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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하이에크 -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
니컬러스 웝숏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14년 3월
평점 :
멋지다.
이렇게 두껍고 미주가 많고 참고문헌도 많으며 등장인물도 많은 책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니콜라스 웝숏의 글쓰기도 탐나고 김홍식님의 번역실력도 예술이다. 현대 경제학을 만든 두 명의 거장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다니.
책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나오는 사진들도 좋다. 케인스의 큰 키도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하이에크의 독일식 영어 발음도. 그리고 둘의 논리 대결까지 너무나 매력적이다.
두 거장의 이야기를 옛날 이야기 듣듯 읽다보면 케인스와 하이에크 사상의 핵심을 알 수 있다. 한 쪽의 주장과 반박, 그리고 재반박이 계속되다보면 두 사람 모두의 주장에 대해 보다 뚜렷히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경제학 책에서 배우던 딱딱한 그래프와 공식들을 거장들의 육성으로 배울 수 있다. 읽고 있다보면 이렇게 현실적이고 재미있는 얘기들을 왜 그렇게 딱딱하게 가르쳤는지 그때의 그 선생님들이 원망스러워진다. 하긴 케인스와 하이에크 같은 천재들이 쉽게 나오는건 아니니까.
흥미로웠던건 1차세계대전 이후 경기침체 시기에 유럽 각국이 행했던 정책과 그에 대한 케인스의 말들이 재작년 유럽 금융위기 이후 정책들과 크루그먼의 말들과 매우 유사했다는 점이다. 1차대전 이후 유럽 각국은 전쟁으로 평가절하된 환율을 절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고 재정을 튼튼히 하기 위한 긴축정책을 수행했다. 케인스는 이에 대해 계속해서 가난해지는 정책이라고 맹비판을 했다. 그러면서 재정적자를 확대 시킬지라도 투자를 통해 민간의 승수 효과를 높이는 일이 궁극적으로 재정위기를 해소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후 세계는 케인스의 얘기가 옳았음을 알게 되었으나 또 똑같은 일이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재작년 유럽 위기때에도 유럽 각국은 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 정책이 수행되었다. 공무원들의 연봉은 삭감되었고 사회복지 일자리는 없어졌다. 재정을 줄였지만 그로 인한 세입은 더 줄어들어 재정적자의 악순환은 반복됐다. 크루그먼은 뉴욕 타임스에서 재정긴축을 하면 고통이 장기화 된다면서 지금이라도 재정을 풀어 민간의 승수 효과를 일으켜야 한다고 일갈한다. 100년 가까이 시간은 흘렀지만 인간은 변하지 않았다.
정치인들에겐 자신의 권력이 경제적 진실보다 더 중요하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은 변하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그로인한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두 경제학자들은 본질적으로 '잘 살 수 있는 길'을 연구했고 그로 인해 세계가 좀 더 나아지길 바랬다. 가는 길은 달랐지만 목적지는 같았으리라 믿는다. 이제 남겨진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여 지금의 현실에 적용하는 일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