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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사랑
전경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열렬하게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도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도 때로는 지겹고 의무적인 행동만 마지못해 하게 될 때가 있다. 오래된 연인이나 친구도 마찬가지 아닐까? 서로에 대한 의무감때문에 최소한의 사랑만 주게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지는 않은지.
유명 여류작가 전경린의 신작의 주인공은 평범한 주부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질투도 무엇도 어떤 감정도 나지 않은 채 의무감으로, 자식때문에 살아가고 있다. 아직 어린딸은 자신을 닮아 호주로 가서 미술을 하고 싶어한다. 그녀가 미대에 다닌다는 사실때문에 그녀를 좋아했을지 모를 남편은 딸이 미술하는 것은 극구 반대하고 있다. 여행을 다녀오겠다며 호주를 보내달라고 하는 딸의 마음을 뻔히 들여다보는 그녀는 돌아오지 않을 딸에게 섭섭하고 서운하다.
남편은 더이상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다. 둘 사이의 하나남은 끊이 이제 끊어지려고 하고 있다. 그럴 때, 새엄마가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새엄마에 대한 감정은 일찍 돌아가신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반비례했다. 살갑지도 않게 그렇다고 증오하지도 않고 빨리 집을 떠나겠다는 마음만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예전에 돌아가셨다. 병수발을 하던 새엄마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조금씩 병들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주인공. 그리고 새엄마의 딸, 유란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자신을 잠시 언니라고 불렀던 그녀는, 주인공이 연관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새엄마와 떨어져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다. 죽어가면서도, 치매로 오락가락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 유란의 존재를 지우지 못했던 새엄마.
이제 최소한의 사랑으로 의무를 다했던 가족의 끈은 떨어졌다. 그리고 또하나의 의무를, 마음의 앙금으로 남아있는 유란을 만나기 위해, 새엄마의 한맺힌 유언과도 같은 부탁을 위해, 주인공은 유란을 찾아 떠난다.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유란의 집을 찾지만, 그녀는 어디론가 떠났다. 떠난 유란은 언젠가 돌아올것이다. 그리고 유란의 삶속으로 들어가 유란이 살던 집에 살면서 그녀가 만난 사람들을 만나며 그녀를 기다리는 주인공.
최소한의 사랑을 다하기 위한 주인공의 행보가 쓸쓸하고 잔잔하게 전개되는 소설이다. 감성적인 여류작가의 문체가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외진 비무장지대 근교의 마을에서 자신이 삶던 삶을 잠시 떠나 유란을 기다리는 주인공이 바라보는 세상은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고 소박하다. 그곳에서의 기다림,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옛 친구와의 우연한 재회. 그녀는 낮선 곳에서 살며 살아온 삶을 정리하듯 돌아본다. 과연 그날의 앞날은 어떻게 펼쳐질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의 삶이 슬프도록 잔잔하게 그려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