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쿠샤에 초대합니다.
강원희 지음, 박지윤 그림 / 그린애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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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성벽 아래,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는 붉은 벽돌집, 이 집의 이름은 딜쿠샤입니다. 딜쿠샤는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이 집의 주인은 일제강점기 광산 사업가이자 UP(UPI) 특별 통신원이었던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와 영국인 메리 테일러 부부가 지은 집입니다. 본래는 임진왜란의 명장인 권율 장군의 집터였다고 하며, 현재는 기념관으로 운영 중인 곳이기도 합니다. 은행나무 언덕 위에 지어진 집,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딜쿠샤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요?

 

<딜쿠샤에 초대합니다>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실존했던 앨버트 테일러 부부의 집,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집,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기념관으로 운영 중인 '딜쿠샤'를 소재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김주사는 보빙사(1882년 미국과 수호 통상 체결 후 이듬해 고종 황제는 서방 세계에 최초로 외교 사절단인 보빙사를 파견했다.) 출신으로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던 김상언으로, 그가 끝까지 품고 있었던 태극기는 현재 서울역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제암리 학살 사건 때 부모를 잃은 소녀, 꽃다운 나이에 일본 순사에게 끌려간 마리아 할머니 등의 이야기는 우리 민족이 겪어내어야만 했던 참담하고도 아픈 역사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연극배우이자 그림을 그리는 영국 숙녀 메리와 조선에서 광산 사업을 하던 미국 청년 앨버트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처음 만나, 인도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에 정착을 합니다.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유민임을 선언하노라! p.21

 

아내 메리가 출산을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일본 경찰에게 쫓기던 간호사들이 숨긴 독립선언서를 발견하게 된 앨버트는 동생 빌의 구두 뒤축에 숨겨 조선을 빠져나가게 하였고, 이로 인해 3.1 만세 운동은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됩니다.

 


 

앨버트와 메리는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서 있는 언덕 위에 집을 짓게 되는데, 그 집은 두 사람이 꿈꾸던 집 '딜쿠샤'였습니다. 딜쿠샤는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람이 집을 짓지만, 반대로 집이 사람을 짓기도 한다오. p.29

 

하지만 그곳에 집을 짓는 일은 마을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그곳 주변이 권율 장군의 집터이기도 하고, 권율 장군이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지킴이 역할을 해오기도 했으며, 은행나무 아래 반달샘이 병을 고쳐주는 신성한 약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이 완성되자, 앨버트는 머릿돌에 '딜쿠샤'라고 새깁니다.

 

조선에는 새해가 되면 외국인이 사는 집을 구경삼아 방문할 수 있는 특별한 풍습이 있었는데, 이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딜쿠샤를 찾아온 소녀가 있었습니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소녀는 딜쿠샤에 있던 검둥개에게 팔뚝을 물려 상처를 입게 되는데요. 그 상처는 먼 훗날 앨버트와 메리의 아들 브루스와 소녀가 그 시절의 딜쿠샤를 추억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그 소녀는 제암리 교회 학살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였는데, 제암리 사건의 참혹한 모습은 스코필드 선교사가 사진으로 찍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으며, 앨버트는 제암리 사건을 취재해 일본 경찰이 저지른 일을 세계 여러 나라에 알렸습니다.

 


 

브루스, 네가 태어난 이 나라는 우리에겐 제2의 조국이나 다름없단다. 네가 어디로 떠난다 해도 네가 돌아와야 할 곳은 바로 딜쿠샤란다. p.56

 

194112,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면서 일어난 태평양 전쟁, 이때 앨버트와 메리의 아들 브루스는 태평양 전쟁에 징집되었고, 앨버트와 메리는 강제 추방 명령을 받게 되면서 딜쿠샤를 떠나게 됩니다.

 

그들이 다시 딜쿠샤로 돌아온 건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난 뒤였는데요. 앨버트의 유해를 안고 도착한 딜쿠샤는 낡고 허물어진 빈집이 되어 있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끝난 후, 딜쿠샤는 집 없이 떠도는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었고, 그곳엔 말을 잃은 마리아 할머니도 살고 있었습니다. 마리아 할머니가 언제부터 그곳에 살고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팔뚝에 생긴 흉터를 알아보는 이가 나타날 때까지도요.

 

<딜쿠샤에 초대합니다>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실존했던 앨버트 테일러 부부의 집,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집, 문화재로 지정된 후 기념관으로 운영 중인 '딜쿠샤'를 소재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보빙사 출신의 독립운동가였던 김 주사, 제암리 학살 사건 때 부모를 잃은 색동저고리 소녀, 꽃다운 나이에 일본 순사에게 끌려간 마리아 할머니 등의 이야기는 우리 민족이 겪어내어야만 했던 참담하고도 아픈 역사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우리 민족의 아픔과 슬픔의 역사를 품어온 딜쿠샤, 작가의 말처럼 "고요한 아침의 나라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꽃다발처럼 아름다운 궁전으로 기억"되기를 바래봅니다!

 

꿈오리 한줄평 :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쓴 이방인의 집 딜쿠샤, 오래도록 '기쁜 마음의 궁전'으로 남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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