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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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하드를 포맷하고 나면 속도도 빨라지고 용량도 남는다. 하지만 데이터를 백업해두지 않으면 다 날라가기도 한다. 인생을 포맷할 수 있다면 어떨까? 깨끗하게 포맷하고 다시시작할 수 있다면 좋은점이 많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은 다 날아가버린다면 결국 똑같은 삶을 살고 지금에 이를지 모른다. 그래도 포맷을 해버리고 싶은게 인생이다.

 

  8명의 작가들의 8가지 단편들을 만났다. 현실과 꿈, 현실과 이상에 대해서 말한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88만원세대의 작가지망생을 그리고 있는 첫번째 단편 질문들.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은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이 담긴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면서 자신의 삶에 질문을 던진다. 자신이 꿈꿔오던 삶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 컷기에 어려운 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 업친데 덮친 격인지 오빠가 찾아와 전세금을 빼주고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어차피 글을 쓰는데 굳이 서울에서 힘들게 할 거 있냐며. 꼭 갚아주겠다는 말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오빠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수락을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안될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마음을 바꾼다. 허나 올케가 될 그녀의 문자를 받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그녀. 변변한 직장이 없는 상태로 다시 겨우 벗어난 월세살이로 돌아가야 하는 그녀. 지금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앞으로를 맞이하게 된다. 그래도 꿈을 잃지 않을 것이다. 네일아트를 받으며 변화를 꿈꾸지만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여성을 다룬 큐티클. 사회구조의 불합리성을 네일아트라는 소재로 꼬집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집은 전반적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음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 실업문제와 왕따, 비정규직 등 현재 진행형인 고통들을 다루며 나의 문제와 내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다룬다. 이렇게 다른 상황에서 비슷한 문제점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여기서 다루는 문제들이 그만큼 널리 퍼져있는 심각한 문제가 되버렸다는 것을 새삼 알게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포맷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런 제목을 지은 것일까? 개인의 삶은 포맷해버릴 수 없지만 사회적인 문제들은 우리가 함께 바꿔나갈 수 있다. 전반적인 사회인식이 올바르게 성립할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요즘 단편작품들을 많이 읽는데 단편집들 중에서 이 책을 참 괜찮게 읽은 것 같다. 의미심장한 제목과 흥미롭지 않게 잘 읽히면서도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가진 단편들이다.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소설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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