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언어생활 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시리즈
최형규 지음, 김예지 그림 / 뜨인돌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념있는 언어 생활이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글을 보고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니 모든 사람들이 꼭 읽어야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에 대해 작가는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고 사용하길 바라며 다른 언어로 바꾸어 사용하자라는 생각을 말하고 있다. 읽는 내내 고개를 계속 끄덕이며 '나도 참, 생각없이 그냥 사용한 언어가 이렇게 많았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최형규 작가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30년 가까이 학생들과 함께 한 교사였으며 현재는 청소년재단 교육협력지원센터에서 '혁신교육 지구'활동을 하며 마을 교육생태계의 기반을 닦고 있다. 작가는 모든 청소년들이 오늘 당장 자신들의 권리를 맘껏 누리며 이 땅의 시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총 3장으로 제 1장은 왜곡의 언어(어감으로 진실을 감추다), 제 2장은 차별의 언어(무시와 배제가 빚어낸 말들). 제 3장은 편견의 언어(언어에 덧씌워진 색안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답정너! 판단을 강요하는 표현 이 담겨있다.

"몰카" - 카메라는 죄가 없다

"몰카" 언어를 설명하면서 '신윤복의 단오 풍경' 과 '장 밥티스트 파테의 목욕하는 여성' 그림을 소개하였다.

조선시대나 18세기 프랑스에서 풍습에선 '몰래 훔쳐보기'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엄연한 사생활 침해이며 중대한 범죄이다. 자신의 욕망이나 쾌감을 위해 타인의 몸과 사생활을 엿보는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몰카는 '몰래 카메라'를 줄인 말이다. 대부분의 몰카는 중대한 성범죄이며 사생활 침해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장난'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 예로 '1990년대 초에 인기 있었던 < 이경규의 몰래카레마>라는 TV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그 당시 나도 어린 마음에 마냥 웃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코너를 진행했던 방송인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오락 프로그램에서 사용했던 용어를 범죄 행위에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가려 온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며 그 용어를 가볍게 받아들인 우리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카메라는 잘못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걸 누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는 것입니다.

몰카는 불법 촬영으로, 몰카범은 불법 촬영범으로 바꾸어 불러야 하겠습니다.

p24~25 본문중에서

이 부분을 읽고 크게 공감하며 어제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후반부에 유재석이 갑자기 뉴스 앵커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마지막 자막에 "몰카" 가 아닌 "깜짝 카메라"라는 자막을 보고 역시 "김태호 PD"는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깨닫는 순간이였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고 생각없이 시청하였다면 PD의 마음을 읽지 못했을 것이다.인지도 있는 프로그램에서부터 이렇게 언어를 바꾸어 사용한다면 지금 보다 조금 더 개념있는 언어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PD에게 감탄하였다.


2장에서 우리가 지금 흔히 사용하고 있는 언어 중에서 '차별'이 있는 말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 "불법체류자(이주민을 향한 혐오와 멸시)" 와 "학생 할인과 학교 밖 청소년(모든 청소년들이 다 학생인 건 아닌데)"라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하였다.

위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때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난민을 막기 위해 더 높고 튼튼한 장벽을 세우려고 했을 당시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라엘이 이 장벽에 분홍색 시소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여기서 시소의 상징은 바로 존중과 포용, 함께 사는 사회일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의 언어에도 존중과 포용이 필요하다.

올해 7월 말 그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 장벽에 설치한 분홍색 시소를 타려고 주민들이 몰려든 모습.(2019)


"학생 할인"이라는 문구는 자주 접한다. 특히 신학기나 졸업식 시즌이 되면 IT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에서 흔히 보는 문구이다. 이 문구를 보면서 가끔 생각하였다. '학생이 아니면 할인이 안 되는가? 꼭 학생이라는 증표가 필요할까? 만약 나이는 학생 나이인데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면...' 이런 일도 있었다.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 입장 시 할인대상을 보면 여기서도 '학생증'을 요구한다.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제시하니 학교명이 나와 있지 않다고 다음엔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표현이 더 차별적인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긍정적인 것도 보다 부정적인 왠지 타락한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처럼 들려 이 책의 내용처럼 차별과 편견을 막기 위해 만든 표현 속에 오히려 차별과 편견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였다. 말은 최대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막장 드라마", "중2병"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통하는 "막장 드라마"

지금도 이 언어는 자주 사용하고 있다. 나 또한 생각없이 이야기를 하는 말이다. 하지만 "막장"의 뜻을 알고 나니 생각없이 사용하면 안 되는 언어임을 알고 깊은 반성을 하였다.

막장은 탄광 갱도의 막다른 곳을 뜻한다. 드라마의 내용이 이리저리 꼬이고 뒤틀리다 못해서 갈 떼까지 갔다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참으로 부적절한 표현이다. 막장은 광부들의 진한 눈물과 끈끈한 동료애가 서려 있는 곳이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숨 걸고 일하는 위태로운 공간이다. 막장은 치열하고 가슴 먹먹한 노둥의 현장이다.

드라마의 내용처럼 패륜이나, 불륜, 출생의 비밀로 황당무계하게 전개되는 드라마가 아니다. '막장이라는 언어를 사용할 땐 한번쯤은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생각해야겠다.

"중2병"

흔히 중학생이 있는 집에선 "중2병"을 정신병으로 생각하라고 말한 강사의 말이 문뜩 생각났다.

그땐 웃고 넘겼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일깨워주었다.

"병"이라는 뜻을 잊고 말하는 것이였다. 나 또한 겪었던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을 '병'이라고 생각하다니....

나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를 알려주었다. 변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더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어른의 시각이 아닌 당사자들의 시가에서 말이다. 그 예로 작가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들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이 있는 우화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 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소년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듣고자 했다면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작가는 물어보고 있다.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하며 자연스러운 현상을 어른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기성세대, 어른들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금씩 노력한다면 작가의 말처럼 말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지는 사회가 분명이 올거라 생각한다. 기존의 방식을 깨기는 무척 힘들고 고단한 과정이다. 그 틀을 부수기엔 우린 많은 프레임에 갇혀 살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어른들부터 조금씩 변화해 간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끝이 당신이다 - 주변을 보듬고 세상과 연대하는 말하기의 힘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말끝이 당신이다 >>라는 책 제목이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사람은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수많은 말을 한다. 의식적인 말보단 무의식적인 말을 많이 한다.

첫말이 아니라 말끝이라는 낱말이 인상에 남았다. 난 어떤 말끝을 사용하며 하루를 지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 김진해 교수를 짧게 소개하자면 20년 넘게 학생들에게 언어, 의미, 글쓰기, 책 만들기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여러 가지 궁리를 하며 학문을 넓혀 가려 노력한다. <한겨레> '말글살이'에 그을 쓰는 재미와 고통을 맛보며 지내며 말과 글에 관한 에세이 << 말끝이 당신이다 >>를 출간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 책이며 1부는 말의 심장으로 우리의 내면 정서와 감각을 풍부하게 만드는 말과 글의 소담스러운 부분을, 2부 말의 품격에선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향한 언어의 이중성, 3부 말의 경계에선 언어의 진보성과 가능성 그리고 4부의 기억과 연대, 그리고 말하기에선 마땅히 기억해야 할 한국의 역사와 시대적 현상을 우리말과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작가의 생각에 다른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말끝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과의 관계 친밀도를 알 수 있다고 하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친할수록 말끝이 짧아지며 격식을 갖추지 않고 길게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내가 카톡에 짧은 대화글을 작성하는 것 보고 아이가 "엄마, 그분이랑 그렇게 친하셨나요? "라고 물었던 기억이 났다. 내가 사용한 대화글은 " 영 " 혹은 "옹"이라는 단어였는데 이런 문자는 친한 사이에서만 사용하는 거라며 의아해하는 아이의 표정이 기억났다. 항상 존댓말로 대화를 오가다 이런 짧은 단어를 사용해서 아이가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은 부분이었다.

말의 성패는 말끝에 달려 있다.

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

특히 어미를 어떻게 쓰는지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 성격, 타인과의 관계,

지위가 드러난다.

p19 말끝이 당신이다

한국어는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확인하되, 타인을 중심으로 자신을 호명한다.

p23 타인을 중심에

책을 읽는 동안 국가 사전 폐지론이나 맞춤법을 없애자는 부분에선 작가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에도 언급한다. 나 역시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과연 이것이 없어지면 우리가 말에서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점이 들기도 하였다. 사전이 폐지되고 맞춤법이 없다면 제일 먼저 좋아할 대상이 아이들이 아닐까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학교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테스트가 받아쓰기이다. 아이들의 받아쓰기를 보면서 내가 어릴 때와 많이 달라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실제 말의 변화는 정말 빨리 변화고 있는 대신에 이것을 제일 느리게 적용하는 것이 국가 사전이나 맞춤법이 아닐까라는 작가의 생각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p101 부분을 읽어보면 '맞아 맞아'라는 공감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부분 중 하나였다.

오늘이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리지만 여성이든, 남성이든 메달을 획득하면 그 분야에 대해 '효자 노릇'이라고 언론에선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니 '효녀 노릇'이라는 말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유교를 바탕으로 하는 가부장적인 사회 이념이라 이렇게 표현하는 걸까? 왜 이 표현이 정당하다라고만 생각하고 반문을 해 본 적이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말에는 사회적 무의식이 담겨있어서 곱씹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다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 호명, 특히 뭐라고 딱히 표현하기가 애매할 때 '아저씨, 아줌마, 선생님, 언니, 사장님' 등의 호명은 누군가를 불러 세운다는 점에서 소통의 출발점이자 상대에 대한 규정이며 그 짧은 호명 안에 당신의 품격이 담긴다고 작가는 전한다.

이렇게 말은 탈도 생기지만 말을 통해 연대를 형성하고 화합을 하기도 한다.

문해력이 낮다는 요즘 긴 문장도 단 짧은 문장을 선호하는 우리를 볼 수 있다. 내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자신이 원하는 영상과 짧은 글을 보지만 가끔은 내가 사용하고 있는 어휘들을 검색해보고 무슨 뜻인지 나는 어떤 말끝으로 나의 품격을 말하고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며 발전시키는 시간을 이 책을 통해 가져 보았으면 한다.

이 책은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지만 각 장마다 1장 내지 2장 정도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 만에 읽을 수 있다. 이것이 에세이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추천인들도 말하듯이 말실수 때문에 불편해하거나 말끝이 자주 흐려지는 분, 말과 말 사이에 민감한 분, 그리고 자기표현에 대해 궁금하거나 어떤 품격을 가졌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으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랜만에 일본 소설책을 읽었다.

출간되기 전 홍보용 가제본이다.


작가는 우사미린이며 1999년생으로 19세에 등단과 동시에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21세 두 번째 소설로 이미 일본 베스트셀러 1위이고 50만 부 돌파한 책이다.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아카리가 자신의 삶 의미를 아이돌 그룹 '마지마좌'의 멤버 마사키(최애)에서 찾으러 했으며 최애의 폭력 논란, 연예계 은퇴로 충격을 받는 이야기이다.


우선 책표지(가제본)이 깔끔한 인상을 준다. 전체적인 검정색에 흰색의 글자는 한 눈에 들어왔으며 132쪽분량으로 가볍고 한 손으로 들을수 있을만큼 작아 휴대하면서 읽기가 쉬웠다.


'최애'라는 단어를 종종 듣긴 하지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최애'란 가장 사랑하다라는 것 외에 온라인상에서 비난, 비판 등이 거세게 일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미로 이 책에선 설명한다.


요즘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대상은 다양하다. 어린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까지 포함되며 그들을 사랑하는 방법 또한 여러가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방탄소년단 & 아미'가 생각이 났다. 


처음엔 다 읽고 나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하고 생각에 잠기다 '옮긴이의 말'을 읽으면서 조금 더 자세히 이해가 되었다.


책엔 주인공 아카리가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아 정확하게 어떻게 다른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남들은 쉽게 해내는 일이 어려우며 몸도 무겁고 나아지고 싶다는 의욕도 없고 희망도 없다. 

엄마는 아카리의 속도에 맞추기보다는 자꾸 닦달하고 아빠는 무신경, 그리고 언니에겐 심리적 거리가 있어 아카리의 마음을 열지 못한다.

오직 아카리의 마음을 열게 해 준 대상이 마사키(최애)였다.  

아카리는 모든 것을 걸고 최애를 사랑한다.


덕후의 입장과 아이돌 마시키 관점에서의 팬을 바라보는 시선등을 엿볼 수 있으며 세상에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고 각자의 상식에 맞춰 세상을 인식함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아이돌의 덕후, 최애라면 그리고 연예인의 덕후라면 청소년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다양한 시선의 존재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모성의 어두운 면에 대해 쓰고 싶었다. 최선의 환경이라고 해도 육아는 때로 매우 추하고 끔찍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애슐리 오드레인 작가의 말

애슐리 오드레인 작가는 펭귄북스 캐나다에서 홍보 디렉터로 유명 작가들과 함께 일하였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둔 후 글쓰기를 시작하며 모성애 동반되는 여성의 공통된 불안과 두려움을 탐구하며 《 푸시: 내 것이 아닌 아이 》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자신의 낳은 딸을 사랑할 수 없는 엄마, 자식에 대한 최악의 악몽이 현실이 된 한 여자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말하는 푸시(Push)는 출산의 의미인 아이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행위와 샘의 죽음 즉,작품에서 가장 큰 비극으로 그려지는 아이의 죽음 이야기 그리고 모녀 사이의 감정적 밀어냄을 상징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옮긴이는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책을 읽는 동안 한 편의 서스펜스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암시적으로 사회에선 말한다. 여성에게 있어 출산과 육아는 행복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아이가 잘못되는 경우엔 다 '엄마'의 탓으로 돌린다. 과연 출산과 육아는 여성들에게 엄마들에게 기쁨만을 전해줄까?

책을 읽는 동안 잊고 있었던 출산의 고통과 출산 후 변화된 나의 몸, 그리고 우울증에 얕거나 깊거나 피할 수 없는 시간들이생각났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에 다시 행복을 찾는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 보여주는 어두운 면은 고스란히 엄마(여성)만 감수해내야하는 부분이였다.

작가는 이 점을 서스펜스같은 스토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말하는 것 같다. 에타,세실리아,블라이스까지 자신의 아이을 낳았지만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은 모습과 감정들

어쩌면 그것이 대대로 대물림되어 바이올렛에 와서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그래서 바이올렛이 소시오페스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에타가 세실리아를 죽이려고 한 장면, 그 장면과 그때 느꼈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겐 알리고 싶지 않은 소시오페같은 모습에 세실리아는 충격을 받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에타)의 모습에 놀랍지만 적응해야하는 이야기들이 나를 참 아프게 하였다. 그 물림을 블라잇으, 바이올렛까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에타가 여자아이가 아닌 남자아이를 낳았다라면 같은 행동을 했을까? 다만 자신과 같은 성이라 더 거부하지 않았을까, 에타 역시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일어난 행동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따뜻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블라이스는 완벽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남편을 만나 사랑을 받고 나누며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지키려는 모습에 애처로웠다. 바이올렛이 자신을 거부하고 오직 아빠만을 사랑하고 엄마를 유독 싫어하는 이유가 엄마의 불안한 마음이 전달되어서 그런 것일까? 소시오페스적인 바이올렛의 행동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였다. 미국 드라마 CSI 라스베가스의 한 장면에서 어린 소녀가 소시오페스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생각났다. 바이올렛으로부터 벗어나 행복을 찾았던 둘째 아이 "샘" 에게 블라이스는 모든 사랑을 듬뿍 준다. 바이올렛이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사랑을 ..... 바이올렛은 그 모습의 엄마가 낯설기도 하고 '왜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지?'라는 의구심을 더 가지며 샘에 대한 미움을 감추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다. 다행히 블라이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이올렛에 대해 긍정적인 말들을 생각하며 바이올렛을 받아들이는 성장을 독자에게 보여주면서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바이올렛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였다.\


"블라이스," 젬마가 마침내 속삭인다.

"제트에게 ..........일이 생겼어요."

라며 소설은 끝이 난다. 이 마지막 말에 독자들은 예상할 수 있다.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그 다음에 어떤 일들일 벌어질지.......

이 소설을 통해 모성애에 관한 사회적 강제가 깨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성이 아이를 낳는 순간 모성애가 막 생기는 것이 아니고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를 사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사회에 알려준다. 사랑할 수 없는 아이를 만난 엄마의 악몽, 아이를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비정상이기에 병적인 이상이 아닌지 생각하게하는 의심과 내면의 고통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 책은 출산과 육아가 고통스러웠던 엄마들, 그리고 엄마를 사랑해도 엄마와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던 아이들을 위한 책이며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잠깐이라도 우리도 한 때 여기에 속하기에 진정한 가족 연대를 생각하며 남편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푸시를 영화로 다시 만들어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 영화가 개봉되면 소설과는 어떻게 또 다르게 접근하여 이야기를 펼쳐질지 기대한다.



푸시,내것이아인아이,애슐리오드레인지음,박현주옮김,인플루엔셜,내가만들어낸예쁜괴물,모성애의이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사과는 없다 VivaVivo (비바비보) 46
김혜진 지음 / 뜨인돌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가부터 '학교폭력'이라는 사건이 뉴스에 종종 나온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오며 어떻게 아이들이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정도로 그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제 3자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고 있다.


몇 년 전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였다. 옛말에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처럼 피해자는 다른 곳으로 전학갔다. 다행히 피해자는 그 곳에서 적응도 잘하고 지금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힘이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를 들으며 분통이 터져 할 말을 잃었던 것도 제 3자라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혜진 작가님은 '구겨진 종이 뭉치 속 그림자 같은 이야기, 있는 듯 없는 듯 결국엔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과 조용히 숨겨진 마음에 자리 잡은, 결국엔 벅차게 펼쳐질 이야기를 찾아 문장으로 옮기고 싶다' 라고 작가 소개에 나와있다. 그래서인지 '학교폭력'이 끝나고 난 뒤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한다.


<피노키오>이야기에서 시작하는 파란 천사 지미니 크리켓

어릴 적 보았던 피노키오 만화를 떠올리며 피노키오에게 항상 바른 길로 인도하는 파란색 귀뚜라미가 떠올랐다.  피노키오는 항상 그 양심을 피해갔지만 끊임없이 양심에 대해 말하는 지미니 크리켓

지호가 지민이에게 "네가 내 양심이야, 지미니."라며 시작한 지호의 양심 지미니


이 책은 주인공 지민이가 끊임없이 질문하며 답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이 나온다.


p167 ~168 

마지막으로, ‘세 번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쓰고 난 뒤에야 발견했습니다. 당사자 두 사람 말고 그 곁의 세 번째 사람이 상황을 바꾼다는 것을요. 당사자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차마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지민에게 그것은 다온이고, 또 리하였지요. 과거에 묶인 채로 고정되어 있던 지민과 지호의 관계는 이들로 인해 달라집니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는 지민이 세 번째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리하와 지호 사이에서, 다온과 선
배, 리하와 다온, 다온과 재희의 관계에서 그랬지요. 지민이 뒤로 물러서지 않고 꿋꿋이 그 역할을 해냈기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가능했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뒤로 물러설 수도 있습니다. 나와 상관없다고 고개를 돌려 버릴 수도 있고요. 그러나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도 있습니다. 숨결과 온기가 느껴질 만큼, 변화를 가져올 만큼. 책 속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세 번째 사람이거나, 세 번째 사람이 될 수 있거나, 세 번째 사람이 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지호와 지민이
지민이는 지호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심적으로 알았다. 
지호도 지호 엄마도 지민이 엄마조차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지호가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 독자들은 알 수 있다.

이사를 감으로써 지호와의 연락도 뜸해지고 어느 날 지호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어 무성한 소문이 일어나고 보드 사건으로 사람이 죽자 그 소문은 더 무성해진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 지민이는 제 3자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지호에게 피해를 입은 리하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모습에 맘이 많이 아팠다.
지호와 지민의 관계를 알게 된 후 달라지는 리하와 다온의 모습
그리고 다온이 지호를 옹호한게 아니라 사고로 인해 죽은 선배라는 것을 알게 된 현실
또한 다온이가 누구에게나 다 친절해야했던 이유에 대해 알아가면서 결국 '폭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주었다.
다온이가 말하는 '여우와 포도'에서 난 여우에게만 집착하여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다온이는 포도 입장이 되어 자신의 경우를 말하는 장면에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지민이가 세 번째 사람으로 그냥 무시하였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우린 모두 제 3자가 될 수 있다. 그냥 신경쓰지 않고 뒤로 물러설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다. 이 작은 변화가 희망의 가능성으로 향상 될 수도 있다.
책 속에 나오는 글처럼 우리는 지금 세 번째 사람이거나, 세 번째 사람이 될 수 있거나, 세 번째 사람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무척 공감이 간다.

이 책은 학교폭력이라는 소재지만 세 번째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많은 생각할 부분과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기에 청소년 뿐 만 아니라 어른들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