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월든 - 길가에서 발견한 자연의 생존 전략
정주혜 지음, 김나연 그림 / 이케이북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혹 길을 가다 아는 풀이 나오면 이름을 불러 반가움을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름을 모르거나 왜 이 계절에 나타나는지 궁금할 때도 있지만 무심코 지나갈때가 많다. 나에게 자연은 신비로우면서도 어렵게 다가왔다.


그러다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풀의 월든>> 책으로 식물도감이었다.

대부분의 식물도감은 그림 혹은 사진과 간단한 설명한 것이 다다. 물론 쉬운 말로 설명을 하지만 나처럼 전혀 지식이 없는 입장에서 읽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 다시 덮을 때가 대부분이다. '이 책도 그러할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한 장씩 넘겼다. 다른 식물도감과는 달리 완독했으며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그냥 평범한 풀들이, 사실은 저마다의 치열한 생존 역사와 놀라운 지혜를 가진 생명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풀의 월든》은 20년 차 생태교육가 정주혜가 님이 길가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낸 관찰기이다. 단순히 식물의 이름을 나열하는 도감이 아니라, 왜 어떤 풀은 잎을 땅에 붙이고 사는지, 또 어떤 풀은 어떻게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지 같은 ‘풀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특히 좋았던 점은 정보 전달의 방식이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태학적 지식을 얻게 되는데, 이게 전혀 딱딱하지 않았다. 헷갈리기 쉬운 식물들을 구별하는 팁부터, 꽃마다 왜 색깔이 다른지 같은 흥미로운 질문들까지… 마치 저자와 함께 나란히 길을 걸으며 식물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약 300페이지가 되지 않는 분량으로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딱딱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생태계, 숲을 공부하거나 가르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길 바라며 나처럼 자연을 이해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에게 이 책은 자연 읽는 법을 알려주는 친절한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케이크를 조심히 다뤄 주세요 - 2026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 도서 ㅣ 인생그림책 52
이명애 지음 / 길벗어린이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모두 조금씩 서툴게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으로 선정된 이명애 작가의 그래픽노블 《케이크를 조심히 다뤄 주세요》는 읽는 내내 마음이 뭉클해지는, 아주 섬세하고 다정한 성장의 기록이다.


주인공이 마주하는 "딱 한 자리. 누군가 돌아서야만 내게 오는 봄이었다. 

하지만 그 후 3월이 올 때까지 나는 여전히 예비 1번이었다."라는 문장은 독자의 마음을 단번에 무장해제 시킨다. 합격과 불합격 사이, 학생과 사회인 사이, 희망과 절망 사이의 그 모호하고 서늘한 경계선에서 주인공은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대학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주인공에게 세상은 조금 더 버겁고 아슬아슬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10,320원'이라는 시급.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시급일지 몰라도, 주인공에게는 하루를 버텨내는 구체적인 시간의 가치이자 삶의 증명이다. 카페 마감 시간을 견디고, 다시 작업실에 앉아 미래를 준비하는 주인공의 뒷모습은 거창한 성공담보다 훨씬 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완벽한 모습의 케이크를 지켜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주인공의 손길은,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아 있다.


 “조금 망가져도 괜찮아, 그래도 케이크는 달콤하니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창적인 그림체와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에 있다. 화려한 딸기 케이크의 붉은빛과 대조되는 절제된 색채, 그리고 여백의 미는 주인공의 내면을 고스란히 전한다. 실수를 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작가의 다정한 시선은, 사소한 일상에서 반짝이는 행운을 발견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과의 길 - 2026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 ㅣ 2026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김철순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6 볼로냐 라가치상 선정작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대작 <<사과의 길>> 그림책.


어디서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조금은 거칠감이 느껴지는 책 표지에서 사과가 가는 길을 예측해봅니다.


엄마가 깎아주는 사과 껍질의 나선형 모양을 '동그란 길'로 바라본 김철순 시인의 기발하면서도 소박한 시선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는 그 길로 걸어 들어가 사과가 거쳐온 사계절과 대자연의 시간을 만납니다. 

사과꽃이 피고, 벌과 나비가 찾아오고, 비바람을 견디며 마침내 붉게 영글기까지—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마주하던 사과 한 알이 사실은 지구와 우주가 온 힘을 다해 키워낸 생명이었다는 것을 담담하게 깨닫게 해줍니다.


전통 장지에 황토와 먹, 그리고 구아슈로 표현된 그림은 가히 압도적입니다. 

사과 껍질의 거칠고 질깃한 표면과 촉촉한 속살의 대비가 생생하게 전해져 화면 밖으로 새콤달콤한 향기가 배어 나오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어린이 독자에게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를, 어른 독자에게는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시각을 선물하는 책입니다. 소장 가치가 100%인, 알맞게 잘 익은 멋진 그림책으로 추천합니다.


오늘 하루 빨간 사과 한 개를 깎으며 사과의 길을 따라 가 보는 건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상의 모든 안녕 - 2026 대한민국 그림책상 특별상 수상작 ㅣ 곰곰그림책
남기림 지음 / 곰곰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에게나 언젠가 닥쳐올 이별이지만,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늘 두려워하고 회피하며 살아갑니다. 아이가 "죽으면 어떻게 돼?"라고 물었을 때, 혹은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내고 막막한 슬픔에 갇혔을 때, 이 책은 가만히 곁에 다가와 손을 잡아주는 다정한 온기 같은 그림책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검고 어두운 죽음 대신, 눈이 시리도록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채와 콜라주 예술이 펼쳐집니다. 세계 여러 문화권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떠난 이를 기억하는 의례들을 보여주는데, 어떤 곳에서는 죽음이 고단한 삶으로부터의 해방이자 대자연으로의 순환이며, 또 어떤 곳에서는 온 힘을 다해 노래하고 춤추는 축제라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슬픔의 형태가 단 하나가 아님을 보며 마음속 깊은 위로와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인물들의 선명한 윤곽 속에 감정을 강요하지 않도록 절제된 표정들은, 오히려 제 안에 묻어두었던 그리움과 슬픔을 자유롭게 투영할 수 있는 고마운 여백이 되어주었습니다. 수식어를 덜어낸 담백하고 정돈된 문장들은 행간 사이사이에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작가는 세상을 향해 헌화(獻花)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지었다고 합니다. 꽃은 피고 지는 생명의 유한함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 찬란하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지금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삶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요.


상실의 아픔을 겪은 어른들에게는 치유의 눈물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이별을 마주하는 품위 있는 시선을 길러줄 인생 그림책으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인트로 ㅣ 책담 청소년 문학
최이랑 지음 / 책담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이랑 작가 신작 《인트로》를 읽었다. 처음 만난 작가의 책으로 읽는 동안 가슴을 울리는 묵직한 메시지로 쿵했다. 


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현장 실습을 나간 미아와 수지, 그리고 대학에 진학한 단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청소년 노동 인권'과 '부조리에 맞서는 연대'를 정면으로 다룬다.


주인공들이 마주한 사회는 생각보다 훨씬 더 혹독하고 뻔뻔했다. 

현장 실습지에서 폭언과 성추행에 시달리는 수지, 학교와 어른들의 방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아는 실습 현장에서 일하다 알게 된 삼촌의 부당해고 농성까지 보며 사회의 냉혹함에 당황스러웠다.


열아홉 청춘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현실이다. 하지만 소설은 아이들을 단순한 피해자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 "여기서 그냥 물러나면 같은 일은 또 벌어질 거였다"며 서로의 손을 잡고 연대하는 미아와 친구들의 모습은 읽는 내내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청소년들에게 노동 현장의 부조리를 굳이 드러내 보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작가의 고민은, 오히려 "머지않은 시기에 노동 현장으로 뛰어들 사람들이기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미리 알고 준비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바뀐다.


시계가 오전 8시 40분을 가리킬 때, 수많은 사람이 일터로 향하듯 이제 막 사회로 돌입하기 직전의 '인트로' 시간을 채워가는 청소년들을 향한 작가의 따뜻하고도 단단한 시선이 돋보인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어른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