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가정식 - 나를 건강히 지키는 집밥 생활 이야기
신미경 지음 / 뜻밖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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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못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 관심도 그다지 없다. 다행히 크게 까다롭지 않은 남편을 만나 결혼 후에도 딱히 요리 솜씨가 개선될 아무런 조짐이 없어 몇 년이 흘렀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 원래 외식을 좋아했던 우리 부부는 어느 날부터 그전에 비해 외식하는 횟수를 많이 줄였다. 집밥이 너무 맛있다거나 나의 요리 솜씨가 크게 늘었다거나 하는 아름다운 이유는 아니고, 그저 밖에서 맛있게 먹을만한 음식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밖에서 먹는 음식은 확실히 너무 자극적이고 간이 세고 양이 많았다. 물론 적게 시켜도 될 일이긴 하지만, 뭐든 넉넉히 먹는 걸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음식도 이것저것 많이 시킨다. 그래서 외식을 한 날이면 우리는 집에 와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 그 다음 끼니를 그냥 넘겨버린다. 아직 소화가 안 된 것 같아... 라면서.

그래서 요즘은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기왕 집에서 먹는 거 좀 더 맛있고 건강하고 간단한 요리는 없을까라고 말이다.

그런 요즘의 나에게 '나를 건강히 지키는 집밥 생활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책 <혼자의 가정식>은 내 눈을 충분히 사로잡고도 남았다.

작가는 삼십대 초반에 크게 아픈 후에 건강을 위해 집밥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책은 작가가 혼자 해 먹는 요리 레시피가 나오는 요리책이 아니다. 집밥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각각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잔잔하고 담담한 문체로 펼쳐진다.

'혼자의 식사법'에서는 음식을 해 먹는 식사 자체에 대한 작가의 문장들이, '혼자의 부엌'에서는 작가의 장바구니 리스트나 부엌 일과표, 채소 정리 같은 부엌에서의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작가의 문장들이, '혼자의 가정식'에서는 작가가 직접 만들고 설명해 주는 간단한 요리 이야기가, '혼자의 기념일'에서는 생일이나 스콘 데이, 파스타 독서회 등 작가만의 기념일 음식이 소개된다. '혼자의 디저트'에서는 딸기, 망고, 무화과 등 작가가 즐겨먹는 디저트와 그에 관한 생각들이 펼쳐진다.

좋은 식습관이 건강한 생활의 기본이라는 것은,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나도 너무도 잘 아는 사실이고 말이다. 하지만 자주 그 사실을 잊는다. 이번 한번만, 혹은 오늘까지만 이라며 자주 순간의 달콤함과 포만감, 행복감에 건강을 양보한다.

내 행복의 많은 부분이 먹는 행복이라, 작가님만큼의 식생활을 할 자신은 사실 없다. 하지만 작가님의 식습관을 보며 그냥 방치한 내 몸에 많이 미안해졌다.

잃고 난 후 시작하는 건 너무 늦다. 내 몸에 너무 미안해지지 않게, 건강한 몸으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채워갈 수 있게 조금씩이라도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

아, 그리고 작가님의 간단한 레시피 몇 개는 따라해보려고 한다. 대단한 육식파인 나지만 맛있고 간단해 보이는 몇 가지를 체크해뒀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 역시 작가님의 문장에 반하고 간단한 레시피에 반하게 되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P. 90) -------------------------------------------

사소한 문제에 성질을 부리지 않기 위해, 더 무던하게 살기 위해 작은 일부터 바로 하는 습관은 모두 부엌에서 배웠다. 게으른 내가 부지런함을 단련하는 부엌. 아아, 그렇다 해도 나는 아직 샤워 후에 거울과 세면대의 물기를 바로바로 닦는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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