의 마지막 질문은 다소 허무한 듯한 느낌이다. 고전 읽기를 통해 다시 재확인하게 되는 극단의 현실 속에서 과연 텍스트 읽기가 유의미한 활동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사실 알 수 없는 일이다라는 자조 섞인 냉담한 대답은 얼핏 보면 그래서 뭐, 어쩌자고 식의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솔직한 대답은 고전 읽기를 한 다음에 판단해 봐도 늦지 않다는 강한 권유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읽지 않는다면 극단의 현실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 극단의 현실을 모르고 사는 것이 차라리 맘 편할지도 모르겠다만. 어찌되었든 읽는다는 것은 결국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임에는 분명하고, 그것으로써도 읽어야 한다는 명분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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