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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재미있는 김해 옛이야기
글잣는 가락바퀴 지음, 김예지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평점 :

심상치 않은 모습의 선녀들, 도사, 장원급제한 아들을 맞이하며 행복해하는 부모, 한 가족처럼 보이는 아이와 호랑이, 놀부 심보를 가진듯한 사람, 한 남자를 두고 서로 당기는 사람들, 표지 그림과 제목만 봐도 재미있는 옛이야기가 술술 나올 것 같습니다. 지은이 '글잣는 가락바퀴'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섬유에서 실을 뽑아내는 것처럼 전해져오는 옛이야기에서 글을 뽑아낸다는 의미일까요? '글잣는 가락바퀴'는 김해에 있는 동화작가들의 모임이라고 합니다. <구석구석 재미있는 김해 옛이야기>는 여섯 작가가 1편씩 들려주는 여섯 편의 옛이야기입니다. 옛이야기가 전해주는 교훈, 지혜와 더불어 해학적인 그림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염라대왕이 명부를 슥, 넘겨봐.
"아무개야, 너는 아직 올 때가 멀었는데?”
"그렇지요? 저승사자가 실수를 했지요?"
아무개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췄지.
p.13
어느 봄날 죽동 사람 아무개가 죽어 저승에 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내랑 아들이랑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부르면 어떻게 하냐면서 억울해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직 올 때가 멀었다는 염라대왕의 말에 아무개는 기쁨에 겨워 춤을 추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앗, 그런데 이럴 어쩌지요? 집에는 돌아갔지만 아무도 아무개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개는 자기 몸을 찾아 온 집안을 뒤졌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답니다. 왜냐하면 아무개는 장례까지 다 치르고 이미 땅에 묻혔기 때문이었지요.
그때 길을 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아무개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수안 마을에 초상이 났다는 소리를 들은 아무개는 죽은 사람의 몸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마치 운명인 것처럼 나이도 딱 자기 또래였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 아무개는 눈을 뜨게 되었고,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요. 죽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 놀란 것도 잠시 살아난 남편이자 아버지가 "내 집에 가야겠다."는 말을 하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아무개는 죽동 마을 집으로 갔지만 그곳에서도 당황스럽기는 매 한가지, 낯선 사람이 와서 자기가 아무개라고 하니 말이지요. 하지만 부부가 아니라면, 아버지가 아니라면 절대 모를 비밀을 알고 있으니, 틀림없이 아무개였습니다. 비록 남의 몸을 빌렸지만 이제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면 되겠지요?
그럼 수안 마을 식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랬습니다. 수안 마을 식구들 또한 가만히 있을 순 없었습니다. 죽었다 살아난 남편이자 아버지를 모셔 가야했지요. 그렇게 죽동 마을 식구들과 수안 마을 식구들은 서로 아무개를 붙잡고 늘어지며 매달렸습니다. 보고 있던 구경꾼이 "관아에 가서 원님께 판결해 달라"고 하라는 말에 두 마을 식구들은 관아로 몰려갑니다. 아무개의 그간 사정을 들은 원님은 지혜로운 판결을 내렸고 아무개는 죽는 날을 다 채우고 저승으로 갔다고 합니다. 원님은 도대체 어떤 판결을 내린 것일까요?
욕심 많은 사람들을 혼내 준 위대한 생명력의 주인공인 빈 씨 가문의 전설, 호랑이를 구한 효자 반 총각, 배고프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박어진이와 반대로 심술궂고 화 잘 내고 욕심까지 많은 김모질이, 갑과 을의 관계일 수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뜰살뜰 챙겨준 안 진사와 머슴 민중, 우애 있게 살아가라는 옥황상제의 당부를 잊고 서로가 맏언니라며 아직까지도 다투고 있다는 세 선녀와 외톨바위 이야기까지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옛이야기에서 뽑아낸 글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재미있는 이야기, 옛이야기가 주는 교훈과 지혜는 물론 해학적인 그림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