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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말싸움 ㅣ 마음별 그림책 36
코리나 루켄 지음, 김세실 옮김 / 나는별 / 2025년 10월
평점 :
《아름다운 실수》 작가 코리나 루켄이 선사하는, 기발하고 유쾌한 동화 같은 풍자극!
우리의 일상은 온통 '말'로 가득합니다. SNS, 뉴스, 회의, 그리고 가족 간의 대화까지.
하지만 말이 많을수록 정작 중요한 '소통'은 멀어지고 있다는 역설적인 현실을 이 그림책은 놀랍도록 정확하고 재미있게 포착합니다.
《끝없는 말싸움》은 왕의 엉킨 수염을 푸는 사소한 논쟁에서 시작된 말다툼이 온 나라, 나아가 바람, 돌멩이, 꽃까지 다투는 거대한 '끝장 말싸움'으로 번져가는 기발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싸우지 마세요'라는 교훈을 던지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매일 목격하고 참여하는 '소통 부재와 갈등 과잉'의 시대를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왕과 왕비가 "시작!"을 외쳐도 아무도 듣지 못하고 자기 말만 하는 대회장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온라인 공간이나 닫힌 회의실의 풍경과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리젠시 풍의 드레스와 현대적인 스웨터가 공존하는 시대 불명의 배경은 '소통 부재'가 과거에도, 지금도 반복되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임을 상징하며 깊은 울림을 줍니다.
수채, 잉크, 구아슈를 넘나드는 아르누보풍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이 독특한 세계관을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합니다.
말싸움으로 북적이던 대회장에서 천둥과 번개가 치고, 놀랍게도 모두가 침묵하는 짧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짧은 찰나,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이며 비로소 진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이 열린 결말은 독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정말 듣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말만 하고 있는가?"
말이 넘치는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가장 단순하고도 소중한 방법, '경청'의 가치를 유쾌하지만 아프게 일깨워주는 명작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바른 소통법을, 어른들에게는 잠시 멈추고 경청할 용기를 선사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꼭 읽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