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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그늘
고광률 지음 / 파람북 / 2024년 11월
평점 :

75년 전에 일어난 동족상잔의 비극, 끔찍한 학살과 악행이 일어나고 국토 전역이 파괴된 6. 25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아픔과 상처를 남긴 비극적인 전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겪지 않는 세대들은 역사 교과서에서만 본 전쟁의 참상을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역사 공부를 했더라도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에 대해 아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합니다.
<붉은 그늘>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미군 7기병연대가 노근리(충북 영동군 황간면) 경부선 철도(속칭 쌍굴다리) 밑으로 피신한 인근 마을 주민 수백 명을 무차별 사살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다룬 역사소설입니다.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은 종전 후 몇 십 년이 지나서야 양국(한국과 미국)에 공론화되면서 재조명된 사건입니다. 저자는 정은용의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을 읽게 되면'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쟁을 갑남을녀의 힘과 결정으로 일으킬 수는 없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대가는 이를 결정한 국가나 정치 권력이 아니라, 이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갑남을녀들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침략국이건 피침국이건, 승정을 했건 패전을 했건 피해가 없을 수 없을 터인데, 아무튼 그 피해는 철저히 개인의 몫이다. p.7
전쟁에 대한 대가는 전쟁을 일으킨 위정자들이 아니라, 이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 그러니 전쟁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금도 여전히 국가나 권력자들의 힘과 결정으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이 씁쓸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붉은 그늘>은 한국전쟁 당시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며, 미군 7기병연대 소속 병사였던 맥 라마르 하지스, 노근리 사건 생존자인 하봉자(베티 하, 베티 돌빈, 로즈 하), 봉자의 아들 하남득(미키 하, 찰스 하), JMC회장 도완구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함께 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스는 노근리 사건에 관련된 인물로, 사건이 진실이라는 양심선언을 해서 자국 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지만 한국전 참전 당시 약탈한 문화재 밀매로 큰돈을 벌고 대학교수까지 한 과거가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훈장 수여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하지스는 하봉자를 만나고 싶어 했지만, 하봉자는 그를 만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스와 인연이 있는 하봉자는 종살이를 하고 있다가 자신에게 눈독을 들이던 도완구에게 팔려가게 되는데요. 피란을 가던 도중 미군에게 발각되면서 위기의 순간을 맞게 됩니다. 그때 등장한 인물이 하지스인데요. 하지스는 봉자을 위한 선택을 했지만, 그 인연은 단 거기까지였습니다. 봉자의 하나뿐인 아들 남득에게는 그저 무정한 어머니였을 뿐입니다. 봉자의 아버지는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했으며, 가족들은 노근리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지만, 봉자는 유족이 될 수 없었습니다.
하남득은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혼혈 차별 피해자로 살아온 인물입니다. 고아원에 맡겨진 후, 고단하고 힘든 삶을 살아내어야만 했습니다. 58년이나 지난 후, 아버지가 살아 있으니 만나 보라는 연락을 받은 남득은 고민 끝에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그곳에 그를 반기는 아버지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58년 만에 만난 아버지를 살해한 살인범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도완구는 일제의 밀정으로 동족은 물론이거니와 독립군이었던 형까지 팔아넘긴 비정한 인물입니다. 전쟁 당시 형네 집에서 데리고 나온 하봉자와 자신의 전 재산을 미군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며, 그 미군들을 찾으려 애를 쓰는데요. 그중 한명이 바로 하지스입니다. 하지스가 한국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된 도완구는 그들에게 빼앗긴 금괴를 찾으려 하지스를 찾아가는데요. 분노를 참지 못한 도완구는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야 맙니다.
이야기는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노병 하지스가 한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게 되면서 58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개됩니다. 하지스, 하봉자, 하남득 그리고 도완구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데요. 시대의 주류에 편승하여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부를 위한 극강의 이기심을 보여준 도완구라는 인물이 특히 더 눈에 띄는 것은 왜일까요? 어쩌면 그와 같은 인물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권력에 빌붙어 부를 탐하며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공중의 전투기 폭격과 지상의 기관총 사격에 쫓겨 넋이 달아난 피난민들이 쌍굴다리 밑으로 달아났다. 미군은 몸 술길 곳을 찾지 못해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피난민들에게 조준 사격과 위협 사격을 가하면서 소몰이하듯 쌍굴다리 쪽으로 몰아넣었다. 전투기의 기총 소사를 피해 비좁은 배수구에 숨어있던 피난민들에게도 사격을 가해 쌍굴다리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미군의 십자 포화를 피한 몇몇 사람만이 살아서 쌍굴다리 밑으로 기어 들어갈 수 있었다. 피난민들이 삽시간에 몰려든 쌍굴다리 밑은 작대기로 쑤셔놓은 벌집 같았다. p.299
미군은 후퇴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피난민을 이용하여 포위, 기만전술을 쓴다는 사실에 공포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피난민에 대한 사살 명령이 떨어지게 되면서, 노근이 쌍굴다리 밑은 참혹한 비극의 현장이 되었습니다. 하지스는 "오륙백 명의 흰옷 차림을 어떻게 황갈색 군복의 적과 오인"할 수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으며, "조종사가 남쪽과 북쪽을 구분 못하는 바보이거나, 흰색과 황갈색을 구분 못 하는 색맹일 리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투기 폭격과 동시에 철둑 아래 넘어지고 쓰러진 피난민들을 향해 중화기 부대가 기관총 사격을 가하고 있는 미군의 모습, 공포와 고통 속에 절규하며 발버둥치는 피난민들의 참혹한 모습에 헛구역질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한국전쟁에 참전해 치른 첫 전투가 비무장 민간인 학살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야기는 58년 만에 생부 하지스를 만나러 간 남득이 아버지를 죽인 살인 용의자가 되는 위기를 맞으며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봉자와 남득 그리고 도완구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우리사회의 민낯에 대한 이야기는 <붉은 그늘>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붉은 그늘>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미군 7기병연대가 노근리(충북 영동군 황간면) 경부선 철도(속칭 쌍굴다리) 밑으로 피신한 인근 마을 주민 수백 명을 무차별 사살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다룬 역사소설입니다. 이야기는 한국전쟁 당시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며, 미군 7기병연대 소속 병사였던 맥 라마르 하지스, 노근리 사건 생존자인 하봉자(베티 하, 베티 돌빈, 로즈 하), 봉자의 아들 하남득(미키 하, 찰스 하), JMC회장 도완구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함께 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꿈오리 한줄평 :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돌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