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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우즈키에게 보이는 것
아키야 린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4월
평점 :

만약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지금껏 살아온 삶에 대한 미련은 전현 남아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떤 연유로든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이들이 있겠지요? 어떤 연유로든 삶에 대한 집착이 커져만 갈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는 장기 요양 병동에 입원한 사람들은 어떠할까요? 그런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은 또 어떨까요?
<간호사 우즈키에게 보이는 것>은 장기 요양 병동의 간호사인 우즈키에게만 보이는 '미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생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는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미련을 알아챈 우즈키는 삶과 죽음 사이에 남아 있는 환자의 미련을 해소해주려 애를 씁니다. 이 책은 간호사 생활을 그만둔 뒤에도 13년 동안 환자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던 기억을 품고 지내던 작가가 쓴 이야기라서 더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또한 한 인간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간호사가 무엇을 생각하고 기뻐하고 근심하는지를 표현한 글은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간호사 우즈키에게만 보이는 '미련'은 누구보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근무하는 장기 요양 병동은 급한 치료를 끝낸 환자의 요양에 특화된 병동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재활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지만, 병동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도 많다. 사망률, 말하자면 병동에서 사망하는 환자의 비율이 일반 병동은 약 8퍼센트인 데 비해 이곳은 40퍼센트나 된다. p.7~8
중증 저혈당증 발병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50세 남성, 간질성 폐렴과 폐암 진단을 받은 60세 남성,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42세 남성, 부비강염으로 인한 뇌염 진단을 받은 38세 여성, 지주막출혈 후유증으로 인한 마비 진단을 받은 87세 여성,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은 45세 여성 등 장기 요양 병동에 입원한 여섯 명의 환자에게 보이는 '미련', 그들에게는 왜 이런 '미련'이 남게 된 것일까요? 그 '미련'은 자신과 가족에 대한 '미련'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삶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담긴 '미련'이기도 합니다. 환자들의 삶과 죽음 사이에 남은 미련을 해소시켜 주려는 간호사 우즈키의 이야기는 따스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후 하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한밤중의 병동에 여자아이가 있다니 말이 안 된다. (중략) 내 눈앞에 있는 건 진짜 여자아이가 아니라 오오카 씨의 '미련'이다. (중략) 환자의 가슴에 박히거나 마음에 걸리는 대상이 입체적인 그림이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난다.
또한 '미련'은 혼자가 죽음을 의식할 때 나타나는 듯싶다. 그런데 만약 내가 '미련'을 해소하게 되면 환자가 가슴에 박힌 응어리를 하나라도 더 없애고 편안하게 투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9~10
언제부터인가 환자의 '가슴속에 남은 미련'을 보게 된 간호사 우즈키, 그 '미련'은 오로지 간호사 우즈키에게만 보이기에 함께 근무하는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중증 저혈당증 발병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50세 남성 오오카 사토루 씨에게 남은 미련은 여자아이입니다. 아파트 정원수 가지치기 작업 도중 사다리에서 추락했다는 오오카 사토루 씨, 독신으로 가족이 없다는 그와 여자아이는 어떤 사이이며, 어떤 사연이 있어 '미련'이 남게 만든 것일까요?
우즈키는 오오카 씨의 '미련'을 해소시켜 주려고 그가 일하던 곳을 찾아가는데요. 우즈키는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은 오오카 씨가 목격한 광경으로, 그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남은 '미련'일지도 모릅니다. 오오카 씨가 꼭 도와줘야 한다고 강하게 마음먹은 순간에 그의 눈동자에 새겨졌던 여자아이의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 남긴 '미련', 경찰까지 출동하여 문제를 해결한 후, 우즈키는 묵묵부답인 오오카 씨에게 자신의 목숨보다 우선시했던 여자아이가 무사하다는 것을 전합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오오카 씨에게는 더 이상 '미련'은 남아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병실을 나서려던 참에 무심코 창문 쪽을 보다가 젊은 남성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이십대 초반이려나, 귀염성 있게 생긴 청년이다. (중략) 경계심을 품은 눈빛이 불안해 보인다. 그리고 몸이 희미하게 비쳤다. 아아, 사사야마 씨의 '미련'이구나. p.232
지주막출혈 후유증으로 인한 마비 진단을 받은 87세 여성 사사야마 씨에게 남은 '미련'은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입니다.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이며, 그는 왜 사사야마 씨에게 '미련'으로 남게 된 것일까요?
우즈키는 환자들의 '미련'에 너무 신경을 쓰느라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사사야마 씨의 '미련'에 신경을 쓰지 않으리라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그저 눈앞의 환자를 우선시하자며, 그게 옳은 일이라며 스스로를 독려합니다. 하지만 말도 하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사사야마 씨가 무언가 꼭 전해야 하는 말이 있는 것 같아,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는 합니다. 히라가나를 가르칠 때 쓰는 오십음도 표를 통해 사사야마 씨가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서 그녀에게 남아 있던 '미련'도 사라지게 됩니다.
사사야마 씨에게 남은 미련이 사라지고 난 후, 우즈키는 자신이 간호에 집중하는 사이 '미련'이 저절로 해소된 것을 보며,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현재 자기 "눈앞의 사사야마 씨와 그 가족을 똑바로 적시하며 간호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간호사 우즈키에게 보이는 것>은 장기 요양 병동의 간호사인 우즈키에게만 보이는 '미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생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는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미련을 알아챈 우즈키는 삶과 죽음 사이에 남아 있는 환자의 미련을 해소해주려 애를 씁니다. 이 책은 간호사 생활을 그만둔 뒤에도 13년 동안 환자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던 기억을 품고 지내던 작가가 쓴 이야기라서 더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또한 한 인간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간호사가 무엇을 생각하고 기뻐하고 근심하는지를 표현한 글은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간호사 우즈키에게만 보이는 '미련'은 누구보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지금껏 살아온 삶에 대한 미련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만약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꿈오리 한줄평 : 삶과 죽음 사이에 남은 미련을 볼 수 있는 것은 누구보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