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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ㅣ 푸른 동시놀이터 13
김이삭 지음 / 푸른책들 / 2024년 12월
평점 :

집을 나서면 보이는 모든 것들,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면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습니다.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길고양이, 하얀 쌀이 매달린 것처럼 보이는 이팝나무, 마트 판매대에서 보는 꽃게, 플라스틱 쓰레기가 만든 쓰레기섬......, 시인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는 "자주 거니는 들판, 골목, 길, 바닷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풀꽃, 몽돌, 길고양이, 사람들..., 그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간의 색깔을 시(시인의 말)"로 옮기고 담아낸 동시집입니다.

이 책은 1부 '고양이 이모', 2부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 날', 3부 '바다 게스트 하우스', 4부 '개망초 농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길고양이 밥 주는 둘째 이모가 사는 집 이야기부터 눈 오는 겨울 온 몸이 팔이 되어 담장을 안고 겨울을 품는 담쟁이 이야기까지, 시인의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45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유리 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냥이 아가씨의 도도한 모습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한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냥이 아가씨는 누군가의 시선이나 소문 따위에 절대 휘둘리지 않고, 굳이 진실을 파헤치려 애를 쓰지도 않으며, 스스로를 지켜내는 듯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며 가장 소중한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
꼬리 빳빳이 세우고
마실 가는 냥이 아가씨
"저렇게 도도한 길냥이는 첨이야."
"어머, 저 콧대 좀 봐!"
"쟤는 시간 맞춰 먹이 일수 찍는대."
"힐 신은 것처럼 소리가 나.“
시선도 소문도 과감히
무시해 버리는 냥이 아가씨
또각또각 지나가요.
행복 세탁소를 지나
치킨 극장을 지나 공원 담장으로
훌쩍 올라가요.
둘레둘레
사방을 둘러보고는
'밥보다 잠!‘
갸릉갸릉
유리 구두 벗고
담장 밑 금목서 아래
낮잠을 자요.
동시집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에서~

꽃게 이산가족
큰형 꽃게 열심히 헤엄쳐 가니
중국 광둥 해안이었대
둘째 형이 기어가니
일본 가시마 해안이었대
나도 헤엄쳐 갔는데
진도 앞바다였지
헤어진 우리 형제
대한민국 그린 마트에서 다시 만났어
각기 다른 가격표 달고
상봉한 우린 톱밥 위에서
엉엉 울고 말았지
동시집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에서~
큰형 꽃게는 중국으로 둘째 형은 일본으로 막둥이는 진도 앞바다로, 각자 흩어진 꽃게 삼형제가 마트에서 만났습니다. 다시 만났으니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을까요. 그런데 참 이상도 합니다. 각자 다른 바다를 돌고 오니, 가치가 달라졌습니다. 꽃게라고 다 같은 꽃게가 아니었나 봅니다. 어디 꽃게만 그럴까요. 태어난 곳이 다르다고, 자란 곳이 다르다고, 가치가 달라지는 것들이......., 어디 꽃게만 그럴까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각기 다른 가격표 달고 톱밥 위에서 우는 꽃게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개망초 농부
농사짓던 할아버지
요양원 가시고
고추, 배추 심었던 자리
망초꽃이
꽃 농사 지었네요.
"땅을 놀리면 안 돼!“
할아버지 얘기
망초가 들었을까요?
쉬지 않고 지은
꽃 농사 풍년이네요.
동시집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에서~
농부에게 농사는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도 합니다. 자식을 키우는 것만큼 정성과 공이 들어가니까요. 이젠 힘들어서 못하겠다, 하다가도 놓지 못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평생 농사짓던 할아버지도 어쩌지 못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세상은 변해가고, 이젠 집에서 요양을 하는 시대가 아니니, 할아버지는 요양원으로 떠났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나고 나면 고추, 배추 심던 밭엔 황량함만이 남을 터인데..., 망초가 할아버지의 마음 어찌 알았는지, 꽃농사를 지었습니다. 꽃농사 풍년이니, 할아버지도 좋아하셨을라나요?
<길고양이 릴리 아가씨>는 "자주 거니는 들판, 골목, 길, 바닷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풀꽃, 몽돌, 길고양이, 사람들..., 그들을 마주하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간의 색깔을 시(시인의 말)"로 옮기고 담아낸 동시집입니다. 길고양이 밥 주는 둘째 이모가 사는 집 이야기부터 눈 오는 겨울 온 몸이 팔이 되어 담장을 안고 겨울을 품는 담쟁이 이야기까지, 시인의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45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집을 나서면 보이는 것들,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면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들, 시인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꿈오리 한줄평 : 그냥 지나치면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일상생활 속 따스한 이야기를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