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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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만, 언젠가 부터 사람들은 시를 읽지 않는것 같다.

시집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나라는 시인들에게 국가에서 월급을 준다는 소리를 들은듯하다.

그만큼 우리나라나 다른나라나 '시써서 먹고살기' 힘들다. 문학은 이익을 추구하는 학문이 아니어서 그런것일까?

시쓰기는 짧지만 어렵고 시읽기도 난해하다.

어떤시는 도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것인지 모를대도 많다.

시라는 것이 함축적이고 정서적 밀도가 강한 감각적 언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와 철학은 인문학의 범주안에 있다. 인간과 문화에 대한 학문. 인간의 자유에 대한 탐구랄까?

아름다운 서정시의 대가 서정주는 창씨개명을한 대표적인 친일시인이다.

그의 시는 아름답지만 '마쓰이 히데오', '처음으로' 등과 같이 독재자와 일본을 찬양한 시를 쓴 그를 보면 시인은 올바른 가치관과 철학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이 어우러져 각각의 주제를 논한다. 철학자는 외국인이고 시인은 국내시인이다.

그중에 한시인만 소개해본다. 바로 김남주 시인이다.

김남주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데 시가 한편만 소개된 점은 조금 아쉽다. 시집을 소장하고 있긴 하지만...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시로서 비판하고, 민주화 운동을 통해 언문일치를 보여준 김남주 시인. 시인이라기 보다 전사라고 불리우길 원했던 시인. 개인적 친분에 의해 만나본 그는 평소에는 그렇게 온화하고 말수가 적은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이지만 펜만 들면 전사가 된다.

다른 이야기지만 김남주하면 사람들은 탤런트 김남주를 제일먼저 떠올릴텐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위대한 또하나의 시인 신동엽도 개그맨과 이름이 같다는것은 아이러니 하다. 가장 좋아하는 시인둘이 유명연예인과 공교롭게 동명이인이라니...

이책에 실린 김남주의 시를 소개한다.



어떤 관료 - 김남주 -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에 그는 도청과정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고 정직하게!
성실하고 공정하게!



경제발전과 산업화가 이루어 지면서 외형적으로 우리나라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자본가등이 기득권 세력으로자리잡게 된다. 그런 현실에 아래계층일수 밖에 없는 농민과 노동자를 위해 시를 노래한 사람이 김남주이다. 체포와 심문 재판과 수감속에서 많은 관료를 많난 경험을 통해 쓴 그의시 어떤관료를 여성철학자 아렌트의 철학으로 설명한다.



'사유는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의무이다'



아렌트는 사유란 타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김남주의 시 어떤 관료와 히틀러의 부하 아이히만을 통해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성실하고 근면하기만 한 관료는 악이라고 역설한다. 아이히만은 직장상사의 명령에 따라 성실고 근면하게 근무한것 뿐인데 결과는 유대인 학살로 이어졌다. 사유없는 성실함은 엄청난 악을 불러일으킨다. 성실하고 근면하기만하고 생각이 없다면 그것이 악이 될수 있다.



시를 쓰려면 철학이 필요함을 이책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삶에도 필요하다.

이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난 서정시인 서정주가 떠올랐다.

서정주는 그저 살기위해, 아이히만은 그저 직장상사의 명령에 따른것에 불과하지만 결과는 엄청난 악으로 나타났다.

그의 친일행위와 선동행위, 선동적인 글로 인해 죽어갔을 많은 젊은 학병들과 독립운동가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

전두환 생일에 바친 '처음으로'에 상처입었을 광주민주화 운동의 희생자와 유족들을 생각했으면 서정주가 그런 친일 행위를 할수 있었을까? 아이히만이 유대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그저 성실하게 명령에 따랐을까?

서정주는 단지 자신만 살기위해 마쓰이 히데오를 쓰고 처음으로를 쓰며 그들을 찬양했을것이다.

그것은 친일 서정주시인의 사유의 부족이 불러일으킨 결과일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자신들을 반대하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대며 철저한 무사유를 보여준다.

장애인들을 웃음거리로 삼는 사람들, 아동 성폭력 살해범 김길태의 팬까페를 재미로 만드는 어린 학생들, 왕따문제등등...

이런것들이 바로 철저한 무사유가 불러 일으키는 평범한 악이아닐까?

자신하고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얼마전 기사에서 사형폐지를 주장하던 사람이 자기 가족이 살해되자 이제 사형옹호를 주장한다는 글을 보았다. 자기 주변인이 그러지 않았으면 계속해서 사형폐지를 주장했을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과 주변만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함을 느꼈다.

철학은 올바른 판단과 가치관 형성에 좋은 학문이다.

높은 교육열을 보여주는 한국이지만 철학은 도외되는것 같아 새삼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많은 위인들이 어릴적부터 고전철학을 심도있게 읽어 비약적인 두뇌발달을 이루었다고 한다.

'존스튜어트밀 독서법'이라는 독서법으로 잘알려져 있다. 사교육도 좋지만 철학을 공부하는 것도 학습에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철학적 시읽기라기 보다 시로 이야기하는 철학이란 느낌이 들었다.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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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03-2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btkjyzang 2012-05-24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형제 폐지 찬반을 두고 무사유로 연결시킬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