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바보다
신형건 지음 / 끝없는이야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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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푸른 하늘로 둥실둥실 떠오르는 풍선처럼 날아오르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풍선처럼 날아올라 어디든 자유롭게 떠나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자유롭게 날아오르던 그 시절 그때처럼..., 아무런 걱정 없이 뛰어놀던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넌 바보다>를 받아든 순간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왜일까요?

 

<넌 바보다>는 신형건 시인이 40년 간 써 온 시들 중 국어 교과서에 실리거나 각종 미디어에 인용되는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들을 골라 모은 시집입니다. 지나 온 세월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시들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책은 '마음' 부터 '어린 왕자에게'까지 모두 41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요. <넌 바보다>는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으며,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나오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벙어리장갑>, <거인들이 사는 나라>, <공 튀는 소리> 등등 10편의 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세대를 이어주는 시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좋습니다.

 


넌 바보다

 

씹던 껌을 아무 데나 퉤, 뱉지 못하고

종이에 싸서 쓰레기통으로 달려가는

너는 참 바보다.

개구멍으로 쏙 빠져나가면 금방일 것을

비잉 돌아 교문으로 다니는

너는 참 바보다.

얼굴에 검댕칠을 한 연탄장수 아저씨한테

쓸데없이 꾸벅, 인사하는

너는 참 바보다.

호랑이 선생님 전근 가신다고

아무도 흘리지 않는 눈물을 혼자 찔끔거리는

너는 참 바보다.

그까짓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민들레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바라보는

너는 참 바보다.

내가 아무리 거짓으로 허풍을 떨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를 끄덕여 주는

너는 참 바보다.

바보라고 불러도 화내지 않고

씨익 웃어 버리고 마는 너는

정말 정말 바보다

 

-그럼 난 뭐냐?

그런 네가 좋아서 그림자처럼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나는?

신형건 시집 '넌 바보다'에서~

 

누가 봐도 착하고 친절하며 예의 바른 친구, 공중도덕과 바른생활이 몸에 밴 친구, 그런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시 <넌 바보다>, 이런 친구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스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니까요. 가끔은 이해와 배려와 존중이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알고, 평범한 일상의 일들에 감사할 줄 알며,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길을 건너고 싶어.

가끔 학교에 가기 싫을 때도 있고

일부러 숙제를 안 하기도 해.

갑자기 나보다 덩치가 큰 뚱보한테

괜히 싸움을 걸고 싶고 가끔

아무런 까닭 없이 찔끔 눈물이 나.

그래, 항상 그렇진 않지만

만화가 보기 싫어지기도 하고

공부가 막 하고 싶기도 해.

어느 땐 술 취한 어른들처럼

길가에 쉬를 하기도 하고

아무 집 초인종이나 마구 누르고 싶어.

늘 다니던 골목길이 낯설어 보이고

갑자기 우리 집을 못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다 엄마가 너무 잘해 주는 날이면

퍼뜩, 난 주워 온 아이라는 생각이 들고

집을 뛰쳐나가고 싶기도 해.

그래서 아무 데도 막 가 보다가도

결국은, 나도 모르게 우리 집으로

발길을 돌리곤 하지.

가끔, 아주 가끔.

신형건 시집 '넌 바보다'에서~

 

어쩌면 <가끔>''<넌 바보다>의 그 '바보' 친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봐도 착하고 친절하며 예의 바른 친구, 공중도덕과 바른생활이 몸에 밴 친구, 바로 그 친구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끔은 바른생활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듯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아주 불편해 질 테니까요. 아주 소심한 일탈은 있을지라도...,

 

 


거인들이 사는 나라

 

단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그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마어마하게 크겠지. 거인들 틈에 끼이면 어른들은 우리보다 더 작아 보일 거야. 찻길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는 얼마나 길까? 아마 100미터도 넘을 텐데 신호등의 파란불은 10초 동안만 켜지겠지. 거인들은 성큼성큼 앞질러 건너가고 어른들은 종종걸음으로 뒤따를 텐데... 글쎄, 온 힘을 다해 뛰어도 배가 불뚝한 어른들은 찻길을 다 건널 수 없을걸. 절반도 채 건너기 전에 빨간불로 바뀌어 길 한복판에 갇히고 말 거야. 뭘 꾸물거리느냐고 차들은 빵빵거리고 교통순경은 삑삑 호루라기를 불어 대겠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 내며 어른들은 쩔쩔맬 거야. 그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신형건 시집 '넌 바보다'에서~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 불로 바뀌어도 절대 그냥 건너면 안 돼. 꼭 좌우를 먼저 살펴보고 차가 완전히 멈춘 걸 확인한 후에 운전하는 사람을 보면서 건너야 해. 알았지?" 우리 집 두 형제가 어릴 때부터 늘 당부하던 말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녹색불로 바뀌어도 무시하고 달리는 차들이 있으니까요. 그런 어른들을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보내면, 빨간불로 바뀐 도로 한 복판에 서서 쩔쩔맬 지도 모릅니다. 그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절로 역지사지의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넌 바보다>는 신형건 시인이 40년 간 써 온 시들 중 국어 교과서에 실리거나 각종 미디어에 인용되는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들을 골라 모은 시집입니다. 지나 온 세월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시들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가 됩니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이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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