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식물 ㅣ 내가 좋아하는 것들 18
한진아 지음 / 스토리닷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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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쏙 잡히는 책이다. 이동하면서 읽기에 너무 좋다. 아쉬운 점은 너무 얇다는 것. (확장본이라도 좀 있으면 좋겠어. 영화처럼 감독판같거 말이야) 좀 더 있었으면 싶은 이야기가 단숨에 끝나버리니 독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느리게 볼 수밖에 없다. 어쩔꺼야!!😂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마음만 먹으면 모래 위를 빠르게 달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래알 하나하나를 발의 모든 세포로 느껴보겠다는 심정으로, 발을 내딛는 그 순간부터 천천히 체중을 싣는다.

 

발뒤꿈치가 닿고, 발바닥이 모래를 누르고, 발가락 끝에 힘이 실릴 때까지.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소중하게 내딛는다. 한 걸음 전의 바다와 한 걸음 후의 바다는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 냄새도 비슷하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한 걸음을 옮기는 동안 발이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다.

 

모래의 온도와 촉감, 발밑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모래알, 체중을 실을수록 발바닥 안쪽으로 파고드는 느낌, 그 순간 스치는 바람과 바다 냄새까지. 고작 한 걸음인데 그 안에 들어 있는 감각은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빨리 다음으로 가고 싶지 않다. 조금 더 머물고 싶고, 조금 더 깊이 눌러보고 싶다. 다음 풍경이 궁금하면서도 지금 발밑의 모래를 조금만 더 느끼고 싶은 마음.

 

이 책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얇아서 아쉬운데, 그 아쉬움 때문에 오히려 한 문장 한 문장을 오래 밟아보게 되는 책.

 

나는 식물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식물계에서 배척(?)당한 식물계의 킬러에 가까운 인간이다. 🫪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아, 식물을 이렇게 즐기는 방법도 있구나’, ‘식물을 보면서 인간을, 삶을 이해하는 이야기도 할 수 있구나’, 그리고 급기야 ‘식물이 그냥 풀떼기가 아니었네...’ 😂😂. 이러니 감동하며 즐기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은 정말 많은 책이 쏟아진다. 읽다 보면

이것이 에세이인가, 일기인가 싶은 책도 있고,

읽는 사람으로서는 희생된 나무가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책도 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억지로 꾸역꾸역 쓴 듯한 책인지 알 수 없는 글도 넘쳐난다.

글로 독자와 소통하기보다 대중의 인기와 관심이 고픈 사람, 혹은 강연을 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닐까 싶은 사람도 있다. 심지어 작가에게도 등급이 있는 것인지,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 대중을 기만하는 사기까지 벌어지는 세상이다.

 

그런 글들 사이에서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아, 글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진짜 작가도 있구나.

 

글 쓰기에서 외줄을 타는 일은 정말 어렵다.

(진짜 많이 깨짐. 내가 옹기인줄😂🤣)

너무 살랑이면 가벼워지고, 너무 힘을 주면 딱딱해진다. 그런데 이 책은 살랑이는 글과 딱딱한 글 사이, 그 어디쯤에서 중심을 굉장히 잘 잡고 간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자신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확, 다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조금 보여주고 한 걸음 옮기고, 또 조금 보여주고 다시 한 걸음 옮긴다.

 

그래서 나도 그 속도를 따라가게 된다. 모래 위에 발을 천천히 내려놓듯 한 문장에 조금 더 머물고, 조금 더 깊이 눌러 읽게 된다. 어쩌면 다 보여주지 않는 것. 그게 이 얇은 책의 마지막 장까지 아껴가며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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