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바보다
신형건 지음 / 끝없는이야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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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푸른 하늘로 둥실둥실 떠오르는 풍선처럼 날아오르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풍선처럼 날아올라 어디든 자유롭게 떠나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자유롭게 날아오르던 그 시절 그때처럼..., 아무런 걱정 없이 뛰어놀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넌 바보다>를 받아든 순간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왜일까요?

 

<넌 바보다>는 신형건 시인이 40년 간 써 온 시들 중 국어 교과서에 실리거나 각종 미디어에 인용되는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들을 골라 모은 시집입니다. 지나 온 세월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시들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책은 '마음' 부터 '어린 왕자에게'까지 모두 41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요. <넌 바보다>는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으며,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나오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벙어리장갑>, <거인들이 사는 나라>, <공 튀는 소리> 등등 10편의 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세대를 이어주는 시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좋습니다.

 


넌 바보다

 

씹던 껌을 아무 데나 퉤, 뱉지 못하고

종이에 싸서 쓰레기통으로 달려가는

너는 참 바보다.

개구멍으로 쏙 빠져나가면 금방일 것을

비잉 돌아 교문으로 다니는

너는 참 바보다.

얼굴에 검댕칠을 한 연탄장수 아저씨한테

쓸데없이 꾸벅, 인사하는

너는 참 바보다.

호랑이 선생님 전근 가신다고

아무도 흘리지 않는 눈물을 혼자 찔끔거리는

너는 참 바보다.

그까짓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민들레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바라보는

너는 참 바보다.

내가 아무리 거짓으로 허풍을 떨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를 끄덕여 주는

너는 참 바보다.

바보라고 불러도 화내지 않고

씨익 웃어 버리고 마는 너는

정말 정말 바보다

 

-그럼 난 뭐냐?

그런 네가 좋아서 그림자처럼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나는?

신형건 시집 '넌 바보다'에서~

 

누가 봐도 착하고 친절하며 예의 바른 친구, 공중도덕과 바른생활이 몸에 밴 친구, 그런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시 <넌 바보다>, 이런 친구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스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니까요. 가끔은 이해와 배려와 존중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알고, 평범한 일상의 일들에 감사할 줄 알며,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길을 건너고 싶어.

가끔 학교에 가기 싫을 때도 있고

일부러 숙제를 안 하기도 해.

갑자기 나보다 덩치가 큰 뚱보한테

괜히 싸움을 걸고 싶고 가끔

아무런 까닭 없이 찔끔 눈물이 나.

그래, 항상 그렇진 않지만

만화가 보기 싫어지기도 하고

공부가 막 하고 싶기도 해.

어느 땐 술 취한 어른들처럼

길가에 쉬를 하기도 하고

아무 집 초인종이나 마구 누르고 싶어.

늘 다니던 골목길이 낯설어 보이고

갑자기 우리 집을 못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다 엄마가 너무 잘해 주는 날이면

퍼뜩, 난 주워 온 아이라는 생각이 들고

집을 뛰쳐나가고 싶기도 해.

그래서 아무 데도 막 가 보다가도

결국은, 나도 모르게 우리 집으로

발길을 돌리곤 하지.

가끔, 아주 가끔.

신형건 시집 '넌 바보다'에서~

 

어쩌면 <가끔>''<넌 바보다>의 그 '바보' 친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봐도 착하고 친절하며 예의 바른 친구, 공중도덕과 바른생활이 몸에 밴 친구, 바로 그 친구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끔은 바른생활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듯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아주 불편해 질 테니까요. 아주 소심한 일탈은 있을지라도...,

 

 


거인들이 사는 나라

 

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그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마어마하게 크겠지. 거인들 틈에 끼이면 어른들은 우리보다 더 작아 보일 거야. 찻길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는 얼마나 길까? 아마 100미터도 넘을 텐데 신호등의 파란불은 10초 동안만 켜지겠지. 거인들은 성큼성큼 앞질러 건너가고 어른들은 종종걸음으로 뒤따를 텐데... 글쎄, 온 힘을 다해 뛰어도 배가 불뚝한 어른들은 찻길을 다 건널 수 없을걸. 절반도 채 건너기 전에 빨간불로 바뀌어 길 한복판에 갇히고 말 거야. 뭘 꾸물거리느냐고 차들은 빵빵거리고 교통순경은 삑삑 호루라기를 불어 대겠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 내며 어른들은 쩔쩔맬 거야. 그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신형건 시집 '넌 바보다'에서~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 불로 바뀌어도 절대 그냥 건너면 안 돼. 꼭 좌우를 먼저 살펴보고 차가 완전히 멈춘 걸 확인한 후에 운전하는 사람을 보면서 건너야 해. 알았지?" 우리 집 두 형제가 어릴 때부터 늘 당부하던 말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녹색불로 바뀌어도 무시하고 달리는 차들이 있으니까요. 그런 어른들을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보내면, 빨간불로 바뀐 도로 한 복판에 서서 쩔쩔맬 지도 모릅니다. 그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절로 역지사지의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넌 바보다>는 신형건 시인이 40년 간 써 온 시들 중 국어 교과서에 실리거나 각종 미디어에 인용되는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들을 골라 모은 시집입니다. 지나 온 세월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시들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가 됩니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이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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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어주는 섬
유영광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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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주는 섬이 있다면, 어떤 소원을 이루고 싶은가요? 단 한 가지 소원만 들어준다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가요?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년 폴, 다리를 잃은 노인 할, 한쪽 팔을 잃은 남자 제이콥, 자신이 천사라고 주장하는 의문의 소년 프랫, 네 사람은 어떤 소원이든 다 들어준다는 '행복의 섬'을 향해 길을 떠납니다. 그들이 이루고 싶은 소원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모두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은 각기 다른 불행을 지닌 네 사람이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섬을 향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판타지 모험 소설입니다. 고난과 시련 앞에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용기를 가지고 '행복의 섬'으로 나아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는 따스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단 한 번뿐인 소원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순간, 놀라운 진실이 밝혀집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일까요? 아니면 이타적인 존재일까요?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에 가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싸우고 다투기 시작했다. 누구의 재능이 더 뛰어난지, 누구의 삶의 목적이 더 훌륭한지, 서로 비교하며 시기한 탓이었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아무르는 인간이 삶의 이유와 목적을 알지 못하게 하였고. 주어진 재능 또한 쉽게 알 수 없도록 감추어 버렸다. p.7~8

 

이야기는 하늘과 땅이 처음 생기던 날에 있었던 일들을 서술하며 시작합니다. '아무르'라는 신이 인간을 만들고 각기 다른 재능과 삶의 목적을 찾게 만들었지만, 인간은 스스로가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맙니다. 비교, 경쟁, 시기, 불안, 분노, 좌절, 상처...,인간들은 그때도 지금도 변함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행복의 여신이 '꿈과 용기, 사랑'을 만들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했다는 것, 그리고 불행의 여신이 차마 뺏지 못한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꿈과 용기를 가지고 오는 자에게는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p.18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지고 다리를 잃었으며, 지저분한데다 냄새까지 심해서 누구나 가까이하려는 이가 없는 노인 할,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년 폴에게 행복의 여신이 했던 말을 들려줍니다. 소년은 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노인의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노인은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행복의 돌'을 팔고 있다고 하지만, 그 또한 폴은 믿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행복의 섬'에 가면 폴의 눈을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 천사라고 주장하는 작은 남자 아이 프랫은 노인의 말에 힘을 실어줍니다. 행운의 돌을 팔던 프랫은 한쪽 팔이 없어 검사가 될 수 없었던 제이콥을 만나게 되는데요. 폴이 그랬듯 제이콥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지만, 프랫은 '행복의 섬'에 가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신이 있다며, 함께 그곳으로 가자는 제안을 합니다. , 노인, 제이콥, 프랫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이 되는데,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가 너의 꿈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날이 오면, 그때는 네가 행복하게 만든 사람들이 너를 도와줄 거야. 그러니 지치고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그 구슬을 절대로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p.93

 

방황의 섬, 공허의 언덕, 경쟁의 길, 외로움의 산을 지나 자아의 동굴에 간 일행은 꿈의 요정 비올라에게서 ''의 구슬을 얻고, 불안의 숲, 깊은 절벽을 지나 '희망'의 신전을 지키는 용기의 천사에게서 '용기'의 보석을 얻습니다. 좌절의 늪, 긍정의 나무, 상처의 덤불, 기다림의 사막 그리고 꿈의 별을 보며 '행복의 섬'에 도착합니다. 고난과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나아간 네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낸 행복의 여신, '욕심의 벌'에 쏘여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 폴에게 소원을 말해보라고 합니다. 폴은 꿈이 왜 나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묻습니다.

 

아주 오래 전, 신은 인간을 만들 때 그들에게 커다란 마음을 주었답니다. 그 마음은 워낙 넓어서 결코 혼자서는 채울 수 없도록 하셨죠. 그래서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어떤 이들은 그곳에 돈이나 명예, 욕심 같은 것들로 채우려 하지만, 그런 것들로는 인간의 마음을 가득 차게 할 수 없어요. 그곳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건 오직 나와 다른 이를 이어 주는 사랑뿐이랍니다. p.266

 

행복의 여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건 오직 나와 다른 이를 이어 주는 사랑뿐"이라고 말합니다. 폴은 자신은 여전히 사랑을 잘 모르는 부족한 사람이라 말하는데요. 행복의 여신은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소중한 존재"라며, 폴도 언젠가 알게 된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폴에게 이루고 싶은 소원을 말하라고 합니다. 폴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이야기는 폴이 모포 가게에서 일할 때 만났던 소녀를 다시 만나면서 끝이 납니다. 폴과 소녀가 서로에게 나누어주는 소중한 물건을 통해 그들의 만남은 운명이었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년 폴, 다리를 잃은 노인 할, 한쪽 팔을 잃은 제이콥, 자신이 천사라고 주장하는 의문의 소년 프랫,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요? 나와 다른 사람 모두를 위한 꿈이 가져온 기적 같은 일, 그 일이 불러온 놀라운 진실, 놀라운 반전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은 각기 다른 불행을 지닌 네 사람이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섬을 향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판타지 모험 소설입니다. 고난과 시련 앞에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용기를 가지고 '행복의 섬'으로 나아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는 따스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단 한 번뿐인 소원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순간, 놀라운 진실이 밝혀지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일까요? 아니면 이타적인 존재일까요?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에 가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꿈오리 한줄평 :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일까? 이타적인 존재일까?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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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푸른 동시놀이터 13
김이삭 지음 / 푸른책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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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면 보이는 모든 것들,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면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습니다.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길고양이, 하얀 쌀이 매달린 것처럼 보이는 이팝나무, 마트 판매대에서 보는 꽃게, 플라스틱 쓰레기가 만든 쓰레기섬......, 시인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자주 거니는 들판, 골목, , 바닷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풀꽃, 몽돌, 길고양이, 사람들..., 그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간의 색깔을 시(시인의 말)"로 옮기고 담아낸 동시집입니다.

 


이 책은 1'고양이 이모', 2'아이스크림 먹고 싶은 날', 3'바다 게스트 하우스', 4'개망초 농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길고양이 밥 주는 둘째 이모가 사는 집 이야기부터 눈 오는 겨울 온 몸이 팔이 되어 담장을 안고 겨울을 품는 담쟁이 이야기까지, 시인의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45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유리 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냥이 아가씨의 도도한 모습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한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냥이 아가씨는 누군가의 시선이나 소문 따위에 절대 휘둘리지 않고, 굳이 진실을 파헤치려 애를 쓰지도 않으며, 스스로를 지켜내는 듯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며 가장 소중한 ''를 잃어버리고 사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꼬리 빳빳이 세우고

마실 가는 냥이 아가씨

 

"저렇게 도도한 길냥이는 첨이야."

"어머, 저 콧대 좀 봐!"

"쟤는 시간 맞춰 먹이 일수 찍는대."

"힐 신은 것처럼 소리가 나.“

 

시선도 소문도 과감히

무시해 버리는 냥이 아가씨

또각또각 지나가요.

 

행복 세탁소를 지나

치킨 극장을 지나 공원 담장으로

훌쩍 올라가요.

 

둘레둘레

사방을 둘러보고는

'밥보다 잠!‘

 

갸릉갸릉

유리 구두 벗고

 

담장 밑 금목서 아래

낮잠을 자요.

 

동시집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에서~

 



꽃게 이산가족

 

큰형 꽃게 열심히 헤엄쳐 가니

중국 광둥 해안이었대

 

둘째 형이 기어가니

일본 가시마 해안이었대

 

나도 헤엄쳐 갔는데

진도 앞바다였지

 

헤어진 우리 형제

대한민국 그린 마트에서 다시 만났어

 

각기 다른 가격표 달고

상봉한 우린 톱밥 위에서

엉엉 울고 말았지

 

동시집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에서~

 

큰형 꽃게는 중국으로 둘째 형은 일본으로 막둥이는 진도 앞바다로, 각자 흩어진 꽃게 삼형제가 마트에서 만났습니다. 다시 만났으니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을까요. 그런데 참 이상도 합니다. 각자 다른 바다를 돌고 오니, 가치가 달라졌습니다. 꽃게라고 다 같은 꽃게가 아니었나 봅니다. 어디 꽃게만 그럴까요. 태어난 곳이 다르다고, 자란 곳이 다르다고, 가치가 달라지는 것들이......., 어디 꽃게만 그럴까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각기 다른 가격표 달고 톱밥 위에서 우는 꽃게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개망초 농부

 

농사짓던 할아버지

요양원 가시고

고추, 배추 심었던 자리

망초꽃이

꽃 농사 지었네요.

 

"땅을 놀리면 안 돼!“

 

할아버지 얘기

망초가 들었을까요?

 

쉬지 않고 지은

꽃 농사 풍년이네요.

 

동시집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에서~

 

농부에게 농사는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도 합니다. 자식을 키우는 것만큼 정성과 공이 들어가니까요. 이젠 힘들어서 못하겠다, 하다가도 놓지 못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평생 농사짓던 할아버지도 어쩌지 못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세상은 변해가고, 이젠 집에서 요양을 하는 시대가 아니니, 할아버지는 요양원으로 떠났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나고 나면 고추, 배추 심던 밭엔 황량함만이 남을 터인데..., 망초가 할아버지의 마음 어찌 알았는지, 꽃농사를 지었습니다. 꽃농사 풍년이니, 할아버지도 좋아하셨을라나요?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자주 거니는 들판, 골목, , 바닷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풀꽃, 몽돌, 길고양이, 사람들..., 그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간의 색깔을 시(시인의 말)"로 옮기고 담아낸 동시집입니다. 길고양이 밥 주는 둘째 이모가 사는 집 이야기부터 눈 오는 겨울 온 몸이 팔이 되어 담장을 안고 겨울을 품는 담쟁이 이야기까지, 시인의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45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집을 나서면 보이는 것들,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면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들, 시인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꿈오리 한줄평 : 그냥 지나치면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일상생활 속 따스한 이야기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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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
육월식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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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존재가 자신을 칭칭 둘러싸고 있는 실타래를 끊어내며, 어딘가에서 빠져 나오고 있습니다. 뾰족한 가시가 있는 이 존재는 누구일까요? 칭칭 둘러싼 실타래와 '검은 돌'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검은 돌>은 실타래처럼 뒤엉켜버린 엄마와 딸의 애착 관계를 그려낸 그림책으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때는 누군가의 딸이었던 그녀가 누군가의 엄마가 된 후에야 돌아보게 되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 한때는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로부터 분리된 후,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된 딸의 이야기, 가장 사랑하는 존재들이지만, 어쩌면 가장 상처 주는 존재들이기도 한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연과 나, 그리고 몇몇은

같은 물을 먹고 한 화분에서 잔다.

모두들 이런 우리를 가족이라고 했다.

'검은 돌' ~

 

''은 선인장 화분에서 태어났습니다. 인이 태어나서 처음 본 존재는 ''입니다. 연은 인에게 먹는 법, 자는 법, 말하는 법, 생각하는 법 등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인과 연 그리고 같은 물을 먹고 한 화분에 사는 그들은 가족입니다. 화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연, 그리고 연으로부터 모든 것은 배운 인, 그렇기에 인은 연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인이 연이고 연은 인이었습니다.

 

베란다 구석에 살던 가족과는 다른 존재가 있었습니다. 따뜻한 햇살과 숨통이 트이는 바람이 부는 곳에 있는 존재인 라벤더 '', 인은 길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엄마로부터의 독립을 시작합니다. 원래 자신이 살던 곳이었던 바다로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 길, 인은 길이 말하는 모든 것들이 궁금했으며, 길이 말한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엄마 연은 그곳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난 꼭 검은 돌을 던지고 바다에 갈 거야.

'검은 돌' ~

 

하지만 베란다로 새가 찾아오면서 인에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납니다. 인은 스스로 화분에서 걸어 나갈 힘이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그렇게 인은 길과 함께 포근하고 따뜻한 바람이 있는 곳을 향해 떠납니다. 길은 어떤 곳을 떠날 때 등 뒤로 검은 돌을 던지고 갈 거라고 했지만, 인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길과 함께 떠났지만, 인은 연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몸은 멀어졌을지라도 마음은 여전히 연과 연결되어 있는 듯했습니다. 끊어지지 않는 실타래처럼요.

 


길은 자신의 일부를 떼어주고 인을 떠났습니다. 인은 자신의 아이 ''과 함께 살았습니다. 인은 연이 그랬던 것처럼 숨에게 먹는 법, 자는 법, 말하는 법, 생각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숨은 인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완벽하게 알아차렸습니다. 인이 연에게 느꼈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때서야 인은 알았습니다. 자신이 숨에게 하는 모든 것들이 연과 닮아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인은 연과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괴로운 기억은 잊히지 않고 남아 있지만, 즐거운 일상들은 잘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숨도 인과 같은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좋은 것, 나쁜 것, 좋지도 나쁘지도 않는 그 모든 것들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인은 엄마가 된 후에야 엄마란 그런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좋은 기억은 잊어버리고 나쁜 기억만 떠올리며 괴로워하던 딸 인, 인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자신 또한 숨에게 그런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 전부였지만 딸이 성장하면서 괴로움을 주는 존재가 된 엄마, 딸은 자신이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로부터 심리적으로 분리된 딸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딸인 숨도 그런 여정을 거치며 성장해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지요?

 

꿈오리 한줄평 : 누군가의 딸이었던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공감과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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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윤성희 외 지음, 강미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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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설렘과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함과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설렘과 두려움 그 사이에서 한 걸음을 내딛기까지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창비교육 테마소설 열두 번째 소설집 <시작하는 소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시작'을 주제로 7명의 작가들이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시작의 장면을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이야기로 담아낸 소설집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순간순간 인생의 시작점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시작은 새로운 학교, 직장으로의 첫걸음일 수도 있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 누군가와의 첫 만남일 수도 있으며, 혹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p.6

 

<시작하는 소설>은 생일날 가출을 결심한 성규가 서로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약속한 민호와 함께 가출을 감행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해가는 이야기 '마법사들', 첫 출근 버스를 기다리며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말까 고민하던 ''4,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택시를 타고 출근하며,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는 이야기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스승에게 10여 년 동안 닭 요리를 배우던 문기가 처음으로 혼자 요리 강좌를 시작하는 이야기 '봄의 피안', 자신이 해 본 것은 결과가 좋지 않을지라도 자신에게는 플러스라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해본 것들은 흉터가 아닌 근육이 되어 자신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하는 재인 이야기 '근육의 모양', 기억나지 않는 과거, 차마 기억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던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상현의 이야기 '어제의 일들', 아들이 달라이 라마의 환생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낸 한 가족의 이야기 '실뜨기놀이', 낯선 타국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던 70대 할머니에게 찾아온 각설탕 같은 달콤 사랑 이야기 '흑설탕 캔디'까지 시작을 주제로 한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요. 그중 장류진 작가의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읽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익숙한 지명이 등장해서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주 짧은 이야기임에도 '시작'이라는 주제와 찰떡처럼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실까, 말까. 갈등한 지 십 분째. 버스가 바로 왔다면 마시지 않고 그냥 탈 생각이었는데, 대체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나는 정류장 뒤쪽의 카페 유리문을 힐끗 쳐다봤다. p.39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에 버스를 기다리다 지친 ''는 카페 유리문에 적힌 'TAKE OUT 시 아메리카노 2,000'에 절로 시선이 갔습니다. 사상 초유의 폭염이라는데, 이러한 때 얼음이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상상만으로도 체감 온도가 낮아진 것만 같았으니까요. 새 회사로의 첫 출근길이도 하지만 처음으로 정규직으로 출근하는 첫 번째 직장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출근길이기도 했기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더 간절했을지도 모릅니다.

 

세후 월급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다 공제하고 나서 남을 돈까지 철저하게 계산을 해둔 '', 하지만 첫 출근을 땀으로 샤워한 모습으로 할 순 없겠지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들어선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는 예상치 못한 금액에 당황하게 됩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000원이 아니라 4,500이라니 말이죠. 누가 이 더위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서 마신단 말인가? 그런데 직원은 이태리에선 한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만 먹는다나..., 2,000원이 아니었다면 아예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어쩔 수 없이 두 배 이상의 돈을 지불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나선 '', 버스 도착 시간 정보를 계산하면 회사에 지각할 일은 없지만, 첫 출근이니만큼 일찍 출근하고 싶었던 ''는 버스를 기다리는 대신 택시를 탑니다. 그렇게 택시비 8,000원을 지불하고 회사가 있는 건물 앞에 선 ''는 자동 회전문 앞에서 들어갈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추합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또 이런저런 이유로 무시를 당할 수도 있으며, 입사 취소가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똑바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숄더백을 한 번 추켜올리고, 한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든 채로, 새로 산 구두굽 소리가 경쾌했다. P.45

 

그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커다란 손, 조각 미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선 ''는 내년엔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쓸 수 있지 않을까를 상상합니다. 비록 오늘은 망했을지라도, 내일부터 아끼고 아껴서 십만 원짜리 적금을 하나 더 부어, 이탈리아 여행을 갈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에 빠져듭니다.

 

<시작하는 소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시작'을 주제로 7명의 작가들이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시작의 장면을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이야기로 담아낸 소설집입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설렘과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함과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설렘과 두려움 그 사이에서 한 걸음을 내딛기까지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엮은이들의 말처럼 7편의 이야기들이 "삶의 불안함, 두려움, 망설임을 느끼고 있을 이들에게 소소한 공감과 희망"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엮은이들의 말로 대신합니다.

 

오늘 하루도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청소년들과 청년들, 인생의 중반을 묵묵히 걷고 있을 중년의, 삶의 끝자락을 간신히 딛고 있을 노년의 어른들께도 따스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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