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내 옆에 앉아! 푸른 동시놀이터 105
연필시 동인 엮음, 권현진 그림 / 푸른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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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인들은 날마다 새로이 뾰족하게 연필을 깎습니다. 그러고는 좋은 동시를 쓰기 위해 흰 종이를 앞에 놓고 밤을 꼬박 새우곤 합니다. 우리는 늘 품 안에 종이와 연필을 품고 있듯 우리의 가슴에 동심과 시를 소중히 간직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좋은 동시를 쓰고, 또 써낼 것입니다. '엮은이의 말'~

 

2001년 출간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동시집 <, 내 옆에 앉아!>, 이 책은 1992'어린이를 위한 좋은 동시를 쓰자'는 마음으로 아홉 명의 시인이 뜻을 모아 만든 모임인 '연필시' 동인의 세 번째 동시집입니다. 2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동시집으로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 내 옆에 앉아!>1'기분 좋은 덧셈', 2'망설이는 빗방울', 3'웃는 아이의 앞니를 노래함', 4'행복한 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54편의 동시가 실려 있는데요.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아홉 시인의 시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연필

 

신형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새 연필

칼로 한 겹 한 겹 깎아 내도

여전히 잠만 잔다.

까만 심이 쪼끔 드러나자

그때서야 바스스 눈을 뜨고,

심을 뾰족이 갈고 손에 꼭 쥐니

나릿나릿 기지개를 켠다.

흰 종이에 가져가자

눈부신 듯 눈을 깜작거리다가는

종이와 닿는 순간, 비로소

소스라쳐 깨어난다.

 

', 내 옆에 앉아!'~

 

"날마다 새로이 연필을 깎고, 좋은 동시를 쓰기 위해 밤을 꼬박 새우며, 가슴에 동심과 시를 소중히 간직하고자 한다."는 엮은이의 말이 떠오르는 동시 <연필>, 흰 종이 위에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시를 써 내려가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새 연필을 깨운 시인은 자신의 마음이 담긴 곱고 아름다운 시를 써내려가겠지요?

 

 


 

더하기

 

박두순

 

들이 심심해하고 있을 때

꽃이 한 송이씩 피었습니다.

들의 눈길이 온통 그리로 쏠리고

들의 귀가 온통 그리로 열렸습니다.

 

꽃이 심심해하고 있을 때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꽃들의 눈이 온통 그리로 쏠리고

꽃들의 귀가 온통 그리로 열렸습니다.

 

들과 꽃은

셈을 시작했습니다.

 

더하기 고요함

더하기 평화로움

더하기 아름다움......

온통 더하기 더하기만 했습니다.

 

', 내 옆에 앉아!'~

 

눈부신 봄날의 풍경이 떠오르는 시 <더하기>, 고요함과 평화로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또 또 또.., 온통 더하기만 하던 봄날이 지나갑니다. 우리들의 마음에도 고요함과 평화로움 그리고 아름다움이 더해지기를 바래봅니다~!

 

 


 

 

 

 

이준관

 

나는

내 못생긴 코가

밉다.

 

꽉 꼬집어 주고 싶도록

밉다.

 

그런데

엄마는,

 

일을 골똘히 할 때면

콧등에 송송송 땀이 맺히는

내 코가

예쁘단다.

 

꼭 꼬집어 주고 싶도록

예쁘단다.

 

', 내 옆에 앉아!'~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모두 고슴도치, 고슴도치 엄마 눈엔 자기 자식이 세상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건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하나부터 열까지 안 예쁜 곳이 있기는 할까 싶습니다. 남편에게 씌인 콩깍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벗겨져 남의편이 되고는 하지만, 자식에 대한 콩깍지는 영원히 벗겨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 앞에 자식은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건, 그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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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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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나에게 큰 웃음과 충만한 행복감을 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p.19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린아이를 기른다"는 의미의 '육아'이자 "나를 기른다"는 의미의 '육아'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부모 또한 성장하는 것이지요. 밥 먹을 시간, 잠잘 시간뿐만 아니라 ''의 모든 시간이 아이에게 잠식당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아이만큼 큰 웃음과 행복감을 주는 존재"는 없을 듯합니다. "아이가 주는 행복의 강도와 빈도"엔 비교 불가한 것이지요.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부제처럼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입니다. 성별도 나이도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다섯 아빠의 육아일기, 비록 그들과 나이는 다를지라도,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로서 공감가는 장면들이 정말 많은데요. 이미 사춘기를 지난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들일지라도, 아니 자녀들이 이미 성인이 되었을지라도,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듯합니다.

 


 

이 책은 1'매일 새로운 세계에 입장합니다.', 2'고마워, 나의 작은 어른', 3'우리는 서툴지만 완전한 한 팀', 4'썬데이 마더스 클럽'까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4장은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다섯 아빠의 아내들에게 비춰지는 다섯 아빠들의 모습을 담았는데요. 엄마의 독박 육아가 당연시되던 시절을 살아온 꿈오리, 잠투정이 심한 둘째 덕분에 새벽하늘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알았던 시절을 살아온 꿈오리, 양육자로서 힘듦보다 기쁨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었기에 그 시절이 마냥 행복했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론 혼자가 아닌 엄마 아빠가 함께였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합니다. 솔직히 조금 부럽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힘듦보다는 그 뒤에 찾아올 기쁨에 집중하고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나아가 태어나서 좋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부모가 자신을 낳는 결정을 해주어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고. p.58

 

"누가 나를 낳아달라고 했어?", 아이들을 키우며 이런 말을 듣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이런 말은 어쩌다 드라마에서나 보게 되는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에서도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동안의 힘듦은 눈 녹듯 사라지고 오직 기쁨과 감사함만이 충만할 듯합니다.

 

"이현이 밥 먹을 때 굶지 말고 같이 좀 먹어."

"이현이 낮잠 잘 때 같이 좀 자."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얼른 집에 갈게, 밥 같이 먹자."

"미안해, 남 일처럼 말해서."

p.84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육아의 현실은 절대 그럴 수 없음을, 예측한 대로 계획한 대로 절대 되지 않음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래서 "얼른 집에 갈게, 밥 같이 먹자, 미안해, 남 일처럼 말해서.", 이 말이 더 마음 깊이 와 닿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독박 육아를 하던 그 시절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 물론 지금도 그런 엄마, 아빠들이 있겠지만, 그 말 한마디가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는 듯하여 괜스레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기록적인 저출생 시대이고, 양육자 중에서도 아빠가 얼마나 소수인지. 무엇보다 인류가 탄생하고 진화하는 동안, 늘 공기처럼 있었지만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절대 다수인 엄마와 여성이란 존재가 얼마나 소외되어 있었는지, 그나마 긍정적 사실은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p.269

 

나날이 하락하는 출생률을 보며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 다섯 아빠의 육아일기는 아이를 키우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음을 알게 해줍니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아이, 가져야 할까?" 하고 고민한다면,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건네고 싶습니다.

 

 

꿈오리 한줄평 : 힘듦보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이 있다는 것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누군가 "아이, 가져야 할까?" 고민한다면, 기꺼이 추천하고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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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정순임 지음 / 파람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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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많아도 모두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의 속담, 바로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입니다. 하지만 '열 손가락 중에도 가장 아픈 손가락이 있더라'는 말을 하는 건 왜일까요? 장남이라서, 딸 많은 집의 아들이라서, 가장 기대가 되는 자식이라서.., 등등의 이유로 온갖 예쁨과 사랑을 받는 자식들이 있는 반면, 어릴 때부터 차별받고 자랐으며,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자식들도 있습니다. 차별적인 대우의 단계를 넘어서 친정엄마로 인해 공황장애까지 겪는 사람도 있습니다.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그동안의 일을 털어놓았음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친정엄마, 조금 더 일찍 힘들고 아프다는 말을 했더라면 달라졌을까요?

 

괜찮다 괜찮다 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려니 덮어두면 아무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죽는 날까지 살아질 줄 알았다. (중략) 잠금장치를 망가뜨린 감정은 마치 언젠가를 기약하며 지하 세계에 숨어 몸짓을 불리고 있던 만화 영화 속 괴물처럼 일상을 덮쳐왔다. p.5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15대를 한 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봉건시대 양반집의 둘째이자 딸로 살아온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딸과 그들의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갈 길이 만만치 않음을 이야기하며,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역차별'이란 것도 결국 "차별이 있었기에 존재하게 된 것"이라며, 이 책을 쓴 이유도 그런 것이라 말합니다.

 


 

집에는 한 해하고 5일을 먼저 태어난 오빠가 있었고, 둘째인 것만으로도 당연했던 시절인데 종손인 오빠를 두고 태어난 가시나에게 차별이란 건 놀라운 일도 아니다. 밖에선 귀댁의 영애, 안에선 차별받은 가시나, 이것보다 더 정확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다. p.14

 

15대를 걸쳐 400년을 한집에서 살아온 가문, 일 년에 열다섯 번의 제사를 지내는 종갓집, 그야말로 봉건적 전통이 고스란히 내려오는 집, 그런 집의 장남이란 어떤 존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그 시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조금 더 풍족한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는 있을지라도, 둘째이자 딸이라는 이유로 당연한 듯 받아들여야 했던 차별은 은연 중 마음 깊은 속에 상처로 남았을 것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자의 이야기와 결은 다를지라도 이상하게 꿈오리도 겪었던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에피소드들이 있었는데요. 그 시대의 수많은 딸들보다는 훨씬 더 사랑받고 자랐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82년 생 김지영>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졌음에도, 장남과 딸은 다른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경우처럼 아버지가 아닌 엄마에게서 차별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인데요.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여자란 '이러이러 해야 하며, 이러이러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왔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안다. 당신과 나를 동일시했다는 걸, 남자들 밥상 위에 맛있는 거 놓고 여자들은 대충 먹으면 된다고 배우고 익히며 살아온 당신의 세월을, 모성이란 과도하게 포장된 남자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이란 걸, 그런 시절을 산 엄마가 혼자 달리 살기는 어려웠단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 삭이고 대항하지 않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p.217

 

저자 스스로도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보다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주 사소한 일들에서 상처를 받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아들만이 아니라 딸을 위해 헌신하고 대학 교육에도 차별을 두지 않으셨던 엄마였음에도, 그 시대를 살아온 엄마의 삶은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딸과 아들을 대하는 모습이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한 엄마에게 부아가 나고 속이 상한 딸은 급기야 오십이 넘은 나이에 가출이라는 것까지 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딸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시절을 살아온 엄마에겐 당연한 일이기도 했거니와 자기 삶의 억울함을 쏟아낼 수 있는 대상이 남편이나 아들이 아닌, 엄마에겐 만만한 딸이었을 것임을 말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일이라는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는 일", 그 어려운 일은 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존경하는 딸은 환갑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엄마가 있어 아이가 됩니다.

 

꿈오리 한줄평 :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속상하고 서운한 감정이 드는 딸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치유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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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원에 간다 LOB 1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사라 스트리스베리 글, 안미란 옮김 / 롭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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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 예술 그림책, 기계가 아닌 장인정신이 깃든 수작업으로 만든 책, 그래서 한정판으로 출간될 수밖에 없었던 책, 책의 크기와 무게가 무려 26x28x3cm, 2.75kg이나 되는 그림책, 몇 달을 기다려 받은 특별한 책이기에 도착하자마자 공원에 갔던 꿈오리, 그림책이라기보다는 시와 그림이 함께 하는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던 책, <우리는 공원에 간다>입니다.

 

이 책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스케치를 본 사라 스트리스베리가 나중에 글을 쓴 그림책으로 글과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페이지와 글과 그림이 함께 하는 페이지가 번갈아 나오는데요. 특히 글과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페이지에 더 오래 머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을 몇 번이나 읽고, 어떻게 쓸까를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두 달 가까이나 지나가고 있었고, 그러는 사이 양장본으로 출간된 책이 도착했습니다. 두 달 전 그때의 느낌으로 다시 공원으로 갑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별에서 왔다고 한다. 우주의 먼지에서 생겨나, 아주 먼 옛날 어디에선가 이 세상으로 날아왔다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공원에 간다.

공원은 도시 속의 숲, 저 멀리 낯선 세상이다. 공원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어떤 날은 세상이 뒤집어질 만큼 많은 일이 일어나고 또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상관없다. 우리는 그냥 공원에 가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공원에 간다' ~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는 것이 되면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일들이 너무나 특별한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말이죠. 사람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공포와 불안감으로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게 되었으며, 스스로를 집안에 가두며 마음의 문까지 꼭꼭 걸어 잠그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눈부신 봄이 찾아와도 공원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으며, 놀이터엔 아이들의 웃음소리 대신 고요한 정적만이 흘렀습니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 우리는 공원에 가고, 아이들은 놀이터에 갑니다.

 

 


 

"엄마, 공원에 가면 안 돼요?"

"다음에."

"지금은요."

"조금 있다가."

"언제요?"

"나중에."

"나중이 언제예요?"

나중은 몇 광년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공원에 간다' ~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지나가는 건 자연의 이치, 시간이 지나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단 몇 초 사이에 운명을 가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냥 해 보는 건 어떨까요? 눈부신 봄날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시적인 글과 아름다운 그림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 멋진 예술 그림책으로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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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6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저지 페리 엮음, 신인수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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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시네아 공주에게 충심을 전하며 로시난테를 몰아 거인 수십 명, 아니 풍차 수십 개를 향해 달려가는 기사, 하지만 풍차 날개에 창은 산산조각 나고 기사는 그의 말 로시난테와 함께 내던져집니다. 종자인 산초 판자의 팩트 폭격에도 굴하지 않고, 그건 마법사의 사악한 술책이었다고 말하는 기사, 바로 돈 키호테입니다.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풍차를 향해 달려가는 돈 키호테의 모습은 마치 어제 보았던 것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요. 어렸을 때 TV에서 본 만화 <돈 키호테>의 한 장면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종교와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는 물론, 문학 작품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가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생 전체를 포괄하는 대작으로 진정으로 '인간'을 그린 최초, 최고의 소설이라는 격찬을 받고 있다. 또 우리가 우리 자신임을 잊거나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본모습을 잃을 때,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돈 키호테' ~

 

출간 당시 스페인 국왕 펠리페 3세가 "어느 벤치에 앉은 젊은이가 깔깔 웃고 있는 걸 보고는 "저 친구는 미쳤거나, <돈 키호테>를 읽고 있을 거야."라고 말할 정도였다는 <돈 키호테>, <성경>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번역된 책이라고 하는데요. 더불어 라 만차 마을 또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 책의 날(423)'"스페인에서 세르반테스를 기려 책을 사는 사람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니, <돈 키호테>라는 작품이 새삼 엄청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영국의 세계적인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세르반테스와 같은 날인 1616423일에 사망했다는 것은 놀랍기만 합니다.

 


 

<돈 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감옥에 있을 때 <재치 있는 이달고 라 만차의 돈 키호테>라는 제목으로 구상하여 1, 2부로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보물창고에서 출간한 이 책은 "어린이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저지 페리가 새롭게 엮은 <돈 키호테>를 완역한 책으로 작가 소개와 더불어 시대적인 배경과 작품에 담긴 의미를 부록으로 실었으며, 사진과 그림 자료를 덧붙여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옛날 옛적, 라 만차라고 하는 스페인의 어느 마을에 '키하다'라나 '케사다'라나 하는 시골 귀족이 살았다. 이 귀족 집에는 낡아 빠진 긴 창과 미늘창, 그 밖에 여러 갑옷과 무기가 가득했다. 또 아주 오래된 방패와 뼈만 앙상한 말 한 마리, 날렵한 사냥 개 한 마리도 있었다. (중략) 이 시골 귀족은 나이가 쉰 살쯤 되었는데, 비쩍 마른 얼굴에 기운차고 대쪽 같은 인상이었다. p.5~6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첫 페이지만 읽어도 돈 키호테가 어떤 인물일지를 유추할 수 있는데요. 그가 한때는 사냥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옛날 기사 소설을 읽는 데 푹 빠져 있다고 하며, "옛날 기사들의 업적과 모험을 그린 책들"을 사느라 땅을 수없이 팔아 치우고, 잠을 자는 것도 잊고 책 읽기에 몰두하면서 결국엔 이성의 끈을 잃고 마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무엇이든 역시 '과함은 모자람만 못한 것'이겠죠?

 


 

주막집을 성이라 생각하고 주인을 성주라 생각한 돈 키호테, 주막집에서 기사 임명식을 치른 돈 키호테는 이웃에 사는 일꾼 중 한 명이었던 산초 판자를 종자로 삼아 모험을 떠납니다. 섬의 통치자가 될 수도 있다는 믿음과 희망에 부풀어 돈 키호테를 따라나선 산초 판자, 이상주의자인 돈 키호테와 달리 지극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섬의 통치자가 되려는 욕심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기는 합니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돈 키호테에게 물들어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풍차는 거인, 수도회 수사들은 공주를 납치한 마법사, 양떼는 군대, 이발사의 놋대야를 황금 투구라 생각하며 방랑 기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돈 키호테, 하지만 사람들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그저 정신이 이상한 극강의 민폐 캐릭터였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돈 키호테로 인해 서로 얽히고 얽혀 헤어졌던 연인들이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방랑 기사로서 멋진 역할을 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또 다시 모험을 떠난다면, 그때 산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섬 중 한 곳의 통치자'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러시아 소설가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는 세르반테의의 <돈 키호테>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두 등장인물로 인간의 유형을 '돈 키호테형''햄릿형'으로 분류했다. '돈 키호테' ~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선 앞뒤 가리지 않고 보고 느끼는 대로 행동하는" 돈 키호테형 인간, "너무 생각만 하다가 결국 선택의 갈림길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도는 우유부단한 모습"의 햄릿형 인간, 너무나 극단적으로 나뉘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꿈오리는 햄릿형에 훨씬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유형에 가까운가요?

 

꿈오리 한줄평 : 이상주의자 돈 키호테와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산초의 모험 이야기, 종자 산초가 그의 주인 돈 키호테에게 물들어가는 것 같은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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