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죽음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고정순 그림, 박현섭 옮김, 이수경 해설 / 길벗어린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은 재채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 '재채기' 때문에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재채기가 불러온 막연한 불안감은 자기가 만든 틀을 벗어나지 못한 한 사람의 삶을 잠식해 들어가고 끝내 목숨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의 단편에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이 더해진 <관리의 죽음>, 이 작품은 아주 사소한 재채기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집요하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고정순 작가님의 펜 그림은 주요 등장인물인 체르뱌코프와 브리잘로프 장군의 심리를 너무나 잘 묘사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저 이 상황을 지켜보는 독자들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체르뱌코프처럼 막연한 걱정이나 불안감에 비슷한 행동을 했던 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에취!!!"

보다시피 재채기를 한 것이다.

그 누구라도, 그 어디에서라도 재채기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농부도 경찰서장도, 때로는 심지어 국장님도 재채기를 한다.

누구나 재채기를 한다.

'관리의 죽음' ~

 

이야기는 회계원인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가 오페라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정말 멋진 저녁, 멋진 남자가 행복의 절정에 다다를 즈음에 갑자기 재채기를 하게 되면서 남자의 삶은 꼬이기 시작합니다.

 

", 앉으세요. 제발! 공연 좀 봅시다!"

(중략)

행복감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불안감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관리의 죽음' ~

 

하필 남자의 앞자리엔 운수성에 근무하는 브리잘로프 장군이 앉아 있었고, 체르뱌코프는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체르뱌코프는 장군에게 용서를 구하며 본의가 아니었음을 어필합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장군, 하지만 체르뱌코프는 거듭 자신의 본의가 아니었음을 말하여 용서를 구합니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거듭 거듭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하는 체르뱌코프, 그의 사과와 용서는 여기서 끝이 나지 않습니다.

 

 


잊어버렸다고 하지만 눈에는 원한이 담겨 있는걸.

'관리의 죽음' ~

 

그의 마음을 덮친 불안감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이 만족할만한 용서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인지 계속 장군에게 절대 본의가 아니었음을 어필하며 또다시 용서를 구합니다. 이쯤 되면 장군의 입장에서도 슬쩍 짜증이 밀려올 것만 같습니다. 체르뱌코프의 사과와 용서는 장군이 아닌 자신이 용서를 받았다는 만족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듭니다.아내 또한 브리잘로프 장군에게 가서 사과를 하라는 말을 하는데요. 사과를 했음에도 뭔가 이상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제대로 된 이야기는 하지도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함정입니다.

 

그렇게 체르뱌코프의 끝이 없는 사과는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습니다.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려던 체르뱌코프의 행동은 마치 스토커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브리잘로프 장군의 입장에서 체르뱌코프의 행동은 짜증의 단계를 넘어서 이 사람이 "나를 놀리나?"라는 생각을 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체르뱌코프는 물러나지 않습니다.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아야 했으니까요.

 

꺼져!!

꺼지라니까!!

'관리의 죽음' !

 

얼굴이 파랗게 질린 장군이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꺼져!!"라고 말이지요. 그토록 원하던 용서는 받지도 못하고 "꺼지라니까!!"라는 말까지 듣게 된 체르뱌코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주 사소한 재채기로 시작된 막연한 불안감은 자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한 사람의 삶을 잠식해 들어가고 끝내 목숨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체르뱌코프가 그토록 바랐던 용서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자신이 완벽하게 용서를 받았다는 만족감을 얻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소심한 완벽주의자 체르뱌코프의 행동은 조금은 과장된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소심한 사람의 아주 사소한 재채기가 불러온 파국, 그토록 바라던 용서는 자기가 만든 틀을 벗어나지 않는 자기만의 완벽한 용서였던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 바다 민박 - 2023 소년 한국일보 우수도서, 아침독서 추천도서 선정 책 먹는 고래 36
정혜원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문을 열면 푸른 바다내음이 나고 촤르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민박집, 별이 총총한 밤하늘과 고기잡이배의 불빛이 보일 것만 같은 민박집, 표지를 보자마자 이런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여름휴가 때 가도 좋겠지만 겨울 바다를 보러 가면 더 좋을 것만 같은 민박집, 어느 바닷가 마을에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아침 바다 민박>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위로하고 도와주며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극복해가는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기정이네, 몇 년 째 취업으로 힘들어하는 청년, 사업 실패로 도망 다니는 남편을 찾아다니는 엄마와 어린 딸, 은퇴 후 자신이 꿈꾸던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교장 선생님 등등 지금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기정이 엄마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바다>란 동요를 아침마다 틀어놓는다. 이제는 아침 바다 민박의 기상 노래가 되어 기정이에게 이 노래는 알람이나 마찬가지다. p.6

 

이야기는 여름방학임에도 엄마를 돕느라 바쁜 기정이네 민박집 <아침 바다 민박>의 아침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고기잡이배의 침몰로 돌아가신 기정이네 아빠, 기정이 엄마는 혼자 아들을 키우며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난 그냥 대학생 형이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화만 내서 따라와 봤어요. 그게 뭐 잘못이에요? p.28

 

한 달 정도 투숙하겠다는 대학생 형의 모습이 너무나 이상해서 졸졸 따라 다니며 감시 아닌 감시를 하던 기정이, 형의 전후 사정을 들은 기정이는 창피함을 느꼈지만, 어쩌면 그와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민박집에 영향이 갈 것을 염려하던 기정이의 마음이 보였기 때문인데요. 마냥 어린 아이 같지만 또 일찍 철이 든 건 아닐까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 , , 12년의 공부가 오로지 대학 입시만을 위한 공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갔음에도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걱정하고 고민해야 하는 현실, 민박집을 찾아온 청년의 고민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20대 청년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이자, 미래 우리 아이들의 고민이 될 수도 있기에 더욱 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사업 실패로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남편과 그런 남편을 찾아다니던 엄마와 어린 딸의 모습, 은퇴할 때까지 먹고 사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었던 교장 선생님의 모습,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민박집을 운영하지만 소설가가 꿈이었던 기정이 엄마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릴 적 꿈인 소설가가 되는 것도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전 우리 민박집에 오는 손님들이 모두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길 바라요. 찾아오면 누구나 행복해지는 민박집을 만드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p.95

 

<아침 바다 민박>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의 내 모습일 수도 있고, 곁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일 수도 있고, 가까운 이웃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더 공감이 가는데요. 그래서 "민박집에 오는 손님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해지질 바란다"는 기정이 엄마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게 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고 위로하며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극복해가는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 고래책빵 그림동화 22
최미선 지음, 김순영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삘릴리 삘릴리 피리 소리가 울리 퍼집니다. 피리 소리를 듣는 모든 이들에겐 무언가 신기하면서도 특별한 일이 일어납니다. 연푸른빛이 감도는 표지 그림과 제목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마법의 피리는 아닐까? 피리를 부는 이는 사람이 아닌 천상계의 존재는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요.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는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 옛이야기를 지금 현실에 맞추어 해석한 그림책입니다. 이야기 속 역병은 오늘날의 코로나19를 떠올리게 만드는데요. 지금 현실에서도 신비한 피리 소리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지런하고 마음씨 좋은 엄지머리 총각, 흉악한 열병이 퍼져 부모님을 여읜 후 남의 집에 나무를 해주며 간신히 살고 있었습니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엄지머리 총각은 커다란 나무를 발견하고 가지를 잘라내기 시작했는데요. 가지를 잘라낼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몇 번의 도끼질에 넘어간 커다란 나무는 속이 텅 빈 나무였고, 그 나무 안에는 푸른빛이 나는 피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엄지머리 총각이 피리에 숨을 불어넣자 상쾌한 바람이 숲을 휩쓸고 지나갔고 은은한 향기가 온 숲에 번졌습니다. 피리는 왜 나무속에 있었던 걸까요? 많은 사람들 중 왜 엄지머리 총각에게 발견된 걸까요? 이런저런 궁금증들이 앞섭니다.

 

나무를 너무 적게 해왔다며 쫓겨난 엄지머리 총각, 갈 곳 없는 엄지머리 총각은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피리를 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는데요. 소리를 따라가 보니 나뭇가지에 누군가 걸려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피리 소리가 저를 살려주었습니다. 피리 소리를 들으니 신기하게도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습니다. '본문' ~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사람은 마마에 걸려 산속에 버려진 김 정승 집 셋째 딸이었습니다. 엄지머리 총각은 셋째 딸과 함께 김 정승 집을 찾아갔지만, 딸은 이미 죽었다는 말과 함께 쫓겨나고 맙니다. 갈 곳 없는 엄지머리 총각과 김 정승 집 셋째 딸은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역병을 물리치는 사람에게는 은 삼백 냥을 내린다! '본문' ~

 

고을에 다시 역병이 돌고 아이들이 마마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역병을 물리치기엔 역부족이었는데요. 고을 현감은 "역병을 물리치는 사람에게 은 삼백 냥을 내린다!"는 방을 걸고, 김 정승 집 셋째 딸이 그 방을 보게 됩니다. 셋째 딸은 엄지머리 총각에게 피리를 불어 보면 어떻겠냐고 했고, 엄지머리 총각은 마을로 내려갑니다. 하지만 피리에 대한 소문을 들은 누군가가 피리를 빼앗아 가는데요. 엄지머리 총각에게서 피리를 빼앗아 간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그들은 빼앗은 푸른 피리로 역병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피리를 빼앗긴 엄지머리 총각은 또 어떻게 될까요? 마마에 걸렸다고 버림을 받은 김 정승 집 셋째 딸은 또 어떻게 될까요?

 

흉악한 전염병에 걸리면 산속 나무에 걸어 두는 풍습이 오래전부터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본문' ~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전염병에 걸리면 산속 나무에 걸어 두는 풍습"입니다. 나이 드신 부모님을 산속에 버리던 악습인 '고려장' 만큼이나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당시 사람들의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지가 그대로 느껴지면서, 코로나19를 대하던 우리들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단지 확진자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치 큰 죄를 저지른 죄인처럼 느껴야만 했던 사람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훨씬 더 아프고 고통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바이러스와 3년을 함께 하면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는 점차 수그러들었지만, 전염병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았음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신비한 푸른 피리라는 판타지적 요소와 옛이야기의 권선징악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읽는 재미와 통쾌함을 선사하는 이야기, 옛이야기 속 역병을 통해 오늘날 전염병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MZ 천사의 별 1 YA! 9
박미연 지음 / 이지북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땅 DMZ에서 펼쳐지는 6일간의 생존 게임"이라는 소개글이 무색할 정도로 표지 그림은 너무나 아름답다는 느낌이 듭니다. 왜일까요? <DMZ 천사의 별>은 남북통일은 되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DMZ(비무장지대)라는 신선한 소재와 더불어 현재 우리가 심각함을 인지하고 있는 기후 위기라는 소재를 더하여 엄청난 몰임감을 선사합니다.

 

시대적인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인 2081, 기후 재난으로 인해 지구의 대부분은 사막화가 진행되었으며, 그로 인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물론 물 또한 심각하게 부족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표지 배경 그림이 제목과 달리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은 DMZ가 사막화 이전의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라는 것, 그러니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임을 알려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특정한 권력층만이 누리는 돔팰리스에서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 그와는 반대로 먹을 것은 물론 늘 물 부족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통해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바뀔지라도 권력층과 가진 자들이 누리는 특권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에 마음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딱 한 번만 얘기할 테니까 잘 들어. 저기가 지금부터 너희가 살아남아야 할 곳 DMZ. 목표물을 찾을 때까지 아무도 저곳에서 도망칠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천사의 별'을 찾아 최후의 1인이 되도록. P.11

 

이야기는 온 세상이 사막화가 진행되었음을 보여주며, 유인 드론을 탄 20명의 아이들이 DMZ에 도착하며 시작합니다. 십대 청소년으로만 구성된 20명의 아이들은 누구든 '천사의 별'을 찾는 1인이 되고 싶어 합니다. 이야기는 '' 이담이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요. 이담이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고 십대만 들어갈 수 있는 감옥에 간 것은 '소년들의 날' 선발자가 되어 '천사의 별'을 손에 넣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군인들에게 끌려간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누구든 '천사의 별'을 찾는 최후의 1인이 된다면 다섯 개밖에 없는 기적의 도시 돔팰리스에서 살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기에, 20명의 아이들은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거기에다 통일이 된지 30년이 지났지만 DMZ는 접근 금지가 풀리지 않았기에, 셀 수 없이 많은 지뢰가 존재하고 있었으며 무서운 맹수들의 습격 또한 피할 수 없었습니다. 먹을 것마저 부족한 아이들은 그야말로 치열한 생존 게임의 현장에 남겨진 것이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반군은 아주 소수다. 왜냐하면..... 대부분은 8년 전에 죽었거든. 그들은 방해전파로 겨우 방어나할 뿐이야. '천사의 별'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란 뜻이지. 게다가 이미 우리 정부군은 반군들이 방해전파를 쏘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냈어. P.38

 

나라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천사의 별', 도대체 천사의 별은 무엇일까요? 반군들은 어디에 있으며, 그들은 왜 반군이 되었을까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나 위험한 임무를 어른들이 아닌 십대의 청소년들에게 맡겼을까요?

 

어느 순간 과학자들이 경고한 지구 온도를 넘겨 버렸다. 그러자 당장 비가 내리지 않았다. 지구 담수의 절반을 차지했던 빙하는 녹아서 바다로 흘러들었다. 호수나 강에 있던 물은 재빠르게 증발했고 바닥을 드러냈다. 곧 이어 세계는 사막으로 변했고, 많은 국가가 말 그대로 붕괴했다.

P.103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에 따른 기온 상승, 남극의 빙하 붕괴와 해수면의 상승, 그에 따른 심각한 홍수와 가뭄, 산불 등등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몇 달 전 기록적인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일 물에 잠긴 파키스탄의 경우만 봐도 그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는데요.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파키스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1%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있어선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60여 년이 지나면 지구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지구의 대부분이 사막화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지독한 열감기를 앓고 있는 지구를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는 참 쉽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걸 이용해 전파를 증폭시킨 거야. 마치 여기가 방해 전파가 시작된 곳인 것처럼 보이려고 말이야. 여긴 반군의 본부도 뭣도 아니야. 여긴..... 그들이 파 놓은 함정일지도 몰라. P.108

 

지뢰와 맹수, 거기에 반군의 저항까지 받아들여야 함에도 십대 청소년들로만 구성된 아이들이 DMZ에 온 것은 왜일까요? 반군의 방해전파가 만 18세 이상 성인이 되면 누구나 심게 되는 인식칩에 과부하를 일으킨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지도에 표시된 목적지에서 전자 증폭기를 발견하고 암호를 해독한 아이들은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천사의 별'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과연 누가 최후의 1인이 될 수 있을까요?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반군의 정체는 더욱더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혹시 생존한 아이들이 반군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요? 엄마를 구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던 이담이는 모두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남은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천사의 별'을 찾으러 가며 1편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지구 대부분이 사막화 되었다는 것, 남북통일이 되었다는 것, 그럼에도 비무장지대 DMZ는 자연보호지역으로 남겨두었기에 사막화 이전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누구나 극한 상황에 처하고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순간을 마주한다면 양심이 아닌 본능에 끌릴 수 있다는 것, 등등의 이야기는 지금의 나를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지구의 사막화, 남북통일, 자연보호지역으로 남은 DMZ 등등의 현실을 반영한 소재, 십대 청소년들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극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능,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소재라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석구석 재미있는 김해 옛이야기
글잣는 가락바퀴 지음, 김예지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상치 않은 모습의 선녀들, 도사, 장원급제한 아들을 맞이하며 행복해하는 부모, 한 가족처럼 보이는 아이와 호랑이, 놀부 심보를 가진듯한 사람, 한 남자를 두고 서로 당기는 사람들, 표지 그림과 제목만 봐도 재미있는 옛이야기가 술술 나올 것 같습니다. 지은이 '글잣는 가락바퀴'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섬유에서 실을 뽑아내는 것처럼 전해져오는 옛이야기에서 글을 뽑아낸다는 의미일까요? '글잣는 가락바퀴'는 김해에 있는 동화작가들의 모임이라고 합니다. <구석구석 재미있는 김해 옛이야기>는 여섯 작가가 1편씩 들려주는 여섯 편의 옛이야기입니다. 옛이야기가 전해주는 교훈, 지혜와 더불어 해학적인 그림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염라대왕이 명부를 슥, 넘겨봐.

"아무개야, 너는 아직 올 때가 멀었는데?”

"그렇지요? 저승사자가 실수를 했지요?"

아무개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췄지.

p.13

 

어느 봄날 죽동 사람 아무개가 죽어 저승에 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내랑 아들이랑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부르면 어떻게 하냐면서 억울해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직 올 때가 멀었다는 염라대왕의 말에 아무개는 기쁨에 겨워 춤을 추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 그런데 이럴 어쩌지요? 집에는 돌아갔지만 아무도 아무개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개는 자기 몸을 찾아 온 집안을 뒤졌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답니다. 왜냐하면 아무개는 장례까지 다 치르고 이미 땅에 묻혔기 때문이었지요.

 

그때 길을 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아무개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수안 마을에 초상이 났다는 소리를 들은 아무개는 죽은 사람의 몸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마치 운명인 것처럼 나이도 딱 자기 또래였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 아무개는 눈을 뜨게 되었고,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요. 죽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 놀란 것도 잠시 살아난 남편이자 아버지가 "내 집에 가야겠다."는 말을 하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아무개는 죽동 마을 집으로 갔지만 그곳에서도 당황스럽기는 매 한가지, 낯선 사람이 와서 자기가 아무개라고 하니 말이지요. 하지만 부부가 아니라면, 아버지가 아니라면 절대 모를 비밀을 알고 있으니, 틀림없이 아무개였습니다. 비록 남의 몸을 빌렸지만 이제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면 되겠지요?

 

그럼 수안 마을 식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랬습니다. 수안 마을 식구들 또한 가만히 있을 순 없었습니다. 죽었다 살아난 남편이자 아버지를 모셔 가야했지요. 그렇게 죽동 마을 식구들과 수안 마을 식구들은 서로 아무개를 붙잡고 늘어지며 매달렸습니다. 보고 있던 구경꾼이 "관아에 가서 원님께 판결해 달라"고 하라는 말에 두 마을 식구들은 관아로 몰려갑니다. 아무개의 그간 사정을 들은 원님은 지혜로운 판결을 내렸고 아무개는 죽는 날을 다 채우고 저승으로 갔다고 합니다. 원님은 도대체 어떤 판결을 내린 것일까요?

 

욕심 많은 사람들을 혼내 준 위대한 생명력의 주인공인 빈 씨 가문의 전설, 호랑이를 구한 효자 반 총각, 배고프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박어진이와 반대로 심술궂고 화 잘 내고 욕심까지 많은 김모질이, 갑과 을의 관계일 수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뜰살뜰 챙겨준 안 진사와 머슴 민중, 우애 있게 살아가라는 옥황상제의 당부를 잊고 서로가 맏언니라며 아직까지도 다투고 있다는 세 선녀와 외톨바위 이야기까지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옛이야기에서 뽑아낸 글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재미있는 이야기, 옛이야기가 주는 교훈과 지혜는 물론 해학적인 그림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