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언어생활 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시리즈
최형규 지음, 김예지 그림 / 뜨인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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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있는 언어 생활이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글을 보고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니 모든 사람들이 꼭 읽어야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에 대해 작가는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고 사용하길 바라며 다른 언어로 바꾸어 사용하자라는 생각을 말하고 있다. 읽는 내내 고개를 계속 끄덕이며 '나도 참, 생각없이 그냥 사용한 언어가 이렇게 많았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최형규 작가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30년 가까이 학생들과 함께 한 교사였으며 현재는 청소년재단 교육협력지원센터에서 '혁신교육 지구'활동을 하며 마을 교육생태계의 기반을 닦고 있다. 작가는 모든 청소년들이 오늘 당장 자신들의 권리를 맘껏 누리며 이 땅의 시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총 3장으로 제 1장은 왜곡의 언어(어감으로 진실을 감추다), 제 2장은 차별의 언어(무시와 배제가 빚어낸 말들). 제 3장은 편견의 언어(언어에 덧씌워진 색안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답정너! 판단을 강요하는 표현 이 담겨있다.

"몰카" - 카메라는 죄가 없다

"몰카" 언어를 설명하면서 '신윤복의 단오 풍경' 과 '장 밥티스트 파테의 목욕하는 여성' 그림을 소개하였다.

조선시대나 18세기 프랑스에서 풍습에선 '몰래 훔쳐보기'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엄연한 사생활 침해이며 중대한 범죄이다. 자신의 욕망이나 쾌감을 위해 타인의 몸과 사생활을 엿보는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몰카는 '몰래 카메라'를 줄인 말이다. 대부분의 몰카는 중대한 성범죄이며 사생활 침해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장난'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 예로 '1990년대 초에 인기 있었던 < 이경규의 몰래카레마>라는 TV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그 당시 나도 어린 마음에 마냥 웃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코너를 진행했던 방송인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오락 프로그램에서 사용했던 용어를 범죄 행위에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가려 온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며 그 용어를 가볍게 받아들인 우리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카메라는 잘못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걸 누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는 것입니다.

몰카는 불법 촬영으로, 몰카범은 불법 촬영범으로 바꾸어 불러야 하겠습니다.

p24~25 본문중에서

이 부분을 읽고 크게 공감하며 어제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후반부에 유재석이 갑자기 뉴스 앵커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마지막 자막에 "몰카" 가 아닌 "깜짝 카메라"라는 자막을 보고 역시 "김태호 PD"는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깨닫는 순간이였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고 생각없이 시청하였다면 PD의 마음을 읽지 못했을 것이다.인지도 있는 프로그램에서부터 이렇게 언어를 바꾸어 사용한다면 지금 보다 조금 더 개념있는 언어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PD에게 감탄하였다.


2장에서 우리가 지금 흔히 사용하고 있는 언어 중에서 '차별'이 있는 말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 "불법체류자(이주민을 향한 혐오와 멸시)" 와 "학생 할인과 학교 밖 청소년(모든 청소년들이 다 학생인 건 아닌데)"라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하였다.

위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때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난민을 막기 위해 더 높고 튼튼한 장벽을 세우려고 했을 당시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라엘이 이 장벽에 분홍색 시소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여기서 시소의 상징은 바로 존중과 포용, 함께 사는 사회일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의 언어에도 존중과 포용이 필요하다.

올해 7월 말 그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 장벽에 설치한 분홍색 시소를 타려고 주민들이 몰려든 모습.(2019)


"학생 할인"이라는 문구는 자주 접한다. 특히 신학기나 졸업식 시즌이 되면 IT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에서 흔히 보는 문구이다. 이 문구를 보면서 가끔 생각하였다. '학생이 아니면 할인이 안 되는가? 꼭 학생이라는 증표가 필요할까? 만약 나이는 학생 나이인데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면...' 이런 일도 있었다.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 입장 시 할인대상을 보면 여기서도 '학생증'을 요구한다.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제시하니 학교명이 나와 있지 않다고 다음엔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표현이 더 차별적인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긍정적인 것도 보다 부정적인 왠지 타락한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처럼 들려 이 책의 내용처럼 차별과 편견을 막기 위해 만든 표현 속에 오히려 차별과 편견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였다. 말은 최대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막장 드라마", "중2병"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통하는 "막장 드라마"

지금도 이 언어는 자주 사용하고 있다. 나 또한 생각없이 이야기를 하는 말이다. 하지만 "막장"의 뜻을 알고 나니 생각없이 사용하면 안 되는 언어임을 알고 깊은 반성을 하였다.

막장은 탄광 갱도의 막다른 곳을 뜻한다. 드라마의 내용이 이리저리 꼬이고 뒤틀리다 못해서 갈 떼까지 갔다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참으로 부적절한 표현이다. 막장은 광부들의 진한 눈물과 끈끈한 동료애가 서려 있는 곳이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숨 걸고 일하는 위태로운 공간이다. 막장은 치열하고 가슴 먹먹한 노둥의 현장이다.

드라마의 내용처럼 패륜이나, 불륜, 출생의 비밀로 황당무계하게 전개되는 드라마가 아니다. '막장이라는 언어를 사용할 땐 한번쯤은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생각해야겠다.

"중2병"

흔히 중학생이 있는 집에선 "중2병"을 정신병으로 생각하라고 말한 강사의 말이 문뜩 생각났다.

그땐 웃고 넘겼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일깨워주었다.

"병"이라는 뜻을 잊고 말하는 것이였다. 나 또한 겪었던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을 '병'이라고 생각하다니....

나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를 알려주었다. 변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더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어른의 시각이 아닌 당사자들의 시가에서 말이다. 그 예로 작가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들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이 있는 우화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 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소년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듣고자 했다면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작가는 물어보고 있다.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하며 자연스러운 현상을 어른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기성세대, 어른들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금씩 노력한다면 작가의 말처럼 말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지는 사회가 분명이 올거라 생각한다. 기존의 방식을 깨기는 무척 힘들고 고단한 과정이다. 그 틀을 부수기엔 우린 많은 프레임에 갇혀 살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어른들부터 조금씩 변화해 간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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