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학생 ㅣ 책 읽는 샤미 52
김화요 지음, sujan 그림 / 이지북 / 2025년 8월
평점 :

'전학생'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전학생의 입장이라면, 낯선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 것 같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고, 전학생을 맞이하는 학생들의 입장이라면, 새로운 친구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낯선 친구에 대한 경계심도 생길 듯합니다.
<전학생>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로 어린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화요 작가의 신작으로, 전학생과 전학생을 둘러싼 아이들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돌급 외모를 가진 시크한 전학생 하도, 하도와 친하게 지내지만 학교에서는 모른 척하는 아현, 누구보다 반의 중심이 되고 싶은 혜정, 자신이 만들어놓은 선을 넘고 싶지 않는 유신까지, 각자 비밀처럼 품은 사연을 가진 네 명의 아이들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친구들에게서 느끼는 고립감은 물론 가족에게서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까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회적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생각지도 못한 대꾸에 혜정은 미처 미소도 거두지 못한 얼굴로 입술만 달싹거렸다.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가운데 전학생이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음악 마저 듣고 싶은데, 이제 그만 가 줄래?"
p.13
이야기는 아이돌급 외모를 가진 전학생 하도가 등장하면서 시작합니다. 모든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아이 하도, 그동안 반의 분위기를 주도하던 혜정이 하도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하도는 차가운 반응만 보일 뿐입니다.
그 후 하도는 반에서 외딴섬 같은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아현은 자기가 좋아하던 유신이 하도에게 관심을 보이자 하도를 따돌림 하는 반의 흐름에 따라가며 하도에 대한 뒷담화까지 하게 됩니다. 우연히 분리수거장에서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함께 새끼 고양이를 구한 일을 계기로 둘은 학교 밖에서 조금씩 친해지게 되지만, 학교에선 여전히 모른 척하며 지내게 됩니다.
혜정이 아현과 하도의 관계를 눈치 채자, 아현은 자신도 따돌림을 당할까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만 알고 있는 하도의 비밀을 혜정에게 털어놓게 됩니다. 그 일로 아현은 하도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혜정은 그 칭찬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보려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그만두었다. 그 대신 그들과 얼굴빛을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 화창한 가정에서 자기 얼굴에만 그늘져 있으면 안 되니까. p.65
반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아이 혜정, 하지만 집에서의 혜정은 전혀 달랐습니다. 오히려 가족들 사이에서 외딴섬처럼 느껴지는 존재였습니다. 동생, 언니, 오빠에 대한 엄마 아빠의 관심과 애정에 비례하여 혜정은 늘 뒷전으로 밀리는 존재였습니다. 특별한 자식들 사이 지극히 평범하여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중심이 되려 애를 썼고, 그렇게 반을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도가 전학 오기 전까지는요.
그러니 혜정에게 하도는 견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먼저 내민 손길을 차갑게 거절하다니요. 결국 혜정은 하도가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비밀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고야 맙니다.
모든 것에는 '선'이 존재한다. 넘지 말아야 할 선, 지켜야 하는 선, 사회적으로 정해진 선. 무의식중에 혹은 학습을 통해 모두 적정한 선을 지키며 살아가고 그로 인해 질서가 유지되며 일상이 평온해진다는 것을 유신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았다. p.102
발달장애 동생이 있는 유신, 유신은 사회에서 그려놓은 선, 어쩌면 스스로 만들었을지도 모를 선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도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것,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물론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한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서 지켜보기만 합니다. 아이들이 선을 넘어 하도를 괴롭히는 것을 보면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자신과 동생 재신 사이에 그어져 있다고 생각하던 선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기 전까지는요. 적당한 거리가 평온한 세상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선을 넘어야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요.
그렇게 언니를 외면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미안한 마음에 난 언니에게 더 다정하게 대했어. 아니, 꼭 그런 날이 아니더라도 학교가 아닌 곳에서 나는 언니에게 늘 붙어 있었어. 집에서도, 학교 친구들이 없는 언니의 발달 센터에서도. p.157
발달장애가 있는 언니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안고 전학을 온 도하, 도하는 친구들의 오해와 따돌림을 묵묵히 참고 견뎌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침묵 속에 있는 언니를 생각하며, 자신이 힘들만큼 언니에게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믿음으로 언니가 침묵을 깰 그 날을 기다립니다.
"환한 낮 같기만 하던 학교에 어두운 밤 같은 다른 모습이 있음을 언니를 잃고 나서야 알았다."는 하도의 말이 마음 한구석을 찌릿하게 만듭니다. 어쩌면 주변 어딘가에서 하도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두운 밤 같은 모습을 하고 자꾸만 움츠러들고 외롭게 만드는 학교를 다녀야만 하는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학생 도하, 도하를 둘러싼 아현, 혜정, 유신, 각자 비밀처럼 품은 사연을 가진 아이들의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풀어질 수 있을까요?
<전학생>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로 어린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화요 작가의 신작으로, 전학생과 전학생을 둘러싼 아이들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돌급 외모를 가진 시크한 전학생 하도, 하도와 친하게 지내지만 학교에서는 모른 척하는 아현, 누구보다 반의 중심이 되고 싶은 혜정, 자신이 만들어놓은 선을 넘고 싶지 않는 유신까지, 각자 비밀처럼 품은 사연을 가진 네 명의 아이들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친구들에게서 느끼는 고립감은 물론 가족에게서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까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회적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꿈오리 한줄평 :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